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레이아웃이 재미있는충주 주택 ‘교현재校峴齋’

충절의 고장 충주에 새로 지은 전원주택을 취재하기 위해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찌푸린 하늘이 우려되지만 충주 도심에 똬리를 튼 하얀 ALC 새집을 상상하니 마음이 설렌다. 주택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충주교현초등학교와 충주향교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주택이 들어선 동네는 지금은 개발에서 밀려나 공동화가 진행 중이나, 오랫동안 충주의 중심지로서 기능해 온 역사적인 곳이다.

이형우 기자 | 사진 박지현 기자 | 협조 별이건축

HOUSE NOTE

DATA
위치 충주시 교현동
지역/지구 제2종 일반주거지역
건축구조 ALC블록+라멘구조
대지면적 361㎡(109.4평)
건축면적 118.45㎡(35.9평)
연면적 146.09㎡(44.3평)
1층 100.87㎡(30.6평)
2층 67.90㎡(20.6평)
건폐율 18.77%
용적률 23.15%
설계기간 2021년 9월 ~ 2022년 6월
시공기간 2022년 9월 ~ 2023년 5월

설계 위드아키 건축사사무소
시공 별이건축 010-7906-9892 shinjigod@naver.com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징크외벽 - 롱브릭파벽 돌(모노타일 달마시안 화이트)
데크 - 화강암 석재
내부마감 천장 - 벽지
내벽 - 페인트바닥 - 타일
단열재 지붕 - ALC+수성연질폼
외벽 - ALC
창호 LG시스템창호
현관문 코렐도어 원목 MS24〔멀바우 원 목 편개(970×2100)〕
주방가구 세종부엌+그로헤 수전
위생기구 계림 비데일체형 BC-205J
난방기구 1층 경동나비엔 NCB 354 27K, 2층 경동나비엔 NCB 354 22K

두 아이를 둔 건축주는 2021년, 부모님이 1984년에 터를 잡아 처음으로 마련한 뒤 1994년 2층으로 신축한 집을 철거하고 새로 단독주택을 짓기로 결정했다. 6살 때부터 살기 시작해 초·중·고와 대학교, 그리고 아내와 결혼한 후 어머니와 같이 신혼집으로 함께한 만큼 추억과 애정이 가득한 집이었다. 하지만 동향으로 단열이 안 돼 있어 겨울에 너무 추운 데다, 결정적으로 집이 기울기 시작해 균열로 인한 누수와 옆집 피해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결국 철거하기로 했다.기계공학을 전공해 공장 설계 경험이 많은 중년의 댄디한 건축주는 “이곳에 3대가 살았고, 마당이 넓어 두 아이도 추억이 많다. 주변에 향교·학교·도서관·병원 등이 가까워 살기에 적합한 동네라서 주위의 땅을 사들여 성토한 뒤 남향 집을 짓게 됐다”고 말했다.
브라운 톤의 멀바우 원목과 블랙 메탈로 이뤄진 현관문이 화이트 외벽 속에서 도드라져 보인다.
현관에 들어서면 중문 앞까지 다소 널찍한 공간이 이어진다.
현관 일체형 팬트리 공간 구성

도심지 골목에 면해 있는 주차장을 지나 현관에 들어서면 중문 앞까지 다소 널찍한 공간이 이어진다. 중문 옆에는 창고 겸 팬트리로 활용하는 다용도실을 별도로 만들었다. 작업복이나 각종 정원용품 공구류, 캠핑 장비 등을 수납하는 공간으로, 이중 도어를 만들어 현관과 거실에서 각각 출입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재미있는 공간 레이아웃이다.

특이한 공간은 다용도실을 통해 거실로 들어서는 곳에서도 마주친다. 파우더룸이다. 보통 주부들을 위해 안방과 접해 있는 파우더룸이 출입구에 배치돼 있다. 건축주는 파우더룸을 가족 모두가 활용하는 장소로 만들기를 원했고, 특히 집안 청결 등을 위해 현관 옆에 설치하기를 바랐다. 파우더룸 옆에는 남향을 위해 배치하면서 생긴 사다리꼴 공간에 화장실을 설치해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방문하는 지인들이 출입하면서 쉽게 사용할 수 있고, 밖에 들락거리며 지저분해진 몸을 씻을 수 있도록 배려한 셈이니 일석이조의 레이아웃이다.
중문 옆에는 창고 겸 팬트리로 활용하는 다용도실을 별도로 만들었다. 이중 도어를 만들어 현관과 거실에서 각각 출입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보통 주부들을 위해 안방과 접해 있는 파우더룸을 가족 모두가 활용하기 위해 출입구에 배치했다.
“가장 비싼 게 가장 싸다”

거실을 포함해 1층 바닥은 화이트 톤의 포세린타일로 마감했다. 다른 유형의 바닥재에 비해 다소 비싸지만 내구성이 높고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건축주는 아내의 의견대로 집의 내·외부를 대부분 화이트 톤으로 마감했다고 한다. 자녀들이 사용하는 2층 바닥은 자연 친화적 느낌이 강한 강마루를 선택했다.

