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격투게임 붐을 이끌 차세대 격투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6

스트리트 파이터 6의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잠깐 전작 이야기를 해봅시다. 2016년 2월 출시된 스트리트 파이터 5는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를 되살린 스트리트 파이터 4의 정통 후속작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습니다. 저도 그 명성에 힘입어 신도림으로 달려가 플레이스테이션4와 아케이드 스틱을 함께 구입하기도 했죠.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스트리트 파이터 5는 대전의 재미 외에는 내세울 게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특히, 싱글 플레이 콘텐츠는 캐릭터별 스토리와 서바이벌, 콤보 트라이얼 정도로 길어도 2시간이면 모두 섭렵이 가능할 정도로 볼륨이 작았어요. 할 게 온라인 대전뿐이었는데, 격투게임을 원래 하던 사람이면 모를까, 격투게임을 처음 접하거나 싱글 플레이를 주로 즐기는 플레이어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온라인 환경이 좋았냐면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매칭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고, 매칭이 되어도 게임 환경이 원활하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많은 이에게 스트리트 파이터 5의 첫인상은 좋을 수가 없었고, 나름 재미있게 즐긴 제 입장에서도 혼자서 할 게 연습모드 뿐이었다는 점은 정말 아쉬웠습니다. 나중에 제너럴 스토리나 아케이드 모드 같은 싱글 플레이 콘텐츠가 보강되기는 했지만, 자동차 부수기 보너스 게임을 넣어달라는 제 바람은 결국 실현되지 않았죠.

네트워크 환경은 2016년 스파크래쉬에서 우승을 차지한 일본 프로게이머들이 공개적으로 언급했을 정도입니다.

이런 전작의 기억 때문인지, 베타와 데모에서의 경험이 매우 좋았음에도 제가 스트리트 파이터 6를 구입한 것은 출시 하루 전이었습니다. 차세대 격투게임이라며 호들갑을 떨었으면서도, 게이머인 저 자신은 스트리트 파이터 6를 순수하게 기대할 수 없었던 겁니다. 이번에도 대전만 남은 게임이면 어쩌지, 나 혼자만 재미있는 게임이면 어쩌지… 뭐 여러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런 우려를 안고 맞이한 6월 2일. '회사에서 찍먹이나 하고 가야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스트리트 파이터 6는… 그날부터 6월 6일까지 연휴를 회사에서 쭉 보내고 싶을 만큼 재미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집 컴퓨터 사양이 스트리트 파이터 6를 돌릴 정도로 좋은 게 아니기도 했지만, 그냥 끊지 않고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집에 가야 했고, 매일 밤 10시에 퇴근하다가 결국 적금을 깨서 게이밍 노트북을 샀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6는 전작과 역대급으로 다른 첫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게임에 들이는 시간이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6의 무엇이 이런 첫인상을 만들어낸 것일까요?

"게임을 하나 샀더니 게임 하나가 더 왔어요!"
퀄리티도 볼륨도 수준급이었던 '월드 투어'

게임 출시 1개월 전, 한국을 찾은 나카야마 디렉터는 시리즈 최초로 들어가는 오픈월드 싱글 플레이 모드 '월드 투어'와 기존의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정수를 담은 '파이팅 그라운드' 중 무엇의 비중이 더 높은지에 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했습니다.

중요도로 말하면 10:10이었습니다.
격투게임 모드에 집중하는 팀, 월드 투어에 집중하는 팀을 나눠 작업해 게임을 2개 만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정말 전력을 다해 만들었으니 양쪽 다 많이 즐겨 주시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허풍인 줄 알았습니다. 데모로 월드 투어 초반을 즐겨볼 때도 그랬습니다. 겉만 그럴 듯하고 속은 별거 없는 껍데기뿐인 콘텐츠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즐겨 본 월드 투어는 나카야마 디렉터의 발언이 그대로 들어 맞는 콘텐츠였습니다. 평소처럼 격투게임을 하나 샀을 뿐인데 뚜껑을 열어보니 제대로 된 오픈월드 게임이 하나 더 있었던 것이죠.

