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로남불’ 끝판왕… 과밀학급 사태
- 집값 지키려다 동네 망치는 ‘치킨게임’
요즘 강동 고덕이 시끌시끌하죠. 공공보행로 문제가 엄청 시끄러웠는데 그때 상한 감정이 풀리지 않았는지 이제는 학군으로 2차전에 들어가는 양상입니다. 고덕동의 학군이 어떤 상황인지부터 학군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도 알아봤습니다.
"고덕중 통학로 막아볼까?" 그라시움의 살벌한 반격

고덕동 2차전은 통행로에서 시작했습니다. 통행로 논란을 다룬 1부를 보고 오시면 이해가 더 빠르실겁니다.
고덕아르테온이 공공보행로 문제로 주변단지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자, 고덕그라시움에선 학생들의 픽시자전거 폭주, 쓰레기 무단투기 등을 겪어오면서 오랜 기간 묵혀둔 불만이 폭발한겁니다. ‘너희 애들도 고덕중 통학로 막 쓰잖아’라는 반격이 시작되자 불길이 학군에 번진거죠.
고덕중에는 아르테온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데 이 길을 막아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학생들은 족히 2배 가까운 거리를 돌아서 등하교 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아르테온에 비해 명분도 훨씬 깔끔합니다. 아르테온의 문제가 된 길은 공공보행로인데, 그라시움의 도로는 완벽한 사유지거든요.
이걸로 고덕이 아웅다웅하다가 보니까 ‘고덕중에 아르테온 학생이 왜 이렇게 많을까?’ 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도달하게 됩니다. 고덕중 과밀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게 된거죠.
서울 과밀 1위 고덕중, 아르테온 때문인가?

고덕중은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과밀학교입니다. 올해 4월 1일 기준으로 학생수가 1,483명, 서울에서 제일 학생이 많은 중학교죠. 고덕그라시움과 고덕아르테온 입주 영향입니다.
학급별 과밀은 숨막히는 수준입니다. 학년마다 16학급씩 꽉꽉 들어차 있는데, 올해 5월 기준으로 과밀 기준(28명)을 피한 학급이 딱 하나 뿐입니다. 특히 1학년은 34명 반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 같은 학군에 속하는 이웃 강명중은 전체 학생 721명, 학생수 평균 24.9명으로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아르테온이죠. 그러니 “아르테온은 왜 가까운 강명중 놔두고 부득불 고덕중을 고집하느냐”는 핀잔이 나옵니다.
사실 이 주장에는 심술궂은 면이 있습니다. 강명중은 서울형 혁신학교라 학교 성격이 좀 다르죠. 상일중은 학교가 좀 작은 편이라서 이미 학급당 학생수가 평균 30명으로 과밀이 심합니다.
아르테온 학부모 입장에선 당연하게도 “과밀은 학교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는 결과다. 불가피한 고통은 함께 나눠야 하지 않느냐” 라고 명분을 내세워 주장하고 싶을텐데요. 그럼 고덕아르테온은 다른 지점에서 치명적인 모순에 빠져버리고 맙니다. 바로 초등학교 배정입니다.
"남의 단지 학교를 왜 다니려고 하냐” 결정적 모순, 고현초

상일동역 남단에는 초등학교가 2곳 있습니다. 고일초는 재건축 전부터 있었던 학교고, 고현초는 기부채납으로 새로 지어진 학교입니다. 고일초 학생수는 4월 1일 기준 1,856명. 서울에서 세 번째로 학생이 많습니다.
1분기 기준 학급당 평균학생수는 27.3명으로 강동·송파 3위의 밀집도를 기록하고 있죠. 그것도 1~2학년이 좀 적어서 그렇지 고학년은 30명 반이 흔합니다. 고현초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긴 합니다만 고일초에 비해서는 여유가 있습니다. 학급당 학생수는 25.8명 정도로, 4학년을 제외하면 과밀학급도 없죠.
고현초의 과밀이 억제된 가장 큰 원인은 초등학교 통학구역에 있습니다. 고일초 하나가 고덕 4~7단지 대부분을 커버하고 고현초는 고덕3단지, 바로 고덕아르테온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구조죠. 앞서 얘기했던 주장을 펴려면 고현초 배정구역 확장도 수용해야 앞뒤가 맞게 되는겁니다.
사실 입장이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닙니다. 고현초 규모 자체가 크지 않은 편이라 고현초 통학구역이 작게 설정돼야 했던건 맞습니다. 고덕아르테온이 일대에서도 큰 규모다보니 고현초 하나에 몰아넣으면 T.O가 얼마 안남긴 하죠.

