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먼로·나폴레옹·윈스턴 처칠...샴페인을 사랑한 유명인들
이철형 / 와인소풍 대표
샴페인은 파리 왕실이 주최하는 귀족들의 사교 파티와 유럽 각국 황실에 납품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보편화됐고, 오늘날 좀 럭셔리한 사교계에서는 없어서 안 되는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시대별 셀럽(유명인)과도 인연이 깊을 수밖에 없다.
시대별 셀럽과 샴페인을 매칭하는 것은 어찌보면 사소한 얘깃거리일 수 있지만 술자리 가십거리나 화제가 궁할 때 아이스 브레이킹의 도구로 활용하면 분위기 전환용으로 나름 충분하니 재미삼아 가볍게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트로이 왕국의 헬렌이나 마리 앙트와네트의 왼쪽 가슴을 본떠 쿠페형 샴페인 잔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이전 칼럼에서 소개했으니 넘어가련다.
하지만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 얘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보태면 그녀는 샴페인 하우스 파이퍼 하이직의 첫 홍보대사였다고 한다.
비록 단두대에서 사라진 비운의 주인공이긴 하지만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지 않고 샐러드를 먹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새로운 유행이 만들어졌을 만큼 그녀는 미식의 세계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낳은 주인공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다음으로 셀럽과 샴페인 에피소드에서 단골처럼 등장하는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와인 애호가였다고 전해지는 나폴레옹이다.
그가 부르고뉴의 샹베르탱 와인을 사랑했다는 것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 샴페인과 관련해서는?
물론 삼페인과 얽힌 이야기도 존재한다. 샴페인 병을 칼로 여는 방법은 그와 그의 부하 장교들이 처음 연출했다고 한다.
샴페인은 사람이 없는 곳을 향해서 45도 위로 향한 채 호일캡을 벗기고 철망(뮈즐렛)을 풀고 병목을 감싸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뚜껑을 누르면서 다른 손으로 병을 돌려서 오픈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그들은 군인답게 다른 방법으로 열었다. 다소 위험해 보이지만 보는 사람이나 오픈하는 사람이나 한 번 해보면 기념이 되는 방식이다.
호일을 벗긴 후 긴 칼로 철망을 포함한 병목을 쳐올려서 코르크 마개를 오픈하는 세리모니인데 이것을 사브라주(sabrage) 라고 한다.
나폴레옹과 그의 부하들이 승리를 자축하면서 한 행동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나폴레옹 시절의 경기병(가벼운 차림의 기병)들이 차던 사브르(Sabre)라는 구부러진 칼로 샴페인 병을 오픈하는 것이어서 사브라주가 됐다. 요즘은 작은 손도끼로도 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 사브라주와 관련해서는 또 다른 스토리도 있다.
마담 클리코(Madame Clicquot(1777~1866)= 뵈브 클리코 Veuve Clicquot)는 남편이 죽자 샴페인 사업을 물려받았다.
그녀는 나폴레옹의 군장교들을 그녀의 와이너리에서 대접하곤 했는데 그녀가 그들이 아침 일찍 떠날 때 무료로 샴페인 한 병씩을 줬다고 한다. 그들이 이 부유하고 젊은 미망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사브르라는 칼로 샴페인 병을 오픈했다는 설도 있다.
아침부터 젊고 부유한 미망인을 꾀려는 젊은 사내들의 마음이 읽혀 그런지 그럴듯 하게 들린다.오늘날에는 이 사브라주를 위해 아예 작게 만든 전용칼을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다음 세번째 인물은 윈스턴 처칠 경 (Sir Winston Leonard Spencer Churchill, 1874~1965)이다.
샴페인을 좋아한 윈스턴 처칠이였기에 그에게는 샴페인 얽힌 스토리가 존재한다. 윈스턴 처칠은 참 게으른 것으로 유명하다. 동시에 알아주는 늦잠꾸러기였다. 그런 그가 매일 오전 11시에 샴페인을 마셨다고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이때 일어나자마자 잠을 깨우는 입가심으로 샴페인을 한잔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이나 그 때나 하급장교가 늦잠을 자는 것도, 일어나자 마자 술을 마시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다. 호사가들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가 샴페인을 좋아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승리했을 때는 샴페인을 마실 자격이 있고, 그리고 패배했을 때는 위로를 위해 그것이 필요하다(In victory, deserve it. In defeat, need it.)’라는 말을 남겼다고 하니 말이다.
프랑스의 샴페인 하우스 폴 로저(Pol Roger)도 2차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끈 그에 대한 존경심에서 ‘뀌베 써 윈스턴 처칠 (Cuvée Sir Winston Churchill)’이라는 샴페인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 샴페인은 아주 빈티지가 좋은 해에만 그랑크뤼 포도밭에서 수확한 피노누아와 샤르도네만으로 만든다. 정확한 블렌딩 비율은 비밀이지만 피노 누아가 더 많이 들어가는 건 누구나 아는 ‘비밀’이다.
이 샴페인의 특징은 다른 빈티지 샴페인이 출시한 후 그것들보다 항상 늦게 출시된다는 것. 오래된 와인 즉 올빈 와인을 좋아하고 늦게 일어났던 윈스턴 처칠 경의 와인에 대한 경의를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윈스턴 처칠은 ‘내 취향은 단순하다, 나는 최고에 아주 쉽게 만족한다(My tastes are simple, I am easily satisfied with the best.)’라는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다운 유머와 자신만만함이 느껴지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최고가 아니면 관심이 없다는 잘 나가는 귀족 특유의 오만불손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랴...소비자가 왕이다. 왕이 무슨 말인들 못하랴.
일어나자 마자 샴페인을 마신 사람은 또 있다. 바로 미국의 유명한 배우 마릴린 먼로 (Marylin Monroe, 1926~1962)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의 자서전에 '나는 샤넬 넘버 5를 입고 자고 매일 아침에 파이퍼 하이직 한 잔으로 잠을 깨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사실 여부를 떠나 뭇 남성와 여성들을 설레게 했다고 한다.
향수를 입고 자고 매일 아침 샴페인으로 시작하는 아침이라. 누구나 한번은 꿈꾸는 삶이지 않겠는가.
그런 그녀에게는 샴페인과 얽힌 또 다른 이야기가 전해진다. 샴페인으로 목욕을 했다는 것. 단순한 호기심이 생긴다. 목욕에 사용된 샴페인 양은 얼마였을까?
어떤 시간 많은 이의 추정으로는 750ml 기준으로 350병 즉 262.5리터란다.
사우나, 혹은 찜질방 목욕탕에서 거품이 올라오는 탕 속에 앉아 있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샴페인의 경우에는 차가운 것이 기본일테니 정신은 바싹 들고, 입만 벌리면 샴페인을 삼킬 수 있을테니 상상만으로도 재미나다.
개인적으로는 죽기 전에 시도해봐야지 하는 버킷 리스트에 올려놨다.
단지 문제라면 만만치 않은 파이퍼 하이직 가격이 문제인데, 샴페인이 부담스러우면 좀 저렴한 까바나 프로세코 같은 녀석으로 시도해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