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내고 왔어요"…대형서점도, 독립서점도 '한강 열풍'
한강 작가 운영 서점으로 알려진 '책방오늘'에도 팬들 발길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혹시라도 (한강) 작가님을 뵐 수 있을까 해서 연차 내고 왔어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독립서점 '책방오늘' 앞은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기념비적 사건을 축하하려는 문학 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노벨상의 주인공인 소설가 한강(54)이 전날 수상자 발표 이후 아직까지 한국 언론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 가운데, 이 서점이 한강이 운영하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성지 순례' 장소가 된 것이다.
서점에서 나오던 손님 몇몇은 구매한 책을 손에 들고 서점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기도 했다.
서점 앞에서 만난 직장인 이다영(32)씨는 "이 책방이 (서초구) 양재동에 있을 때부터 직장 근처라 종종 방문했는데 서촌으로 옮기고는 처음 와 본다"며 멋쩍게 미소 지었다.
평소 한강 작가의 팬이라는 이씨는 "영수증에 대표자명이 '한강'이라고 적힌 것을 보고 찾아봤는데 한강 작가님이 종종 여기서 토론회나 강연을 하시기도 하고 여러모로 작가님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수상 소식을 듣고 동시대를 사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책을 원서로 읽을 수 있음에 너무 감사했다"며 "번역 없이도 책에 담긴 문장의 뜻을 잘 이해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종로구 주민이라는 60대 민모 씨는 "워낙 좋아하는 작가라 (노벨문학상 수상을) 자축하는 마음으로 서점에 왔다"며 "동네라 왔다 갔다 하며 자주 왔었는데 한강 작가가 운영하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기념하려고 다시 와봤다"고 했다.
통의동 한 골목길에 위치한 서점은 손님 7∼8명만 들어가도 꽉 찬 느낌을 받을 만큼 작은 공간이었다. 서점 관계자는 점차 몰려드는 손님과 취재진에 결국 오후 2시 40분께 서점 문을 닫았다.
책방오늘에 종종 방문해왔다는 김수미(33)씨는 "서점이 생길 때 지인을 통해 한강 작가가 운영한다는 걸 알게 됐다. 기쁜 소식을 듣고 겸사겸사 책방에 들렀는데 대기 예약이 끝났다고 해 책을 사지 못했다"며 발길을 돌렸다.
이날 종로구 광화문 교보문고에도 이른 아침부터 한강 작가의 책을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오픈런'을 하기 위해 입구에서 줄을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입구 근처엔 한강의 작품들을 종류별로 진열한 특별 매대가 설치됐는데, 직원들은 매대에 올려놓기 무섭게 사라지는 책들을 계속해서 채워넣기에 바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라고 적힌 포토존도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저마다 한강 작가의 책을 한두권씩 들고 포토존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최중석 교보문고 팀장은 "서점 문을 열기도 전에 계단까지 손님들이 줄을 서 있었다. (한강 작가의) 책도 일찍이 재고가 다 떨어져 출판사에서 급하게 새로 받아 진열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10년 일했지만 사인회 같은 행사를 빼고는 이렇게 손님이 많은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
한강 작가의 책을 5권 집어 든 직장인 김모(27)씨는 "어제 소식을 듣고 일부러 찾아왔다. 친구에게 부탁받은 것도 있어 많이 사는 중"이라며 웃었다.
직장인 이현경(45)씨도 한강 작가의 '디 에센셜 한강'과 '서랍을 저녁에 넣어 두었다'를 구매했다. 이씨는 "알고 있던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아 너무 감격스러웠다"며 "문장 하나하나가 간결하면서도 그 안에 많은 의미가 있는 것 같아 너무 좋다. 못 읽어본 책들도 다 읽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태평중학교 교사 김성경(53)씨는 "어제 너무 기쁜 소식을 듣고 체험학습을 온 김에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며 "한강이라는 작가를 모르는 친구들도 있지만 일단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태평중학교 학생 오모(14)양은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니 너무 멋지다"며 "작가가 꿈인데 앞으로 그 꿈에 더 정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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