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칼럼] ‘뉴이재명’과 ‘윤어게인’, 6·3 선거는 진보-보수 장기변동의 서막이 될까

이형석 2026. 5. 7. 11:2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난달 9일 투표 참여 홍보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최고 70%에 육박하면서 고공행진 중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도 많게는 더블 스코어 이상까지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1년만에 치러진 4년 전 지방선거에선 시·도 광역자치단체장 17곳 중 민주당이 5곳, 국민의힘이 12곳을 차지했다. 그 결과 입법권력을 제외한 행정·지방권력은 보수가 지배하게 됐다. 반면 이번엔 2018년 지방선거의 민주당 압승 결과가 재현되리라는 예측이 많다. 2018년엔 총 17곳의 광역단체장 자리가 14(민주당) 대 2(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 대 1(무소속)로 배분됐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엔 총 16곳(광주·전남 통합으로 전 선거보다 1곳 감소) 중 경북을 빼놓고는 국민의힘이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지역은 거의 없다. 대부분 지역에서 여당이 우위이거나 일부 경합세다. 여론조사와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면, 민주당이 행정·입법권력에 이어 지방권력에서까지 압도적 우위를 달성하게 된다.

이번 지방선거가 여러모로 2018년의 기시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보수 정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되고, 조기 대선에선 민주당이 승리한 후 1년 만에 대통령 지지율의 고공행진 속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라는 조건이 같기 때문이다. 정치 지형상으로는 여당 우위가 한층 더 강화됐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국회 의석 분포는 민주당 119석, 자유한국당 112석, 바른미래당 30석,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 기타·무소속 17석이었다. 당시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제1당이긴 했지만 과반엔 한참 미달했고, 민주·진보계열을 합쳐도 보수 계열에 비해 딱히 우위라고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현재 국회 의석 수 분포(4월 기준)는 민주당 160석, 국민의힘 107석, 조국혁신당 12석, 진보당 4석, 개혁신당 3석, 기본소득당 1석, 사회민주당 1석, 무소속 7석이다. 민주당이 과반을 점한 것은 물론이고, 다른 진보계열 정당·무소속과 합치면 185석이다.

미국 정치학자인 크리스티 앤더슨은 저서 ‘진보는 어떻게 다수파가 되는가’에서 ‘선거 참여의 깊이와 강도가 높고, 지역공동체 내 권력관계에 상당 수준의 재편이 일어나며, 새로울 뿐만 아니라 지속성을 지닌 정당 지지 양상이 나타나는 선거’를 ‘중대선거’라고 했다. 곧 ‘거대한 유권자 재편’과 이로 인한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대규모 정당 지지의 변화’가 나타나 정당-유권자 연합이 ‘재정렬’되는 계기가 중대선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총선으로 말하자면 2016년 20대와 2020년 21대가 ‘중대선거’로 평가할만하다.

20대에선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압승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1석 차이로 민주당이 승리(123대122)했다. 이 때 17대 국회 임기 4년(2004~2008년)을 제외하고는 13대부터 19대까지 이어온 24년간 국회의 ‘보수 천하’가 끝났다. 이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쳐 총 180석을, 2024년 22대에선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함께 175석을 얻었다. 21대(민주+정의+열린민주)와 22대(민주+조국혁신+새로운미래+진보) 총선의 민주·진보 계열 당선자는 189명으로 정확히 일치한다. 입법권력 지형에서 19대 총선이 보수 정당으로부터 민주당 우위로의 ‘추세전환’을 알리는 분기점이 됐다면 20대는 일방적 우위를 굳히는 계기가 돼 21대까지 이어졌다.

대선 중에선 1997년 15대와 2025년 21대를 중대선거로 꼽을 수 있다. 15대 대선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승리해 6공화국 개헌(1987년) 후 첫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후 조기에 치러진 21대 대선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됐는데, 민주당과 국민의힘 계열 보수정당이 사실상 1대1로 단독 양자대결을 벌여 민주당이 최초로 승리한 대선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후 치러진 19대 대선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승리했지만, 홍준표(자유한국당), 안철수(국민의당), 유승민(바른정당) 후보 등 보수 진영이 분열된 것이 탄핵과 함께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6·3 지방선거의 핵심 변수는 30대, 뉴이재명, 윤어게인

그렇다면, 6·3 지방선거는 어떤 정치사적 의미를 띠고 있을까. 만일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의 두 차례에 걸친 탄핵 후 민주당의 우세를 강화·고착화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양당 중심 체제가 민주당 일방 우위로 재구성되는 한편, 보수진영에선 기존 제 1당은 소수화하고, 나머지 여러 군소 정당으로 분열해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성·세대별로도 새로운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2017년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를, 2022년엔 윤석열 후보를 다수 지지했던 지금의 30대 중에서 탈(脫)국민의힘 추세가 강해질 수 있다. 지방파 방송3사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7~2025년 치러졌던 3번의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20대와 30대 남성층에서 가장 변화가 심했고,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2017년 당시 문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던 30대의 상당수 인구가 2025년엔 40대로 이미 진입하고, 20대는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며 30대로 이동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금 30대가 된 남성층 중에선 2017년엔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으나 2022년 선거에선 국민의힘을 지지했고 그 중 일부는 2025년 민주당 지지로 복귀하거나 개혁신당으로 지지정당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30 여성층의 민주당 지지는 비교적 강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유권자층으로 새로 진입하는 젊은 유권자일수록 점점 민주당 지지세는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은 4050(X세대, 1970·80년대생)과 ‘86’세대(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1960년대생)이다. 이들은 학생운동과 사회민주화 운동을 경험하거나 목격했던 세대로 이념 지향이 상대적으로 강하지만, 중도 보수나 30대 이하는 운동권과 거리가 멀고 탈이데올로기 및 실용주의를 특징으로 한다. 만일 중도 보수와 30대로 민주당이 외연을 확장한다면 전통적인 지지층과 ‘뉴이재명’ 유권자층의 ‘연합’이 더 탄탄해질수 있다.

