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찾아 삼만리“ 2025년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 A to Z

윤혜진 객원기자 2024. 10. 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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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스스로 골라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듣는 고교학점제가 내년부터 전면 시행된다. 자칫하면 졸업도 쉽지 않다 보니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2025학년도부터 고등학교가 큰 변화를 맞는다. 1학년은 국영수 등 공통과목을 중심으로 듣고, 2학년부터는 진로와 적성에 따라 선택과목을 이수해 고교 3년간 최소 192학점을 따야 졸업할 수 있다. 학점 취득은 과목별 출석 3분의 2 이상, 성취율 40% 이상이어야 하며, 부족한 과목은 방과후나 방학에 보충 지도를 받아 만회할 수 있다.

또 고교학점제와 함께 내년 고1부터 내신 5등급제가 시행된다. 다만 성적 부풀리기에 대한 안전장치로 사회·과학 융합선택과목을 제외한 전체에 상대평가(A~E)와 절대평가(1~5등급)를 병기한다. 이 같은 변화 때문에 "상대평가가 병기되므로 대학 입시에 유리한 과목 위주로 수강할 것이다" "같은 등급 간 변별력을 위해 생기부 스트레스가 심화할 것이다" 같은 우려가 나오기도 하는 상황. 결국 코앞으로 다가온 고교학점제 아래서 살아남는 방법은 제도 취지에 맞게 미리미리 관심 분야를 파악해 목표 대학과 학과를 정하고, 진로에 도움이 되는 고등학교와 과목을 찾아 선택하는 정공법이다.
step 1 | 어떻게 진로를 찾아야 할까
의외로 많은 아이가 자신이 어디에 흥미가 있는지 잘 모른다. 또 진로를 결정했다 하더라도 중간에 바뀌기도 한다. 아이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 때문에 학부모와 교육 현장에서는 "꿈꾸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할 아이들에게 진로 조기 결정을 강요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상담을 해보면 단순히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아이들이 꽤 많다. 실제로 대학에 가서 진로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지 않느냐. 가뜩이나 고민이 많은 시기에 큰 부담을 준다"며 "당장 고1 여름부터 2학년 선택과목 수요 조사를 하기 때문에 현재 중3이라면 적어도 계열만큼은 정하고 입학해야 한다"고 걱정했다.

현재 중학생이라면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이후 약 3개월의 시간이 특히 중요하다. 중학교 과정을 다 이해했는지 점검하면서 진로 탐색의 시간으로 활용한다. 명확히 원하는 대학이나 직업이 없다면 커리어넷, 워크넷 등에서 무료 검사를 통해 잘할 수 있는 분야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학과 카드’도 도움이 된다. 학과 카드는 대학교 학과와 연계 직업, 전망 등을 정리한 것이다. 아이와 함께 학과 카드를 살펴보면서 맨 왼쪽에는 지금 상태에서 관심 가는 학과, 가운데는 싫지도 좋지도 않은 학과, 맨 오른쪽에는 싫은 학과들로 분류를 해본다. 맨 왼쪽의 학과 중 1~3순위 3개를 골라 정보를 수집하면서 관심사를 좁혀가는 게 포인트다. 이런 과정을 3~4개월에 한 번씩 해보면 좋다. 청소년기에는 진로가 변경될 수 있으므로 변화의 과정을 잘 기록해두면 본인의 관심사 방향도 알 수 있다.
step 2 | 어떤 고등학교를 선택해야 하나
고교학점제로 인해 학교 교육과정이 더욱 중요해졌다. 지원하려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살펴보려면 '학교알리미’ 사이트에서 진학하길 희망하는 고등학교 이름을 입력한 후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 및 평가에 관한 사항’을 검색한다. 이 중 '신입생 3개년 교육과정 편제표’ 또는 '전 학년 교육과정 편제표’를 찾아 참고한다.

또 내신 대비를 위해 학교알리미에서 진학할 학교의 교과별 학업성취 사항을 살펴볼 것. 과목별 평균과 표준편차, 성취도 분포 비율을 통해 학교의 시험 난이도와 학생 수준을 예상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평균이 높으면서 표준편차가 작다면 학업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있고, 평균은 높지만 표준편차가 크다면 시험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나 공부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섞여 있는 것이다. 반대로 평균은 낮지만 표준편차가 작다면 시험의 난도가 높을 가능성이 크고, 평균도 낮고 표준편차도 크다면 전반적인 학업 수준이 낮을 가능성이 있다.
step 3 | 어떤 과목을 들을까
서울대, 고려대, 한양대, 연세대 등 주요 상위권 대학이 정시에서 수능 성적과 더불어 학생부를 반영하거나 2026년부터 할 예정이다. 해당 과에 지원하는 학생의 교과 이수 현황을 살펴 대학 진학 후 강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해 중도 이탈하는 학생을 줄이겠단 의미다.

