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in] 실나라뜨개방 김연숙 씨 "정직한 뜨개에 매력… 25년째 무료 강의 중"
‘재료 구입 시 손뜨개 무료 수강’. 수원시 영통구 매탄4동 소재 ‘실나라뜨개방’엔 이렇게 적힌 팻말이 걸려 있다. 25년째 한 자리를 지킨 실나라뜨개방은 김연숙(69·여) 씨가 옷과 함께 이웃 사랑을 뜨는 공간이다.
30일 중부일보 취재진과 만난 김 씨는 "사람을 좋아해서 만든 사랑방 형태의 뜨개방"이라며 "손님이 뜨고 싶어하는 무엇이든 50번이고 100번이고 완성할 때까지 다 알려준다"고 소개했다.
김 씨는 지난 2000년 9월부터 이곳에서 손뜨개를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TV 드라마 속 뜨개옷이나 주문 제작 소품 등도 만든다.
하루에 보통 40~50명의 손님이 왔다 가는데, 일요일을 제외하고 한 번도 뜨개방 문을 닫은 적이 없다. 점심시간엔 김 씨가 직접 뜨개방에서 밥을 차려 손님들과 나눠 먹기도 한다.
그는 2001년부터 9년 동안 혈액 투석을 하고 2016년에 위암 수술, 최근엔 귀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뜨개방엔 항상 온기가 돌았다.
김 씨의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뜨개방을 찾고 일을 도맡아 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병원에 한 달을 입원해도 손님들이 뜨개방을 다 지켜줬다. 도와주시는 손님들 덕분에 지금까지 온 것"이라며 "언니, 동생, 또래 친구 등 많은 손님과 뜨개방에서 항상 웃다가들 간다"고 말했다.
김 씨가 선한 마음으로 손님들과 맺은 인연 한땀 한땀이 지금의 뜨개방을 감싸는 따뜻한 옷이 된 것이다.
김 씨는 뜨개질의 매력으로 ‘정직함’을 꼽았다.
그는 "코 하나만 틀려도 완성품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런 정직함에 매료됐다"며 "뜨개질에 집중하다 보면 잡념이 없어지고 마음이 차분, 평온해진다. 속상한 것도 치유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늘도 제대로 못 잡았던 손님이 기초부터 배우고 옷을 완성해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 배로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때론 가족들이 건강을 걱정하며 "이제 그만 쉬라"고 하지만, 김 씨는 오히려 뜨개방 덕분에 건강을 유지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대수술을 몇 번 받을 정도로 많이, 오래 아팠는데도 뜨개방에서 매일 재미있게 보내니 건강한 것 같다"며 "25년 전부터 뜨개방을 지키는 손님, 새로운 손님들이 있어 늘 감사하다. 힘닿는 데까지 뜨개방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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