“이러다 환자 말고 의사가 쓰러질 판”…7개월째 나홀로 근무 버티던 전문의들도 결국
응급실 근무 의사 70% ‘나홀로 근무’
지역 대형병원 응급실 구인난 점차 심화
전공의 복귀해도 현장 혼란 3~4년 불가피
29일 매일경제신문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의정갈등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의료계 전반을 두루 인터뷰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문의들의 피로감이었다.
서울 모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A씨는 이달 초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이탈한 후 기존에 19명의 의사들이 나눠서 하던 일을 7개월간 6명이 메우느라 피로가 누적됐기 때문이다. A씨는 최근 우울과 무력감, 공황장애 등의 증상이 심해 정신과에서 1년간 치료받아야 한다는 진단도 받았다.
서울의 또 다른 대학병원 내과 전문의 B씨도 격무를 버티지 못하고 석 달 전 사표를 냈다. 그는 “의대생 과외 아르바이트를 구해보려 했으나 졸업한 지 10년이 넘은 터라 쉽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노동강도가 훨씬 약한 지역 건강검진센터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기준, 전국 44개 권역응급의료센터 가운데 31곳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12명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 10명중 7명은 ‘나 홀로 근무’ 중이라는 의미다.
전공의 공백이 길어지고 전문의마저 이탈이 가시화하면서 지역 대형병원 응급실은 점점 더 구인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 한 종합병원은 응급의 외에 일반의도 돌아가면서 응급실 당직을 서고 있다. 18년차 전문의라는 B씨는 “제가 산부인과 의사인데 호흡곤란이나 뇌, 심장질환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오면 받을 수가 없다”면서 “전문인 산부인과 환자가 온다 해도 제가 수술방에 들어가면 응급실 문을 닫아야 해서 환자를 받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위급한 환자가 실려와도 해당 과에서 받아줄 여력이 없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예를 들어 외과 의사들은 지금도 계속 예전처럼 빡빡하게 수술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수술방에서 환자를 모니터링해 줄 전공의가 없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에 ‘전문의-PA간호사 시스템’을 만든다고 하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고, PA 간호사들이 업무에 적응하는 데에도 꽤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비의료기관에 취업했다는 한 전공의는 “졸업하면 당연히 대학병원에서 수련의를 마치고 지도교수님들처럼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살인적인 노동강도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알면서 그냥 버텨왔던 것”이라며 “그런데 이번 사태로 그게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고 내 삶과 시간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커졌다”고 전공의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전공의들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미국 등 해외 의료기관에서 수련한 뒤 현지에서 취업하려는 이들에 대해 모 교수는 “외국 의료시스템이 한국과 판이하게 다른 데다 근무 환경도 막연히 생각하는 것처럼 수월하지 않다”면서 “제자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지만, 적정한 선에서 타협하고 돌아와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금도 묵묵히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은 “의정 갈등을 해결할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고, 지금으로선 환자들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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