과목 선택에 대한 팁은 성적과 상관없이 서울대학교에서 제시하는 전공 연계 교과이수 과목(입학전형 시행계획에 실림)에서 얻을 수 있다. 국내 1위 서울대에서 요구하는 사항은 사실 다른 대학에서도 요구하고 싶은 부분이다. 대학 학과를 공부하는 데 필요한 권장 과목과 이에 따라 학습해야 할 기초 지식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조설아 광주 문정여고 교사
진로진학전담교사의 고교학점제 조언

조설아 교사는 16년 차 윤리 교사로 2019년부터 진로 진학전담교사로 활동하며 ‘이런 학과 요런 직업’ ‘누구나 할 수 있는 진로수업 38’ ‘고교학점제,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를 펴냈다. 현재 광주광역시교육청 내꿈찾기 상담위원도 맡고 있다.
성적을 아주 잘 받을 자신이 없더라도 희망 대학의 권장 과목을 듣는 게 좋을까요.
상위권 학생은 원하는 대학 학과에 권장 과목이 있다면 듣는 게 낫고, 중하위권 학생이더라도 자신의 진로에 도움이 된다면 배우고 싶은 걸 듣는 게 좋아요. 그러나 현장에서 보면 대다수 학생이 진로가 확정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성적을 잘 받지 못하는 과목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런 경우 아무래도 선택한 과목에 맞는 계열이나 학과에 맞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할 수밖에 없죠. 진로가 미결정이고 성적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일단 문과인지 이과인지만 결정해서 과목을 선택할 수 있고, 무전공 입학(전공 없이 진학하여 2학년 진급 시 전공 결정)을 염두에 둘 수도 있어요. 올해부터는 무전공 입학이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늘어나 과목 선택 시 부담을 덜 수 있을 거예요. 무전공제는 문과와 이과 구분 없이 통합 모집(보건의료 및 사범 계열 등 일부 학과 제외)하는 유형1과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첨단융합대학 식으로 분리 모집하는 유형2가 있습니다.

중간에 진로를 바꿔도 괜찮을까요.
학과나 계열에 확신을 갖고 과목 선택과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완전히 다른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면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대입에 도전할 수 있어요. 현장에서 보면 학생들 진로는 수시로 변화합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에요. 대학교에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니까 떠밀리듯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학점을 채우지 못한다면 해당 학년에서 낙제하는 건가요.
고교학점제는 학기제 운영입니다. 동명의 같은 과목을 다른 학기에 이수할 수 없어요. 어떤 학생에게 2학년 1학기 미이수 과목이 발생하였다면 1학기 말과 여름방학에 보충 이수를 합니다. 현재로서는 학기와 학년을 넘겨서 대학처럼 자유롭게 학점을 채울 수 있는 구조는 아닙니다. 다만 고교학점제를 학교 측면에서 바라보면, 교사가 학생 미이수를 예방하고 기초 학업 수준 이상을 달성할 수 있게 책임지고 교육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제도예요. 걱정하기보다 학생 스스로 학업성취율 40%를 달성해야겠다는 의지를 갖고 공부하면서 학교를 믿고 따라가야 합니다.

과목 개설 수나 전문 강사 확보 등을 고려했을 때 아무래도 학교 간 격차가 있지 않을지 걱정됩니다. 자기 학교에 개설되지 않은 수업이 있다면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듣는 게 나은가요.
도시와 지방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제도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온라인학교(온학교)는 학교 정규수업 시간 내에 과목을 개설해주고 수강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 학교에 '경제’ 과목을 가르칠 교사가 없다면, 학교 담당자가 온학교에 수요일 2교시 경제 과목 개설 신청을 합니다. 개설이 승인되면 수요일 2교시 경제 과목 수강자들은 한 공간에 모여 실시간 온라인으로 온학교 교사의 수업을 듣습니다. 또 본인이 듣고 싶은 과목이 학교에서 개설되지 않은 경우 방과후 시간과 토요일 오전 시간에 각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그 과목을 수강할 수 있어요. 학교 수업처럼 중간에 그만둘 수 없고 생활기록부에 이수 결과가 기록됩니다. 대체로 지금까지 만나본 입학사정관들은 공동교육과정 이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만,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은데 공동교육과정 이수를 한다면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고 해요. 학교 개설 과목 성적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학교 개설 과목들의 성적이 좋은 상태에서 보너스 개념으로 공동교육과정을 수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내신 체제도 바뀌었는데요. 상위권 성적의 중학생이라면 특목고·자사고를 우선으로 고려해보는 편이 나을까요.
일단 지금처럼 앞으로도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내신성적과 생활기록부 내용(과목 선택 및 탐구 내용),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맞추는 게 중요해요. 별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수도권 대학들은 약 30% 이상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합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포기하면 상위권 대학 진입의 문은 좁아집니다. 또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이라고 해도 내신 경쟁이 어려우니 정시나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많이 진학합니다. 일반고 학생도 최근 출간된 학생부종합전형 책을 읽고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입학사정관들이 강조하는 것은 고등학생 수준의 호기심을 갖고 탐구한 과정과 결과입니다. 결국 어느 고등학교를 진학하냐의 문제는 학생 성향에 대한 분석과 더불어 현재 성적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평가를 통해 가능합니다. 현재 중학교 성적이 좋은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보세요. 중학교 때 전교 1등 올 A라고 해도 일반고에서 2~3등급(현재 9등급 체계) 정도 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는데, 상담해보면 자기 주도적 학습이 아니라 학원 내신 자료로 공부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학교 내신 평가는 대체로 어렵지 않아서이기도 하고요. 여러 각도에서 고찰했을 때 학생이 특목고나 자사고에서 올 1등급을 받을 실력이라면 진학해도 무방하겠죠..

#고교학점제 #진로교육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조설아 참고자료 '고교학점제,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유아이북스)

윤혜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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