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골목 안에 자리한 붉은 벽돌집의 새로고침

조회 8,4862025. 1. 23.
집도 마음도 새로 고치는 곳_ 회기동 심심헌 審心軒

대학가 골목길 흔한 연와조 다가구주택. 건물이 가진 삶을 긍정하고 골목을 존중하며 공간을 새로고침한 흔치 않은 사례다.


늘 젊고 활기차며 역동적인 분위기로 가득한 대학가. 하지만, 중심가를 조금 빗겨나면 골목은 금새 1980~90년대 연와조(벽돌) 다가구 주택으로 가득 찬다. 상당수는 근처 학교를 통학하는 대학생들의 원룸으로 쓰이는 주택들이다. ‘심심헌’도 그 골목을 채우는 흔한 연와조 주택 중 하나였다. 설계를 맡은 더그라운드건축 최순용 소장이 의뢰를 받아 처음 주택을 만났을 때는 곳곳을 둘러싼 샌드위치 패널과 누수, 곰팡이, 옥상의 무절제한 확장 등 30년간 세월의 켜가 잔뜩 겹친 모습이었다.


BEFORE


주택의 남동쪽 도로면 모습. 기존보다 크기가 작아졌지만, 입체감이 도드라지는 창문을 볼 수 있다. PVC 창호 대신 알루미늄 창호로 기존 건물의 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이웃을 위해 개방한 오솔길. /
상담소로 향하는 진입부.
샌드위치 패널로 갑갑하게 가려졌던 부분이 외부 공간으로 시원하게 열렸다.

건축가와 건축주는 대수선보다는 큰 구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리모델링을 계획했다. 대수선과 증축 프로젝트의 경우 해체와 대수선 작업의 비용이 상황에 따라서는 신축과 맞먹을 정도여서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도 있었다. 리모델링은 우선 걷어내는 것에서 시작했다. 샌드위치 패널을 걷어내고, 외부계단을 감싸던 오래된 금속 섀시를 철거했다. 옥탑을 너저분하게 만드는 요소들도 치웠다. 샌드위치 패널이 걷혀진 곳은 외부공간을 두어 여유를 남겼고, 외부계단 자리에는 쪼갠 벽돌을 쌓아 독특한 질감을 살리면서 기존 벽과 함께 정돈했다. 창문은 기존보다 크기를 줄여 아늑함을 더했다. 옥탑은 주택에 부족한 외부공간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서 건축주는 종종 지인과 함께 남산타워까지 보이는 전망을 누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한다.

(위, 아래)옥탑층으로 올라오면 만날 수 있는 실린더형 매스는 샤워공간이라는 기능 외에 옥상의 프라이버시를 더하면서 시선과 동선을 조율한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대지면적 : 104.6㎡(32.64평)
건물규모 : 지하1층, 지상 2층
거주인원 : 5세대
건축면적 : 61.6㎡(18.93평)
연면적 : 175.84㎡(53.19평)
건폐율 : 61.6%
용적률 : 112.83%
최고높이 : 7.6m
구조 : 기초 –철근콘크리트 줄기초 / 지상 – 연와조
단열재 : 기존 단열재 위 수성연질폼 50㎜ 추가외부
마감재 : 치장벽돌 쌓기, 쪼갠 벽돌 영롱쌓기
담장재 : 도장, 치장벽돌 쌓기
창호재 : 이플러스 윈도우 24㎜ 투명이중유리
에너지원 : 도시가스시공 : 스페이스공작소
설계·디자인감리 : 더그라운드 건축

현관에서 바라본 실내 모습. 타원형 명상실의 외벽이 부드러운 진입동선을 만든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석고보드 위 도배, 친환경 수성페인트, 거대마루(트리니티 190)
욕실·주방 타일 : 국산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 제작가구
계단재·난간 : 평철난간
현관문 : 기존 현관문 위 재도장
방문 : 제작도어, 영림도어(원룸부)
붙박이장 : 현장제작

(위)왼편에는 상담실이, 오른편에는 명상실로 들어서는 문이 보인다. 천장을 오픈해 다소 넓어보이는 인상을 준다. / (아래)명상실은 외부와 시각적, 청각적으로 차단돼 자신을 돌아보는 데 집중케 한다.
임대세대 진입통로. 어두운 색으로 도장하고 창문 크기를 줄여 자신의 공간으로 들어서는 전이공간 역할을 한다.
임대세대 중 한 세대의 욕실.

인테리어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심심헌’이란 이름을 가진 지하층의 심리상담소이다. 건축을 전공해 건축사무실에서 근무한 이력도 가지고 있는 건축주는 건축가와 이 공간을 구성하는 데에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이런 고민은 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내담자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곳이면서 프라이버시도 무척 중요한 공간이기에 입구에는 내담자를 감싸듯 완만한 곡선의 벽을 설치했다. 파벽돌을 붙여 벽체와 일체감을 준 출입문을 열어 실내에 들어서면 상담소를 가득 채운 오벌(oval) 형태의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상담을 마치고 난 후 내담자들은 격해진 감정에 휩쓸리기 마련인데, 이때 이 공간은 마음을 추스르는 데 도움을 주는 일종의 명상실과 같은 역할을 한다. 오벌은 인간이 가장 원초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형태로, 바깥으로부터 빛과 소리, 모든 것이 차단된 안으로 들어서면 아주 미약한 빛과 소리가 라운드 벽을 통해 번지는데, 안에 들어선 내담자는 시간이 멈추는 듯한 경험과 함께 묘한 확장감과 안정감을 가지게 된다. 이 공간은 바깥으로는 자연스럽게 입구에서 상담실로, 상담실에서 명상실로 이어지는 곡면의 긴 동선이 되어주는데, 외부에서 실내로 진입하거나 상담을 마치고 나갈 때 다시 일상으로 들어가며 마음을 정리하는 전이공간의 역할을 한다.

주거요소가 콤팩트하게 모인 임대세대의 생활공간.

건축가 최순용 : 더그라운드 건축

더그라운드 건축은 서울대 정문앞 간이휴게소 리모델링 당선(2010)을 시작으로 남산소월길 아트버스쉘터 설치작가(2011), 제주도 주택 서지채(2015), 용산구 협소주택, 동탄 평가옥 주차장빌딩(2017), 성북구 협소주택(2018), 뚝섬 대수선 증축설계(2021), 경산 상가주택, 구의동 사옥신축(2022) 등의 작업을 해왔다. 자투리땅과 모퉁이 작은 땅의 가능성과 노후 건축물의 리모델링 등에 관심을 가지고, 근린생활시설과 협소주택, 단독주택 신축과 리모델링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www.theground.kr

구성 신기영 | 사진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5년 1월호 / Vol.311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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