월드 투어는 자신의 아바타로 메트로 시티, 나이샤르를 비롯한 스트리트 파이터의 세계를 돌아다니며 진정한 강함이 무엇인지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그리고 루크를 시작으로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캐릭터, 레전드 파이터들을 만나 그들과 교류하고, 제자가 되어 그들이 싸우는 방법을 몸에 익히며 자신만의 강함을 추구하게 됩니다. 또, 평범하게 살아가는 주민부터 매드 기어의 잔당이나 폭력적인 애널리스트(?) 같은 악당, AI로 움직이는 드론, 청소 로봇에 냉장고와 서버까지, 다양한 이들과 주먹을 맞댑니다.

다양한 상대와 싸우는 월드 투어. 게임 후반부에 만나는 강적들도 무섭지만, 냉장고와 서버도 만만치 않습니다.

실제 게임 플레이는 '용과 같이'와 가까운 느낌입니다. 작은 도시 하나를 거닐며 이런저런 사건을 해결하러 다니거나 양아치, 건달, 야쿠자와 싸우는 게 비슷하죠. 월드 투어에서는 여기서 싸우는 상대가 악당 외에 일반 주민들도 있고, 전투 방식은 스트리트 파이터 6의 배틀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게 다릅니다.

또, 레전드 파이터로부터 배운 '마스터 액션'을 사용해 필드에서도 다양한 액션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주요한 차이점입니다. 단차가 있는 곳을 켄의 승룡권으로 올라가거나, 멀리 있는 발판을 혼다의 슈퍼 박치기나 춘리의 스피닝 버드킥으로 건너갈 수 있죠. 물론, 이런 마스터 액션은 본연의 역할인 공격용으로도 활약합니다. 전투가 가능한 주민이나 악당에게 사용하면 대미지를 주면서 전투에 돌입하는 식으로요. 지나가는 행인에게 스크류 파일 드라이버나 썸머솔트 킥을 꽂아 넣거나, 슈퍼 박치기, 스피닝 버드킥으로 반대편 플랫폼으로 건너가는 건 시리즈 팬에게는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재미있는 경험입니다.

레전드 파이터에게 여러 기술을 배우며 자신만의 강함을 추구하는 것은 해당 캐릭터들의 스타일과 필살기, 슈퍼 아츠를 장착하는 형태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스타일은 각 캐릭터의 특징과 기본기, 특수기를 의미하며, 아바타가 전투에서 사용하는 액션의 뼈대가 됩니다. 여기에 여러 캐릭터의 필살기와 슈퍼 아츠는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습니다. 이것저것 다양하게 넣어도 되고, 장기에프의 스타일과 필살기 위주로 장착하고 요가 텔레포트와 파동권을 넣어 기동력, 원거리 견제, 막대한 근접 대미지를 모두 가진 꿈의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커맨드가 중복되는 필살기를 넣지 못한다는 제약이 있지만, 자신만의 전투 스타일을 만드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마스터 액션으로 반대편으로 날아가거나...
선제공격을 하는 용도로 쓸 수 있습니다.
레전드 파이터에게 배운 스타일, 필살기를 조합해 자신만의 콤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릴리 스타일을 기본으로 디제이의 장풍, 장기에프의 공중 잡기 필살기를 더해 보았습니다.

월드 투어는 단순히 오픈 월드를 돌아다니며 싸우는 게임에 그치진 않습니다. 새로운 조작 체계인 '모던'과 함께,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를 처음 시작하는 플레이어에게 격투게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고, 스트리트 파이터 6에는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알려주는 방대한 튜토리얼이기도 하거든요.

다양한 패턴을 가진 적들을 상대하며 실전에서 만날 법한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대처법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고, 사이드 퀘스트를 통해 공세를 가드하는 방법, 상대가 공격하고 난 빈틈을 노리는 방법, 스트리트 파이터 6의 핵심 시스템인 '드라이브'에 대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전투 외에도 미니게임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격투게임 플레이에 필요한 여러 감각, 지식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HADO PIZZA 아르바이트와 KA☆RA☆TE 아르바이트에서는 파동권, 승룡권 같은 돌리기 커맨드, 소닉붐, 섬머솔트킥 같은 모으기 커맨드 입력의 감각을 익힐 수 있는 식이죠.

