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명태균, 57만 유출당원 중 8천명 '대선성향' 수집
57만 당원 명단 중 8500명 '지지 성향-연령-성별-지역' 코드화 파일 입수
'안심번호' 익명이라고 하지만, 대선 경선 기간 '맞춤형 선거운동' 가능
외부 유출했으면 위법, 홍준표 위반 사례…명씨 "공표용 조사 통해 尹에 조언…무상 제공"
명씨 외부에 공표하지 않을 조사 왜 했는지, 명단 누가 줬는지 의문투성이
노종면 "수만 명 정보 수집…2차 가공 불법"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지난 대선 국민의힘 최종 경선 직전 약 57만명 규모의 '안심번호 당원 명단'을 확보했던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명씨가 이 자료를 토대로 두 차례 비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해 당원들의 '지지 성향' 등 민감한 정보를 추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당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유출된 당원 명부가 이른바 '안심번호'라며 당 차원에서 문제될 소지가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 의원의 지적처럼 대선 경선 막바지 최종 경선 직전 개별캠프에 명단이 제공되고 이를 통해 캠프 차원의 자체 여론조사를 돌리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적법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
그러나 자체 조사된 결과를 외부에 공표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선거운동에 활용하면 현행법 위반에 해당한다. 또 국민의힘 당규와도 배척된다.
당시 57만명 규모의 명단을 누가 명씨에게 전달했는지, 전달한 측은 명씨와 비용 등의 문제에서 어떤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는지 여부가 위법성, 대선 경선의 공정성 여부를 판가름할 쟁점으로 부상한다. 현재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은 당시 명씨와 당 차원에서 체결한 계약은 없으며, 당원 유출 문제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CBS노컷뉴스는 11일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실을 통해 명씨의 업체인 미래한국연구소가 지난 대선 당시 실시한 미공표 여론조사 2회 분의 '차기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입수했다. 또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명씨가 당원들의 투표 성향과 성별, 연령, 지역 등의 정보를 분류한 파일 역시 확보했다.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명씨는 2021년 10월 19일부터 20일까지 11만7829명을 상대로 1차 조사를 실시해 총 3450명의 답변을 받았다. 이어 21일 하루 동안 2차 조사를 통해 13만9156명 중 5044명이 응답을 받았다. 당시 국민의힘은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후보들을 대상으로 경선을 실시해 최종 결과는 2021년 11월 5일 발표됐다. 이에 앞서 11월 1~2일 당원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투표가 진행됐고, 11월 3~4일 전화투표(ARS) 및 여론조사가 실시됐다.
노종면 의원에 따르면 당시 국민의힘의 안심번호는 사설업체를 통해 부여됐고, 유효기간은 본경선 날짜 이틀 뒤까지였다. 이와 관련 당시 대표였던 이준석 의원 역시 "대선 경선 종료시까지 유효한 번호"라고 밝힌 바 있다.
명씨가 구성한 여론조사 문답지를 분석하면 그는 사전 조사항목으로 피조사자의 연령대를 질문했다. 후보 측에 제공된 명단에는 당원 및 대의원의 안심번호와 익명 처리된 이름, 거주 지역, 성별 등이 포함돼 있다. 두 차례의 여론조사를 통해 이 같은 정보에 더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성향과 연령 정보 등을 추가적으로 수집한 것이다.
실제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파일에는 명씨가 여론조사에 응답한 8494명의 개별 정보가 코드화 돼 입력돼 있었다. 안심번호와 통화 시간, 통화 시작시간 등이 부여된 표에 연령-성별-지역-정치 성향 등이 숫자로 부여돼 정리되는 방식이다. 일례로 50대-여성-서울-윤석열 지지자의 경우 '5:2:1:4' 등으로 암호화된다.
통상 당원을 대상으로 한 경선에서는 연령·성별·지역 등의 할당이 없기 때문에 이 같은 분류는 사실상 불필요하다. 선거 운동에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유출된 정보가 '가상번호'이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명씨는 안심번호를 다시 가공하면서 당원들의 민감한 정보를 추려냈던 셈이다. 그리고 해당 당원정보는 경선 기간 동안 한정해서 유효한 선거 정보로 사용될 수 있다.
명씨의 분석 기법은 가상대결을 가정한 '경쟁도 조사' 기법이다. 4명의 경선 후보와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와의 가상 대결을 조사했는데, 두 차례 조사에서 모두 윤석열 당시 예비후보가 지지율 70% 이상을 기록하며, 이 대표를 압도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변한 당원들의 안심번호와 연령-성별-지역 코드는 따로 저장돼 관리됐다.
선거법은 당원명단과 안심번호를 외부에 유출하는 것과 경선과 홍보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위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규 역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게시·배포하는 행위 또는 여론조사를 빙자한 선거운동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실제 홍준표 대구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공표 자체 여론조사를 출입 기자들에게 공표한 혐의로 과태료 20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이후 탈당해 무소속 신분에서 치른 2020년 총선 당시 대구 수성을 선거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이인선 후보가 홍 시장에 대해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되지 않은 선거에 관하여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했다"며 수성구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한 바 있다.
'불법 선거운동' 의혹 외에도 특정 캠프와의 계약 문제가 남는다. 명씨가 당원 정보를 특정 캠프 측으로부터 제공받고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비용을 정산받지 못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이 발생한다. 이와 관련, 명씨와 여론조사 작업을 함께 진행했던 강혜경씨는 최근 유튜브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에게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했던 대가가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 당시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을 받게 된 배경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반면 명씨는 10일 공개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한테 보내준 (여론조사는) 공표되는 걸 보여준 것"이라며 "자체 조사는 내가 필요해서 한 것이고, 비용 관련된 것은 내가 그분들한테 청구한 적도 없고 받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강씨의 주장에 대해 "식탁 위에서 밥을 먹는 사람하고 식탁 밑에 강아지가 떨어지는 것만 보고 뭘 알겠나"라고 반박했다.
명씨와 윤 대통령 간 별도의 계약 관계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특정 캠프에 전달되는 당원 목록을 명씨가 누구로부터 제공받았는지 의문이 남는다.
노 의원은 "전수조사를 해야 정확히 알수 있지만 조사 과정에서 지지 후보에 대한 첫 질문까지 응답하다가 중단한 사례까지 포함하면 (명씨는) 수만 명에 대한 지지 성향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경선기간 제공된 당원 정보를 주어진 목적에 따르지 않고 2차적으로 가공한 것은 불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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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원 기자 wontim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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