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킹달러' 공포.. "환율 1450원까지도 열어둬야" [美 3연속 자이언트 스텝 후폭풍]

이강진 2022. 9. 2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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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치 하락 '비상'
등락세 환율, 심리적 저항선 뚫려
연준, 고강도 긴축 시사 기름 부어
최상목 "한·미 유동성 공급 협력"
통화스와프 체결 논의에 기대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1일(현지시간) 긴축 기조 유지를 시사하면서 이른바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13년여 만에 1400원대까지 올라선 원·달러 환율이 킹달러 현상 지속 및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자본 유출 등으로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환율 상단을 145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암울한 관측도 나온다. 한·미 양국이 뉴욕 정상회동을 계기로 통화스와프 체결 등에 대한 논의에 나서면서 환율 ‘소방수’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결정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메모를 살펴보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2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종가 기준)은 지난 6월23일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한 이후 △8월29일 1350원 △9월2일 1360원 △9월5일 1370원 △9월7일 1380원 △9월14일 1390원선을 차례로 넘기며 빠른 속도로 1400원에 근접해왔다. 1달러당 1337.6원으로 9월을 맞이했던 환율은 이날 1409.7원으로 마감하면서 이 기간 72.1원(5.4%)이나 급등했다. 월간 변동률로는 가장 높다.

급격한 원화가치의 하락은 최근 미국 달러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14일 이후 외환당국의 개입 등으로 1380∼1390원대의 아슬아슬한 등락을 이어가던 환율은 이날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을 촉발제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400원선을 돌파했다.

특히 연준이 고강도 긴축 기조를 당분간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환율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올해 11월과 12월 두 차례 남은 회의에서 금리 1.25%포인트 안팎 인상을 시사했다. 한 번 더 0.75%포인트 이상의 인상이 유력시된다. FOMC 위원들은 점도표에서 내년 말 금리 전망치는 4.6%로 6월(3.8%)보다 0.8%포인트 상향했다.
‘천장’을 점치기 어렵다는 점이 현재 원·달러 환율 상승 속도에 대한 공포심을 배가시킨다. 시장에서는 1400원이 무너질 경우 ‘오버슈팅’(일시적 환율 급등세)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일찌감치 제기된 상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버슈팅으로) ‘1450원’으로 갈 수도 있다”며 “물가가 안정화되고 있는 추이가 아니고, 무역수지는 악화하고 있는 데다 (미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의 순공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수준이 고점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으로 향후 환율이 최고 1434원(10월 한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시)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원화가치 하락세가 심화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에 대한 우려를 전하며 금융 안정화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필요시 양국이 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며 “통화스와프도 양국 협의 대상이 되는 유동성 공급장치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한·미가 통화스와프 체결을 위한 논의에 돌입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수석은 다만 통화스와프 체결의 당사자인 양국 중앙은행 차원의 논의에 대해서는 “정부가 중앙은행 간 협의에 대해 공식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시장의 불안을 낮추기 위해 대응에 나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환율 수준 이면에서 가격 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요인들에 대해 촘촘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주재한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그동안 마련한 시장 안정 및 리스크 관리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해달라”고 주문했다.

이강진·이도형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뉴욕=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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