앞서 '방대한 튜토리얼'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그 규모가 작지 않다는 것도 월드 투어의 매력입니다. 스토리만 쭉 따라가도 20시간이 넘는 플레이 타임을 자랑하고, 다양한 사이드 퀘스트와 숨겨진 요소 찾기, 스토리 후반부터 클리어 후에 싸울 수 있는 다양한 강적들과의 전투 등 부가적인 즐길 거리도 많습니다. 게다가 월드 투어에서 육성한 아바타를 가지고 배틀 허브에서 다른 플레이어와 대전도 가능합니다. 기존 캐릭터를 공부할 필요 없이 월드 투어에서 익힌 지식만 가지고 대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 월드 투어는 넓게 보면 대전 튜토리얼도 겸하고 있는 셈입니다.

전작까지의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가 다른 플레이어와의 대전이 핵심 콘텐츠이자 엔드 콘텐츠이고 싱글 플레이 콘텐츠가 사이드 콘텐츠였다면, 이번에는 이 '월드 투어'를 핵심 콘텐츠로 두고 다른 플레이어와의 대전을 엔드 콘텐츠로 설정한 느낌입니다. MMORPG로 따지면 엔드 콘텐츠인 레이드 전에 육성/파밍 과정이 생겼다고 볼 수 있죠. 이렇게 보니 그동안의 격투게임이 그 어려움에 비해 얼마나 불친절한 게임인지 새삼 느껴지기도 합니다.

월드 투어 내에서 이런저런 전투 가이드가 되어주는 NPC들. 튜토리얼, 트레이닝에서도 익힐 수 있는 것들이지만, 월드 투어에서는 사이드 퀘스트 감각으로 배울 수 있어 아무래도 더 재미있죠.
커맨드 입력의 감각을 연습할 수 있는 HADO PIZZA 아르바이트. 순서대로 빠르게 입력하면 좋은 점수를 주는데, 실제 커맨드 입력의 감각도 이것과 비슷해서 감을 잡는 용도로는 제대로다 싶었습니다.
월드 투어로 시작한 플레이어에게 온라인 대전 입문 콘텐츠가 될 배틀 허브 매치. 월드 투어에서의 육성도가 반영돼 통상적인 격투게임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대전하는 감각은 비슷해서 가볍게 즐기기 좋습니다.

끝으로 이건 시리즈 팬으로서 좋았던 점인데, 월드 투어에서 캐릭터 각자의 삶이 전작보다 디테일 하게 그려진다는 겁니다. 월드 투어는 스트리트 파이터 5에서 샤돌루가 괴멸하고 난 뒤의 시점을 그리고 있는데, 세계를 위협하는 거대한 악이 사라지고 난 뒤라 그런지 스트리트 파이터 세계의 사람들은 다들 각자의 삶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덕분에 전작까지는 '아 이런 성격이구나', '이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서 지금 이러고 있구나' 같은 걸 목숨을 건 사투 중에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게임 내에서 본인과 대화하며 어떤 생각인지 직접 들어볼 수 있습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강함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류가 사쿠라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블랑카의 피부가 왜 초록색인지 등 시리즈의 팬이라면 가졌을 법한 의문에 대한 답도 월드 투어에서 꽤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끌린다'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하나쯤은 나온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저도 이번 월드 투어를 하며 새롭게 팬이 된 캐릭터가 있었는데, 스트리트 파이터를 처음 접하는 분들도 분명 끌리는 캐릭터가 하나쯤은 생길 것이라 봅니다. 그리고 이것이 월드 투어에서 익힌 격투게임 지식과 함께 게임의 엔드 콘텐츠인 다른 플레이어와의 대전, '파이팅 그라운드'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발판이라는 생각입니다. 격투게임은 넓게 보면 '캐릭터 게임'이고, 캐릭터의 매력은 격투게임에 열중하게 되는 원동력이기도 하니까요.

