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이상 지방간질환, ‘간 특정 유형’과 ‘전신 유형’으로 구분
- 공격적으로 간에 영향을 미치는 ‘간 특정 유형’
- 당뇨, 신장질환, 심혈관 질환 유발하는 ‘전신 유형’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Fatty Liver Disease, MAFLD)’을 유형에 따라 나누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간에 집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유형과 다른 장기 및 조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유형으로 나누는 것이다. 증상의 진행 및 예후에 따라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최적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알코올성’ 명칭의 부적합성
흔히 ‘지방간’이라 줄여서 부르곤 하는 지방간질환은 크게 ‘알코올성 지방간질환’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으로 구분해서 불러왔다. 하지만 올해 6월 대한간학회에서는 국제 흐름에 맞춰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이라는 한글 명칭을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FLD)’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비알코올성’이라는 명칭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정확한 발병 원인을 파악하는 데 있어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비알코올성이라는 단어에는 술 이외의 발병 원인을 모두 하나로 묶어서 취급하는 뉘앙스가 담겨 있지만, 실제로 지방간질환은 비만, 당뇨, 고지혈 등 각기 주된 원인이 다른 대사이상 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알코올’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면서 환자에게 불필요한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알코올’이라고 명시하긴 했지만, 알코올이라는 단어가 인지되는 순간 사람들은 자연스레 술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7월 다국적 간학회에서는 공식적으로 용어 변경을 선정·공시했으며, 국내에서도 올해 6월 한글 명칭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추세에서는 오히려 알코올성 지방간질환보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의 발생 비율이 더 높아지고 있다. 비만을 비롯한 각종 대사증후군의 유병률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비알코올성 → 대사이상 → 2가지 유형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와 예테보리 대학은 각각 두 가지 유형의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돼 발생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발병한 다음의 예후는 최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는 것이다.
두 기관의 연구팀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핀란드 등 여러 국가의 코호트에서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환자들의 데이터를 확보해, 증상이 어떤 경로로 진행되는지를 분석했다. 다양하게 나타나는 양상을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보다 공격적이면서 주로 간에 영향을 미치는 유형(간 특정 유형)’, 그리고 ‘심장과 신장을 비롯한 전신 대사와 관련이 있는 유형(전신 유형)’으로 분류했다.
간 특정 유형은 매우 공격적인 진행 양상을 보이며 간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간경변 또는 간암과 같은 증상을 유발할 수 있지만, 다른 심혈관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전신 유형은 간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신 당뇨, 신부전, 심혈관 질환 등을 일으킬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
‘간 특정 유형’과 ‘전신 유형’으로 구분
이는 똑같이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이 발병하더라도 유형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스테파노 로메오 교수는 프랑스 릴 대학의 연구팀과 함께 또 다른 방향의 연구를 진행했다. 데이터 분석 방법론인 ‘비지도 클러스터링’을 통해, 확보한 환자들의 데이터에서 패턴 또는 구조를 찾아내고자 한 연구다.
로메오 교수는 이 방법으로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기존에 간 특정 유형과 전신 유형으로 분류했던 것과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비교적 간단한 임상 변수만 가지고도 두 가지 유형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 로메오 교수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에 모두 27개의 유전적 변이가 발견됐다. 질환의 세부적인 유형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게 한 핵심적인 요소다. 연구팀은 이 내용이 유전학 연구에서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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