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에 허탈? 상대적 박탈감 조장하는 언론

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2026. 5. 3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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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속의 경제학]

[미디어오늘 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 2026년 5월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20일 밤 삼성전자 노조는 총파업 예고일 직전에 노사 잠정합의안을 도출하였고, 찬반투표 절차에 돌입하였다. 합의안에 대한 분석과 찬반 외에, 언론들은 '성과급 6억' '상대적 박탈감'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연합뉴스는 직장인 커뮤니티의 포스팅과 댓글 반응, 업로드된 합성 이미지 등을 이용하고 서모(28)씨, 최모(29)씨 등의 인터뷰를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성과급만 6억? 허탈한 직장인 분노가 커진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그림과 함께 1면에 실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어떤 누군가가 잘 되는 것을 보면, 그리고 그 누군가가 정당한 노력이나 공로의 대가가 아닌 의심스러운 방법 혹은 운이 좋아서 잘 되는 것을 보면 질투심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은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과도하면 개인에게도 사회에게도 좋지 않기에 통제될 필요도 있다. 이를테면 욕심이나 탐욕, 성적 욕구 같은 감정은 언론이 어느 정도는 통제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질투를 일으킬 수 있는 상대적 박탈감은 그 문제점에 비해 언론의 자정 노력은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상대적 박탈감의 시작점은 비교이고 이는 남들보다 더 나은 상태를 원하는 욕망에서 온다. 때로는 이러한 욕구가 동기부여가 되어 더 열심히 노력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남들과의 비교는 그 특성상 끝이 없다. 사회적으로 금전적으로 성공해도 만족하지 못하게 하며,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은 무시하고 위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부러움과 시기심이 교차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게 만든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비교 자체를 의도적으로 줄이고 선을 넘지 않게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에 관한 기사의 범람은 비교를 더 부추기고 독자들의 정신적 피로를 부추긴다.

더 나아가 이런 기사들은 사회 공동체의 연대와 통합을 저해한다. 정부의 정책, 기업의 실적, 부동산이나 주식 가격의 상승, 개인의 성취 등 사람들은 다양한 경로로 금전적인 이익 혹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데, 이것들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바깥의 영역, 운이 좋았던 영역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상대방의 행운에 대해 부정하거나 시기하거나 정책적으로 반대하거나 불공정하다고 이익분을 빼앗아야 한다고 주장하면 구성원들이 감정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다.

▲ 고유가 피해지원금 2차 신청이 시작된 2026년 5월18일 서울 시내 한 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지원금 신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난지원금을 차등지원하는 경우 “왜 내가 못 받느냐”라고 불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주 언론에 보도되며, 부동산 가격이나 주식 가격이 상승할 때도 “벼락거지”라는 말을 언론이 앞장서서 유통시킨다. 이런 문제를 제도적인 개선 및 대안제시로 이끌어 내는 좋은 보도도 있었지만, 한편에서는 많은 기사가 말초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수준에 그쳤다. 국가와 공동체가 연대하려면 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해야 하는데 이런 박탈감 자극은 통합에 역행한다.

근본적으로 대부분의 정부의 정책은 사람들의 이해관계의 충돌을 조율하고 봉합하는 것이다. 한쪽이 명시적으로 혜택을 본다면 다른 쪽은 혜택이 간접적이거나 혜택이 없을 수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언론이 끊임없이 분열을 조장하면 정부 정책이 제대로 설계되기 어렵다. 엄격하게 대안들을 서로 비교하면서 정해져야 할 정책이, “내 기분 나쁘니 반대”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쉬워진다. 상대적 박탈감 논란이 정부 정책에 대한 무분별한 반대와 불신을 조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대한 적당한 분노는 사회의 불평등을 개선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은 높이 있는 사람들의 부조리 분석을 통한 사회 개선이 아닌 옆사람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나기 쉽다. 조선일보의 기획기사 역시, 조사 내용은 자산 불평등이 제일 심하다는 답이 많았고 부모의 경제적 배경이 원인이라는 답이 제일 많았다. 하지만 기사 내용에 있어서 부동산 문제나 상속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거의 없었고, 그러한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논의 역시 보이지 않는다. 기사의 상당수는 삼성전자 성과급 문제에 집중되었다.

요즘 유튜브의 성공 방식은 사람들이 원하는 말, 하고 싶은 말을 대신 단호하게 해 주는 것이다. 누구나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는 감정이라면 부정적인 감정이라도 그 감정의 표현이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다. 대놓고 말하기 힘든 것들이기에 누가 찔러 주면 공감하기 쉽고, 그래서 어떤 사람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내지는 손절해야 한다는 말이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서 범람한다.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글이 많은 것 역시 조회수 저널리즘의 어두운 단면이지만,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는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다.

언론 차원에서 자제하자는 최소한의 자율적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어지면 어떨까.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는 내용을 기사 제목부터 내용 전반에 계속 담아 놓고 나서 마지막에 짧은 인터뷰로 비교 욕구가 무기력함이나 우울감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마무리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언론의 무책임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언론이 무기력함이나 우울감을 조장하고 있다는 자백일 지도 모른다. 사회 구성원 개인의 정신건강 차원에서 그리고 사회적인 연대와 통합 증진 차원에서, 상대적 박탈감 기사들에 대한 적당한 수준의 제동 장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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