레전드 파이터와의 교류. 친밀도를 쌓아갈수록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일러스트가 함께 나오기도 하는데, 여기서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격투게임을 처음 하는 지인과도 재미있는 대전을 가능케 한 '모던'

격투게임에서 항상 아쉬웠던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주변에 같이 할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으로 먼 거리에 있는 플레이어와도 원활한 대전이 가능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가장 재미있는 건 주변 사람하고 하는 격투게임이라는 생각이거든요. 때때로 진지하게 임할 수 있으면서도 승패로 인한 스트레스가 덜하다는, 마치 책임 없는 쾌락 같은 대전을 즐길 수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격투게임은 보통 그럴 수가 없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실력 차이입니다. 아무리 새로 나온 격투게임이라도 격투게임을 꾸준히 즐긴 플레이어와 새로 시작하는 플레이어와의 격차는 쉽게 메우기 어렵거든요.

'스트리트 파이터 6'에 처음 도입된 조작 스타일 '모던'은 그런 플레이어간의 격차를 줄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조작 방법입니다. 펀치 버튼 셋, 킥 버튼 셋 해서 총 여섯 개의 버튼을 사용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조작 스타일 '클래식'이라면, 모던은 약공격, 중공격, 강공격, SP 버튼, DI 버튼, DP 버튼, 잡기 버튼, 어시스트 버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언뜻 보면 클래식 보다 버튼이 더 많아 보이지만, 뜯어보면 클래식에서는 동시 입력이 필요한 드라이브 임팩트, 드라이브 패리, 기본 잡기 등의 공통 시스템 조작을 버튼 하나로 간편하게 낼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약펀치와 약킥을 동시에 눌러 잡기'보다는 '잡기 버튼으로 잡기'가 훨씬 직관적인 것도 있고요.

클래식. 펀치 3종과 킥 3종의 6버튼을 사용하는 전통의 조작 방식입니다. 기본 잡기는 약펀치+약킥, 드라이브 러시는 중펀치+중킥, 드라이브 임팩트는 강펀치+강킥 같은 식으로 버튼 조합으로 사용해야 하죠.
모던. 필살기를 버튼 하나로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인 새로운 조작 방식입니다. 공격 버튼은 약, 중, 강, 필살기로 간소화됐고, 어시스트 버튼이 추가됐으며, 동시 입력이 필요한 드라이브 임팩트, 드라이브 패리를 따로 빼놓았습니다. 약+중은 버튼 위치로 보면 클래식의 기본 잡기와 동일한 버튼을 누르게 되어 있는 게 재미있죠.
여담으로 모던은 WASD+마우스 조작에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어려울 거 같지만 마인크래프트를 즐기던 플레이어가 이 조작법으로 플래티넘을 달았을 정도이니 하려면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실제로 써보니 휠버튼을 누르는 것만 익숙해지면 나쁘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SP 버튼은 필살기 버튼입니다. 류라면 버튼 하나로 파동권을 쏠 수 있는 셈이죠. 여기에 다른 필살기를 사용하고 싶으면 위를 제외한 다른 방향키와 함께 SP 버튼을 누르면 되고, 공중 필살기는 점프한 다음 SP 버튼을 누르면 끝입니다. 전작의 EX 필살기 개념인 오버 드라이브 필살기를 쓰고 싶다면 필살기 입력 시 어시스트 버튼을 함께 누르면 되고요. 슈퍼 아츠는 강 공격 + SP로 사용 가능하며, 2레벨, 3레벨 슈퍼 아츠는 각각 ←, ↓ 입력과 함께 눌러주면 됩니다.

