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 어머니도 “길 열어달라” 눈물 흘렸지만… 특전사동지회, 5·18묘지 참배 무산

주형식 기자 2023. 6. 3. 14: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월정신지키기 대책위 “가해자 사과 없는 피해자의 용서 웬 말이냐”
5·18 유족인 임근단 여사가 3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참배를 가로막은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 회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대한민국특전사동지회의(이하 특전사동지회) 국립5·18민주묘지 참배가 3일 한 시민 단체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날 특전사동지회와 동행한 고(故) 김경철 열사 어머니 임근단 여사는 “참배할 수 있게 길을 열어달라”며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임 여사는 청각장애인 구둣공이었던 5·18 최초 희생자 고 김경철(당시 24세) 열사의 어머니다.

특전사동지회 등 50여 명과 임 여사는 이날 오전 11시 50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그러나 이들의 참배를 반대하는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 100여명이 민주의문을 가로막았다. 10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는 “지난 2월19일 두 공법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와 특전사동지회는 ‘용서와 화해를 위한 대국민공동선언’이란 정치쇼를 펼치며 민주묘지를 짓밟았다”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오월정신을 훼손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세력과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진실 고백 없는 사죄는 보여주기 쇼”라거나 “가해자 사과 없는 피해자의 용서가 웬 말이냐”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들의 참배를 반대했다. 경찰은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양측 사이에 기동대를 투입해 인간벽을 세웠다.

특전사동지회 등과 동행한 고 김경철 열사의 어머니 임근단 여사는 기동대원들을 설득하며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검은 상복을 차려입은 그는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 묻힌 아들을 보러 왔으나 특전사동지회의 참배를 반대하는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 충돌을 막기 위한 경찰 벽에 부딪혔다.

임성록 특전사동지회 광주지부 고문은 막아선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를 향해 무릎을 꿇거나 절을 하며 협조를 부탁했다. 1시간 가까이 실랑이가 이어졌지만,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는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특전사동지회가 철수하면서 상황이 끝났다. 묘지로 들어가지 못한 특전사 회원 등은 민주의문 앞에서 묵념을 올리는 것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뒷걸음질 치는 도중에도 임 여사는 “경철아, 묘비 한번 닦아주지 못하고 가는구나. 망월동에 누워있는 오월 영령께 부끄럽다”고 했다. 임근단 여사는 눈물을 흘렸다.

참배 시도에 앞서 특전사동지회와 도청지킴이 5월 유족어머니는 이날 오전 광주 5·18 기념공원 추모승화공간에서 공동으로 참배 행사를 열었다. 임근단 여사도 참배 행사에 참석했다. 임성록 고문은 “오월 항쟁 당시 군 선배들과 전우들이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후배들은 처절하게 반성하고 있다”며 “민주화를 열망한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했다. 행사 도중 동지회 회원들은 5·18 민주화 유공자 4296명의 명패가 새겨진 조형물 앞에서 머리 숙여 참배했다. 특전사동지회가 5·18 기념공원 내 추모승화공간을 방문, 참배한 것은 지난 2월 19일, 5월 12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