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당시 한강의 고백 "다시 글 쓸 수 있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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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를 낸 후 박근혜 정부 등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절필을 고민할 정도로 두려움을 느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들려온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강은 2016년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분류됐던 작가"라고 알리며,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규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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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다룬 '소년이 온다' 출간 뒤 차별과 배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 가지고 다시 쓴다"
강 의원 "현재도 블랙리스트 있다는 의심 있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를 낸 후 박근혜 정부 등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절필을 고민할 정도로 두려움을 느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한강의 심경을 문학평론가 출신인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신 전했다.
강 의원은 14일 KBS1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한강이 2014년 '소년이 온다'를 출간한 이후 느꼈던 좌절감과 두려움에 대해 언급했다. 강 의원은 "한강과 동료로 가깝게 지내던 시절이었고, 실제 '소년이 온다'를 쓴 이후로 모든 지원에서 노골적으로 배제가 되면서 '내가 다시 글을 쓸 수 있을까 두려움까지 느꼈다'는 고백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강 의원은 "그런데 (한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가지고 쓴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들려온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강은 2016년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분류됐던 작가"라고 알리며,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규탄한 바 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01106450003866)
강 의원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당시 한강뿐만 아니라 여러 문화계 인사가 고초를 겪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내가 문단에 있을 때 실제 피해자들을 옆에서 봤다"면서 "박근형 연출가는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포기하라고 종용을 받기도 했고, 2014년 '소년이 온다'를 비롯해 세종도서 최종 심의에 올랐던 40여 개 작품이 무더기 탈락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박근형 연출가는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초기 박정희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연극 '개구리'를 선보였는데, 이 작품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집권 정부가 권력을 동원해 특정 문화예술인들을 노골적으로 차별하고 배제하는 선례를 남겼고, 이로 인해 문화예술계가 입은 상처는 아직까지 치유되지 않았다는 게 강 의원의 의견이다. 그는 "2012년 tvN 프로그램 '여의도 텔레토비'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패러디했던 배우가 불이익을 받았다는 소문이 있었다"면서 "이런 상처들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다 보니 지금 배우 주현영씨가 김건희 여사를 패러디했다가 출연이 중단된 것이 아니냐고 많은 분들이 의혹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블랙리스트 사태를 주도했던 사람들 중 다시 (문화예술계로) 돌아온 사람도 꽤 있다. 그래서 '이런 일(블랙리스트 사건)이 다시 일어나면 어떡하냐'며 불안과 공포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박근혜 정부 당시와 유사한 일들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게 강 의원의 주장이다.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의혹이 있는 소설가 오정희가 지난해 6월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를 맡았던 일도 한 사례다. 당시 김건희 여사가 참석한 행사장에서 오정희의 홍보대사 위촉을 반대하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가 대통령실 경호처 직원들에 의해 강제 퇴거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울러 강 의원은 2022년 9월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 '윤석열차'가 수상한 이후로 축제를 개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보조금이 삭감된 일도 사례로 들었다. 강 의원은 "이런 사태들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면 아마 '블랙리스트가 현재도 있다'라는 의심이 계속 더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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