콤보는 클래식처럼 공격 버튼과 SP 버튼을 직접 입력하며 사용할 수도 있지만, 어시스트 버튼을 누른 채 공격 버튼을 연타하면 그에 할당된 콤보가 자동으로 나갑니다. 약, 중, 강에 따라 콤보에서의 사용 게이지, 위력이 달라지는데, 할당된 콤보들이 꽤 강력해서 따로 콤보를 외울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또, 모던은 종래의 커맨드 입력이 막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다른 격투게임의 초보자용 입력 방식과 궤를 달리합니다. 필살기나 슈퍼 아츠를 간편 입력으로 사용하면 즉시 발동되는 대신 대미지가 약간 감소하는 페널티가 있지만, 커맨드 입력으로 사용하면 대미지 감소 페널티가 사라집니다. 평소에는 간편 입력으로 사용하다가, 대미지를 좀 더 내고 싶을 때는 직접 커맨드를 입력하는 식으로 선택지가 생기는 것이죠.

드라이브 게이지를 사용하는 모던 어시스트 중공격 콤보. 약하지 않습니다. 또, 2단 째에 띄운 걸 보고 슈퍼 아츠로 연계하면 더 큰 대미지를 줄 수도 있고요.

물론, 모던도 단점이 있습니다. 공격 버튼의 통합으로 클래식보다 사용 가능한 기본기의 수가 적고, 일부 필살기의 세기 구분이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하지만 그런 단점을 생각해도, 필살기, 슈퍼 아츠를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모던이 클래식보다 부족한 조작 스타일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프로게이머 중에서도 모던을 연구하는 사례도 있을 정도이고, 모던에서만 가능한 테크닉이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니 모던으로 시작하더라도 나중에 반드시 클래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법도 없습니다.

그런 연유로, 스트리트 파이터 6로 격투게임을 처음 시작한다면 모던을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쉬운 조작법이니 이걸 해라'라는 이론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실제로 이번에 스트리트 파이터 6로 격투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지인들이 있었는데, 모던을 통해 필살기와 슈퍼 아츠, 콤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박진감 넘치는 대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물론, 누적된 대전 경험의 차이를 메꾸기 위해 연습하지 않은 캐릭터를 사용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초보 플레이어가 대전의 재미를 느끼기까지의 진입장벽이 크게 해소됐다는 것은 몸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노트북을 산 것도 퇴근 시간 이후 늦게까지 벌어지는 지인들과의 대전회를 만끽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는 어차피 혼자 하니까 랭크 매치나 캐주얼 매치밖에 할 게 없고, 점심 시간이나 퇴근 시간에 잠깐 하면 되어서 딱히 필요가 없었거든요. 지금처럼 지인들과 격투게임 대전회를 벌이는 건 예전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입니다. 그리고 이런 기적을 선물해 준 모던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공정한 랭크 배치와 쾌적한 네트워크 환경!
파이팅 그라운드와 배틀 허브

싱글 플레이 콘텐츠가 아무리 탄탄하고 진입장벽을 크게 해소하는 새로운 조작 방법이 성공적으로 정착했어도, 스트리트 파이터 6는 격투게임. 다른 플레이어와의 대전이 원활하지 않다면 완성됐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제 여러분도 슬슬 눈치채셨을 텐데, 스트리트 파이터 6는 온라인 대전 환경도 수준급입니다.

먼저, 랭크 시스템의 변화입니다. 전작에서는 계정 단위로 랭크가 정해졌습니다. 그래서 서브 캐릭터를 파고 싶어도 랭크 매치에서는 수준에 맞는 상대를 찾기가 어려웠죠. 스트리트 파이터 6에서는 랭크를 캐릭터 별로 분리해 서브 캐릭터를 시작하는데 부담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격투게임은 다른 격투게임에서의 숙련도도 실력에 큰 영향을 주는 장르입니다. 그래서 같은 랭크의 플레이어라도 실제 플레이했을 때의 수준은 전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른바 '양민학살'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는 지점이죠.

스트리트 파이터 6는 랭크 배치 개념을 도입해 양학 우려를 해소했습니다. 어떤 캐릭터로든 랭크 매치를 시작하면 처음 10판은 랭크를 결정하기 위한 대전을 해야 합니다. 계정에서 처음으로 랭크 매치를 플레이할 때는 플레이어가 직접 자신의 수준을 정한 뒤에 10판을 플레이하고, 그 이후부터는 계정 내 다른 랭크를 기준으로 랭크 배치가 진행됩니다. 예를 들어, 골드 랭크의 릴리가 있는 상태로 제이미로 새로 랭크 매치를 돌리면, 브론즈를 시작으로 실버, 골드, 중간 결과에 따라 최대 플래티넘 랭크의 상대까지 매칭해주는 식입니다.