거실 창호도 인상적이다.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마당 공간에 애착이 강한 건축주는 거실에 큰 창을 내 사시사철의 변화를 즐기고 싶었다. 이에 시공사와 의논해 비용이 많이 추가됐지만 시스템 창호로 교체했다. 단열 성능과 기밀성도 좋지만 장기간 사용해도 깨끗하게 유지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건축주는 시공사인 별이건축 소장과 더 나은 대안을 위해 많은 협의를 가졌는데 공정의 80% 정도를 직접 시공하고, 유연한 대응을 보여줘 만족감이 높았다고 한다.
"집을 크게 잘 지으면 내구연한이 3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총 생애주기를 감안하면 ‘가장 비싼 게 가장 싸다’고 할 수 있죠. 고급 부품을 쓰는 프리미엄 자동차는 마진이 많지 않다고 합니다. 주택도 마찬가지입니다. 차근차근 좋은 자재로 짓는 집이 하자도 없고 오래 갑니다.”

옛집의 흔적을 현대적으로 벤치마킹

옛집에 대한 향수는 안방과 포치 구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건축주는 예전 주택의 툇마루를 연상해 안방에서 포치를 거쳐 마당으로 바로 나갈 수 있도록 문을 냈다. 예전 한옥에서 툇마루를 거쳐 사랑채 마당으로 나갔던 구성을 벤치마킹한 것이다.포치는 건축주 부부에게 가장 만족도가 높은 공간이다. 건축주의 작은 서재이자 부부가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카페다. 건축주는 예비 건축주들이 집을 지을 때 이러한 공간 구성을 적극 검토해보길 추천했다. 가족은 물론 방문하는 지인들마다 ‘엄지 척’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2층에는 자녀 방과 다락, 욕실을 배치했다. 다락은 지인들 방문 시 숙소가 되기도 하고 가족들의 운동 및 취미 공간이 되기도 한다. 옥상은 누수 하자를 우려해 처음부터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건축주는 집을 짓기 전 ALC 블록의 단열효과를 확신하면서도 습 함량은 우려했다. 그래서 집을 지은 후 1, 2층에 열회수 환기장치를 설치해 가동했다. 그 결과 지난 여름과 겨울을 습기와 난방 걱정 없이 지냈다고 한다. “겨울에 혹독한 추위가 왔을 때 보일러를 많이 틀지 않았는데도 설정 온도와 현재 온도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마치 아이스박스에서 생활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박공지붕과 외벽을 둘러싼 롱브릭 파벽돌도 마음에 듭니다.”한편, 마당의 자연화 과정을 중시하는 건축주는 잔디를 쉽게 관리하는 팁을 알려줬다. 마당 주변에 풀륨관을 설치하는 것이다. “잔디를 깎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코너인데 풀륨관을 설치하면 깎기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물 빠짐도 좋아 관리가 용이해집니다.”
큰 창을 통해 마당의 사계절 변화를 만끽할 수 있는 거실. 단열 성능과 기밀성이 뛰어나고 장기간 사용해도 깨끗하게 유지되는 점을 고려해 거실의 창을 시스템 창호로 교체했다.
깔끔하고 모던해 보이는 주방. 매립등과 조명의 은은한 빛이 공간에 아늑함을 더한다.
화이트 톤의 아일랜드 식탁과 짙은 베이지 색상의 냉장고 문이 대비감과 안정감을 준다. 식탁은 마당을 볼 수 있는 창가에 배치했다.
포치를 거쳐 마당으로 바로 나갈 수 있도록 문을 낸 안방. 예전 한옥에서 툇마루를 거쳐 사랑채 마당으로 나갔던 구성을 벤치마킹했다.
안방은 충분한 수면과 안정을 위해 최소한의 소품만 배치했다.
포치는 건축주의 작은 서재이자 부부가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카페다.
2층에 배치한 자녀 방과 욕실, 다락. 다락은 지인들의 숙소가 되기도 하고 가족들의 운동 및 취미 공간이 되기도 한다.
잔디 주변에 풀륨관을 설치한 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