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입북→탈북→또 입북 시도…교도소·정신병원 전전한 남성[뉴스속오늘]

전형주 기자 2024. 10.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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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탈북과 재입북을 반복한 유태준씨가 2017년10월19일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DB

2017년 10월19일. 전남 나주시의 한 정신병원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북한이탈주민 유태준(당시 48세)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도주 78일 만이다.
유씨는 도주 전 탈북과 밀입북, 재탈북을 반복하다 망상장애를 얻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는 왜 애써 탈출했던 북한으로 돌아갔으며, 또다시 탈북을 감행해 정신병원까지 흘러 들어가게 된 걸까.
두 번의 탈북, 한 번의 재입북…이유는?
/사진=뉴시스 DB
함경남도 함흥 출신인 유씨는 1998년 11월 세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탈북, 같은 해 12월 남한에 들어왔다. 2000년 2월엔 유씨보다 넉달 먼저 탈북했던 그의 모친과 남동생도 귀순해 서울에 정착하면서 유씨 가족은 남한에 뿌리를 내리는 듯했다.

그런데 유씨는 2000년 6월 북한에 있는 아내 최모씨를 데려오겠다며 재입북을 감행했다. 그는 북한 초소 경비병에게 400위안의 뇌물을 주고 두만강을 건넜으며, 곧바로 보위부에 체포돼 징역 32년을 선고받았다.

청진 제25호 교화소에 수용됐던 유씨는 곧바로 특별사면을 받아 평안남도 평성 양정사업소로 보내졌다. 이후 2001년 11월 사업소를 탈출, 다음 달 1일 양강도 보천군에서 압록강을 건너 중국 지린성 장바이현으로 재탈북했다.

유씨는 2002년 2월9일 다시 남한에 들어왔지만,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돼 2003년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출소한 유씨는 망상장애에 시달려 9살 아들을 학대했다. 2004년에는 아들 양육을 두고 이복동생과 말다툼하다,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 미수)로 징역 3년 치료감호 10년 처분을 받기도 했다. 다만 그는 2014년 치료감호를 끝내고도 정신건강을 되찾지 못해 보호관찰을 받으며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유태준 "북에 있는 아내 보고 싶어"

유씨의 도주 당시 현상수배 전단. /사진=전남 지방경찰청 제공
유씨는 2017년 8월1일 오후 3시36분쯤 정신병원을 탈출했다. 하루 동안 산속에 숨어있던 그는 다음날인 8월2일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 구로구로 도주했다.

그는 이후 수중에 있던 현금 100만원이 다 떨어지자 경기도와 인천에서 노숙자 명의를 빌려 일용직을 전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도주 78일 만에 특별한 연고가 없던 인천 남동구 한 옥탑방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곳에서는 구명조끼와 오리발, 스노클링 마스크가 발견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북에 있는 아내가 보고 싶어 우발적으로 달아났다"며 "서해를 통해 (북에) 가려고 월미도를 답사하기도 했다. 북으로 보내달라. 국정원이 나를 못 가게 하고 있다"며 "북에 가려고 알아는 봤는데 어림도 없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2018년 2월1일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6단독(안경록 판사)은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피고인의 행위는 재범을 방지하려는 우리나라 법률에 반하는 행위로, 응분의 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계획된 범행이 아니었고,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된 상황을 비관해 범행에 이른 점, 성실하게 치료 감호에 임한 점 등을 참작했다.
2019년 두번째 밀입북 시도
사진은 탈북민인 유씨가 살던 옥탑방에서 압수한 잠수복·오리발·물안경·휴대전화의 모습. /사진=뉴시스DB
출소한 유씨는 2019년 8월 베트남 하노이에 주재한 주베트남 북한대사관을 찾아가 자신을 북한에 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등 또 한 번 재입북을 시도했다.

북한 당국은 유씨를 간첩으로 의심해 이를 거절했지만, 유씨는 같은 달 9일 중국으로 밀입국해 입북하려다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한국으로 송환된 그는 2022년 2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으며, 그해 5월 항소가 기각돼 원심이 확정됐다.

유씨는 "캄보디아 국적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베트남을 경유해 여행했을 뿐, 재입북 의도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그가 유튜브에 재입북 의사를 밝히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게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객관적인 자료들로 범행의 고의가 충분히 인정되는데도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단 범행이 예비에 그쳤고 피고인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끼친 해악이 아주 크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전형주 기자 jh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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