다만, 플레이어가 랭크 배치에서 고의 패배하는 식으로 악용할 여지가 존재합니다. 이런 경우 어떤 페널티가 주어지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런 플레이어와 매칭이 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블랙리스트 기능 같은 대책은 마련되어 있으니 적극 활용하면 좋을 듯합니다.

오른쪽에 8/10이라고 나와 있는데, 랭크 배치에 필요한 10판 중 8판을 했다는 의미입니다.
랭크 배치는 계정 내 캐릭터의 랭크에도 영향을 받는지, 골드 랭크 릴리를 하나 보유한 제 경우에는 뒤에 돌린 제이미의 배치 결과가 시작부터 플래티넘이 되기도 했습니다. 일정 계급에 도달할 때마다 계정 내 전 캐릭터의 계급을 일정 수준으로 올리는 철권7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다음으로 안정적인 네트워크 환경입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6는 전작에도 있던 메뉴를 통한 랭크 매치/캐주얼 매치 대기, 커스텀 매치 룸을 통한 대전(전작에서의 이름은 '배틀 라운지')외에도 배틀 허브에서 다른 플레이어와 실시간으로 대전하거나 배틀 허브 중앙에서 아바타 매치를 벌이는 등 다양한 네트워크 대전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저는 출시 후 랭크 매치는 100여판, 커스텀 매치를 100여판, 배틀 허브 매치를 50여판, 아바타 배틀을 2판 정도 플레이했는데, 그 과정에서 겪은 네트워크 오류는 3번에 불과했습니다. 오류가 떠도 네트워크 연결이 아예 끊기는 것이 아니라 랭크 매치 대기만 다시 걸거나 방에만 다시 들어가면 되는 정도라 경미했습니다.

여기에 회선 상태만 좋다면 유선 랜과 무선 와이파이 어떤 환경의 플레이어와 대전해도 크게 문제가 없을 정도로 네트워크 대전 환경이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매칭 시 상대가 어떤 환경에서 플레이 중인지 보여줘서 원한다면 유선 랜 플레이어하고만 대전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기쁘죠.

대전 상대의 통신 상태는 물론, 어떤 환경에서 접속하고 있는지도 보여줍니다. 여담으로, 와이파이 플레이어와 해도 생각보다 쾌적한 대전이 가능합니다. 와이파이 플레이어와 대전해 핑이 튀어서 문제가 생긴 경우는 한 번 밖에 없었거든요.

모르는 사람과도, 친구와도 언제든 하고 싶을 때 쾌적하게 대전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니, 대전을 중점적으로 즐기는 격투게이머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사양입니다. 물론, 이제 막 대전에 재미를 들인 초보 플레이어들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고요.

제2의 격투게임 붐을 이끌 차세대 격투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6'는 격투게이머 만을 위한 게임이 아니라, 모든 게이머를 위한 격투게임으로 완성되었습니다.

게임 하나를 샀더니 게임 하나가 더 들어 있었던 느낌을 줄 정도로 방대하고 퀄리티도 높은 데다가 격투게임을 시작하는 플레이어를 위한 튜토리얼까지 자연스럽게 담아낸 '월드 투어'를 시작으로, 격투게임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빠르게 대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끌어올린 기적의 조작 스타일 '모던', 그러면서 안정적인 네트워크 환경으로 대전의 재미까지 놓치지 않은 '배틀 허브'와 '파이팅 그라운드'까지…

과거 스트리트 파이터2로 격투게임 붐을 일으켰던 캡콤이 2023년 다시 한번 격투게임 붐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앞으로의 격투게임이 가야 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베타, 데모에서도 그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차세대 격투게임'이라는 수식어가 이보다 어울리는 게임이 또 있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