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사죄 대신 900원 보내다니" 96세 강제동원 피해자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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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잣값도 안 되는 99엔(931원)은 뭐 하러 보냈나. 어린 친구들을 생각해 사죄하길 바란다."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강제동원된 피해자 정신영(96) 할머니가 광복 후 한국에 돌아온 지 81년 만에 일본 도쿄 지요다구 미쓰비시중공업 본사를 찾았다.
마루노우치 행동은 일본 내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체들이 매달 여는 시위로, 2018년 한국 대법원의 미쓰비시 배상 명령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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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영 할머니 "미쓰비시 사죄 받고 죽겠다"
3세까지 피폭 고통 시달리고 있는 유족도
피해자·유족 문전박대 한 미쓰비시·일본제철

"과잣값도 안 되는 99엔(931원)은 뭐 하러 보냈나. 어린 친구들을 생각해 사죄하길 바란다."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강제동원된 피해자 정신영(96) 할머니가 광복 후 한국에 돌아온 지 81년 만에 일본 도쿄 지요다구 미쓰비시중공업 본사를 찾았다. 강제동원으로 자신과 친구들의 청춘을 무참히 빼앗아 간 전범기업의 사죄를 뒤늦게라도 받고자 휠체어를 탄 채 사옥 앞에 섰다.
지난해 12월 희생자 추도식 참석차 아이치현 나고야시 시위에 참석한 적은 있지만, 도쿄 '마루노우치 행동' 시위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루노우치 행동은 일본 내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체들이 매달 여는 시위로, 2018년 한국 대법원의 미쓰비시 배상 명령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정 할머니는 미쓰비시 사장을 향해 "내가 100세가 돼서라도, 죽기 전엔 미쓰비시의 사과를 받고 죽겠다"고 외쳤다.
정 할머니는 1944년 5월 14세라는 어린 나이에 "일본에 가면 중학교에 보내주겠다"는 마을 구장과 일본인 교사의 말에 속아 미쓰비시 군수공장에 가게 됐다. 그러나 공부가 하고 싶다는 꿈은 일본에 건너가자마자 산산조각 났다. 월급 없이 18개월간 가혹한 환경에서 일했고, 늘 배고픔에 시달렸다.
그러나 7개월 뒤 더 끔찍한 지옥을 맞아야 했다. 그해 12월 7일 도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친구 6명이 건물 잔해에 깔려 세상을 떠나게 됐다. 이듬해 광복을 맞아 고향에 올 수 있었지만, 80여 년간 억울하게 죽은 친구들을 생각하며 슬픔 속에 살아야 했다. 정 할머니는 발언 내내 "내 친구들", "어린 동료들"이라는 말을 반복했고, 일본어로 "미쓰비시 사장은 근로정신대에 대해 잘 생각하고 사죄하길 바란다"고 말할 땐 눈물을 참느라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정 할머니는 강제동원에 이어 일본으로부터 두 번째 모욕을 당해야 했다. 후생노동성 산하 일본연금기구는 후생연금 가입 여부 조회 요청에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시민단체의 계속된 항의에 2022년 8월 연금 가입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탈퇴 수당 명목으로 할머니 한국 계좌에 931원, 당시 엔화로 99엔을 보냈다. 정 할머니는 "99엔이 돈이냐. 과잣값도, 휴지값도 안 되는 돈을 대체 왜 보낸 거냐"고 울부짖었다.

이날 집회에는 미쓰비시중공업 히로시마조선소에 강제동원된 뒤 원자폭탄에 피폭된 피해자 고(故) 정창희씨의 차남 정종오씨와 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 고 이춘식씨의 장남 이창환씨도 참석했다. 정씨는 "아버지는 방사능 피해로 평생을 고생하다 돌아가셨고, 저도, 제 딸도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며 "이런 재앙이 어딨느냐. 사장에게 직접 사과를 받고 싶다"고 외쳤다. 미쓰비시중공업 인근 일본제철 사옥을 찾은 이씨도 "아버지는 전범기업 일본제철을 용서하려 기다렸지만, 그들은 끝까지 답하지 않았다"며 "일본제철의 배상을 받을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정 할머니와 피해자 유가족, 한일 시민단체는 이날 각 사 간부와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미쓰비시와 일본제철 모두 "잘 모른다"는 답만 되풀이한 채 이들을 문전박대했다. 경비 직원들은 한 명이라도 덜 들여보내려 출입을 통제하기도 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일본 기업들의 비겁한 태도를 용서할 수 없다"며 "피해자와 유가족이 한국에서 여기까지 온 이유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규탄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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