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김건희’ 빠진 90분 만찬…“국민 아우성인데 기싸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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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4일 만찬 회동이 '빈손'으로 끝났다.
한 대표가 7·23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다음날인 7월24일 이후 62일 만에 이뤄진 두번째 만찬인데, 장기화한 의-정 갈등 등 산적한 민생 현안 관련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30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야외 분수정원에서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국민의힘 지도부, 주요 당직자 14명과 만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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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성과’ 말하는 데 방점
일부 참석자와 당 안팎 ‘한숨’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4일 만찬 회동이 ‘빈손’으로 끝났다. 한 대표가 7·23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다음날인 7월24일 이후 62일 만에 이뤄진 두번째 만찬인데, 장기화한 의-정 갈등 등 산적한 민생 현안 관련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을 윤 대통령이 거부하는 등 만찬 전부터 신경전을 벌인데다, 대통령실이 이번 만찬을 “당 지도부 완성 이후의 상견례”로 규정하며 ‘체코 원전 순방 성과’를 알리는 데 방점을 찍은 탓이다. 국 민의힘 안팎 에선 “지금이 이럴 때냐”며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한 대표는 이날 다시 독대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30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야외 분수정원에서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국민의힘 지도부, 주요 당직자 14명과 만찬을 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수석비서관 8명 등 12명이 자리했다. 김건희 여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윤-한 갈등’을 의식한 듯 윤 대통령은 식사가 시작된 뒤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고 말했고, 끝나갈 무렵엔 참석자들에게 커피 등 음료를 권하며 “우리 한 대표는 뭐 드실래요?”라고 물었다. 대통령실도 “술을 마시지 않는 한 대표를 고려해 만찬주 대신 오미자차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시간30분가량 진행된 만찬 분위기는 다소 어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의 친한동훈계 한 참석자는 “분위기가 썰렁했다”며 “윤 대통령이 한 대표한테 냉랭한 게 느껴졌다. 윤 대통령이 체코 방문과 원전 생태계 등을 계속 얘기했고, 한 대표한테는 ‘한 말씀 하시죠’라고 얘기할 기회를 주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만찬에선 의대 증원에서 비롯된 의-정 갈등 해법이나 김건희 여사 논란, 채 상병 특검법 등의 현안은 거론되지 않았다. 한 대표는 만찬에 앞서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하면서, 의대 증원 문제에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득하려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날 한 대표는 ‘대통령과 비공개로 논의할 게 김건희 여사 관련 사안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가지 중요한 사안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 그것도 하나”라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의사 증원과 함께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며 ‘2025년 증원 논의 불가’ 방침을 물릴 뜻이 없음을 거듭 밝혔다. 대통령실도 김 여사의 사과 등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 다른 참석자는 만찬 뒤 “창피하다. 정말 밥만 먹고 왔다고 욕먹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빈손 만찬”이라며 “현안 얘기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다. 이에 한 대표는 만찬 뒤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오늘은 얘기할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으니, 빠른 시일 내에 자리를 만들어달라”며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다시 요청했다고 복수의 당 참석자가 전했다.
당 안팎에선 한숨이 나왔다. 영남 재선 의원은 “의료 공백이며 경제며 국민들은 아우성인데 대통령이랑 여당 대표가 기싸움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독대나 이슈가 되고, 이 상황에서 만찬이 무슨 의미냐”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낮은 자세를 보이고 의-정 갈등,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야 문제가 풀린다. 그래야 윤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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