반면, 보수 진영에선 이른바 전통적인 보수, 중도 보수와 ‘윤어게인’ 세력 간의 관계가 핵심적인 이슈다.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보수 성향 유권자층의 결집력은 다소 강해질 수 있지만, 현재로선 국민의힘 내분으로 마땅한 구심력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전통적인 보수나 중도 보수의 이탈이나 ‘윤 어게인’과의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다. 보수 결집도에 따라 서울과 대구, 부산, 울산, 경남 시도지사 선거결과가 결판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선거에선 서울은 보수화되고 경기도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화되는 것이 추세인데, 이번에도 그 흐름이 계속될 지 여부는 계엄 심판, 부동산, 중동전쟁, 주식 시장 등의 이슈 중 어느 것이 유권자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광주 북구의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점검 장면. [연합]

2018년 vs 2026년 지방선거 ‘평행이론’?

2018년 6·13 지방선거를 한달여 앞두고 그 해 5월 2~3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2명에게 실시한 실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이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당시 문재인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엔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83%, ‘잘못하고 있다’가 10%였다. 정당지지율은 민주당 55%, 자유한국당 12%, 바른미래당 6%, 무당층 21%였다. 여론조사 직전인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져 당시 여론조사에선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최고조에 달할 때였다. 그해 4월에는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70~74%였고, 민주당은 47~52%, 자유한국당은 내내 12~13%였다.

올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여론 지형은 그때와 판박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4월4주차)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67%로 집계돼 취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직무수행 긍정 평가 이유로는 ‘외교’가 19%로 가장 많이 꼽혔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48%, 국민의힘이 20%, 무당층 26%를 각각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앞선 4월 1·3주차 조사에선 각각 18%와 19%를 찍기도 했다.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2018년 5월 1주차와 올해 4월 4주차 조사에서 모두 대구·경북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 과반을 넘겼으며, 전 연령대에서도 긍정 평가가 더 많았다. 정당지지율은 2018년 5월 1주차에 민주당이 전 지역, 전 연령대에서 자유한국당을 앞섰다. 올해 4월 4주차엔 대구·경북(33%대 41%)을 제외하고는 전 지역에서, 전 연령대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지지율이 높았다.

2016~2018년과 2024~2026년의 정치 일정과 결과는 ‘평행이론’이라고 할 정도로 겹쳐진다. 2016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됐으며 2017년 3월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고 곧 치러진 조기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됐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2024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크게 이겼고 2025년 4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됐으며 6월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승리했다. 그리고 그 1년 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진보와 보수의 재편, 장기변동의 시작?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으로 이어져온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과, 지난 2차례의 대선에서 새롭게 가세한 이 대통령 지지층 간의 ‘연합’이 깨지지 않고 ▷30대 유권자층 및 중도 보수층까지 민주당이 외연을 확장한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2018년을 뛰어넘는 민주당의 승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규제 위주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중동전쟁으로 인한 충격이 확대하며, 증시와 경기 변동성이 음(-)의 방향으로 기운다면 야당이 반사이익을 누리게 될 수도 있다. 친노·친문과 친명과의 당권 경쟁, 조국혁신당과의 합당논의과정에서 불거진 전통 지지층과 ‘뉴이재명’과의 갈등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불씨다.

국민의힘이 ‘선방’하기 위한 조건은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얼마남지 않은 시간, 주체의 혁신과 외부의 여건 조성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당 내에선 장동혁 대표를 지지하는 당권파와 비당권파, 친한동훈계가 힘을 모아야 하고, 지지층으로는 ‘윤어게인’과 전통·중도 보수층을 결합시켜야 한다. 보수 통합과 쇄신의 노선이 절대적인 조건이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의 외교·부동산·경제정책에서의 실책과 악재, 유권자들의 반감을 바랄 수 밖에는 없는 처지인데, 네거티브 일변도의 대국민 메시지는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기도 하다.

미국의 우선주의와 중동전쟁,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글로벌 경쟁 등은 과거의 진보-보수 담론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를 던지고 있다. 새로운 양상의 성·세대·지역 갈등도 마찬가지다. 이번 지방선거는 시대 전환의 요구와 유권자층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집단은 도태되고 실용과 혁신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 세력만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장기적인 정치 전환의 시작’이 될 수 있고, 돼야 한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