근데 이 과정에서 3단지 일부 주민들이 보인 행태가 지역민들에게 아주 안좋은 인상을 남긴 탓에 감정의 골이 지나치게 깊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들은 교육청을 상대로 민원을 넣는 등 독점 통학권을 위한 실력행사에 나섰고, ‘비 아르테온 학생은 왕따를 당할거다’ ‘등하교 도우미는 비 아르테온에서 알아서 해라’ 라는 등 원색적인 비난이 나오기도 했었죠.
그 과정에서 드러난 인식 중에 제일 세간에 충격을 안긴 대목이 이겁니다. 우리가 기부채납한 학교는 우리 거라는 논리죠.
사실 고일초도 다른 단지들이 비용을 들여 증축했으니 그 학교는 너희것, 이 학교는 우리것이라는 인식이 직관적으로 생길 수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부채납의 의의는 사회 환원이죠. 공공에 필요한 시설을 지어서 무상으로 제공하고 대신에 개발 인센티브를 받는겁니다. 설령 특정 단지 입주로 필요해서 지은 학교라도, 그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짓게 된 것이지 특정 단지의 편의를 위해 지은 건 아닙니다.
“우리가 기부채납한 학교는 우리 것”이라는 주장은 집 앞의 땅을 토지수용으로 공공에 넘겼는데도, 그 위에 깔린 공공도로에 내 차를 대겠다고 주차금지 팻말을 세우는 행태와 비슷합니다. 보편적인 공감대를 얻기는 쉽지 않겠죠.
초등학교 배정이 뭐길래... 집값까지 흔들어

이번 사건을 두고 고덕을 비난하는 분들도 있는데 학군 문제는 특정 지역에서만 생기는 건 아닙니다.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는 곳곳에서 빈번하죠.
가까운 잠실에서는 잠래아 입주를 앞두고 파크리오가 잠실초 증축을 결사 반대하며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고, 광명에서도 공사로 인한 통학로 위험 문제로 광명자이더샵포레나가 광명북초 배정을 희망하면서 광명북초 학부모들이 반대한 건도 있었습니다. 전부 과밀을 우려하는 목소리였죠.
사실 학교 배정은 부모님들께 중대사항이라 집값에 영향도 큽니다. 그래서 더 예민하죠.목동에 월촌초등학교 통학하는 목동우성이라는 아파트가 있습니다. 이 단지는 전용 84㎡가 17억인데 양화초 통학하는 목동건영은 같은 타입이 7억이죠. 목동우성은 심지어 15년 더 늦게 준공한 목동e편한세상보다 비쌀 정도입니다.
서정초, 목운초에 통학하는 목동7단지도 면학분위기가 더 강한 목운초 매물은 매물도 드물고, 상대적으로 더 비싼 값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감정싸움의 끝은 '공멸', 고덕의 미래는?
고덕동 사태는 감정싸움으로 흘러가는 형국입니다. 사실 이익 문제보다 감정 문제가 잘못 꼬여버리면 해결이 더 어렵기도 하죠.
3년 전에 난리가 났었던 래미안 트리베라는 아직까지 통행로를 막아버리고 지내고 있습니다. 고덕도 서울에서 상당히 이름 날리는 동네인데, 이렇게까진 안 갔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한 줄 평으로 마치겠습니다. “한 냥짜리 굿하다가 백 냥짜리 징 깨뜨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