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한국'이 시작됐다…뉴욕 한복판 펼쳐진 K-컬처 여행

이병철 2026. 7. 12. 06: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욕한국문화원이 8월 22일까지 여름 대표 문화 캠페인을 뉴욕 맨해튼 문화원에서 개최한다. 사진=이병철기자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형형색색 네온사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Dive into K-Sanctuary PC방.'

수십 대의 게이밍 PC가 일렬로 놓인 공간 옆에는 빨간색 분식 매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진열대에는 농심 컵라면과 한국 과자가 빼곡히 채워져 있었고, '분식(Bunsik)'이라는 간판은 서울 번화가의 PC방 한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뉴욕 맨해튼 한복판 뉴욕한국문화원 2층이다.

계단을 다시 내려가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라졌다. 탁 트인 1층 전시장 대형 LED 화면에서는 부산과 제주, 강원 바다 풍경이 펼쳐졌다. 파라솔과 비치체어가 놓인 휴식 공간을 지나면 아모레퍼시픽의 K-뷰티 체험존이 이어진다. 라네즈와 이니스프리, 한율, 에스트라, 아이오페 등 한국 대표 화장품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그 끝에는 전혀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극장 출입문처럼 꾸며진 입구를 지나자 붉은 커튼이 드리워진 대형 LED 미디어월이 관람객을 압도했다. 잠시 뒤 커튼이 걷히며 화면 속에는 좀비의 실루엣이 하나둘 나타났다. 불과 몇 걸음 전까지 한국의 여름 바다를 거닐던 공간은 순식간에 공포영화 세트장으로 변했다.

뉴욕한국문화원이 8월 22일까지 여름 대표 문화 캠페인을 뉴욕 맨해튼 문화원에서 개최한다. 2층에는 한국 PC방처럼 꾸몄고 농심 등 라면 등도 제공한다. 사진=이병철기자

뉴욕한국문화원이 올여름 마련한 'It's Time for K-Culture 2026- Escape the Summer, Dive into Korea'의 현장이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문화원 건물 전체를 하나의 '한국 여행'으로 꾸민 것이 특징이다. 뉴욕한국문화원과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 한국콘텐츠진흥원 뉴욕센터가 처음으로 힘을 합쳐 관광과 K-뷰티, 게임, 공포영화를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했다. 올해의 키워드도 'One Building. Endless Korea'다. 건물 안을 걷는 것만으로 한국의 여름을 여행하는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뉴욕한국문화원이 8월 22일까지 여름 대표 문화 캠페인을 뉴욕 맨해튼 문화원에서 개최한다. 사진=이병철기자

1층은 한국 여행과 K-뷰티, 공포 콘텐츠로 구성됐다.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는 서울과 부산, 제주 등 한국의 대표 여행지를 소개하며 여름 휴가지를 고르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여름철 선케어와 스킨케어 제품을 중심으로 K-뷰티 체험 공간을 꾸몄다. 한국 여행을 준비하고, 화장품을 둘러보고, 곧바로 극장으로 들어가는 듯한 동선이다.

한국 공포영화는 이번 행사에서 가장 강한 시각적 장치로 배치됐다. 대형 LED 미디어월과 극장식 입구, 붉은 커튼, 좀비 이미지는 한국의 '납량특집' 문화를 뉴욕식 전시장 언어로 풀어냈다. 오는 8월 6일부터 21일까지는 공포영화 특집 상영전도 열린다. '장화, 홍련', '곡성', '살목지', '좀비딸' 등 한국 공포영화 4편이 상영되며 심리 공포와 오컬트, 미스터리, 블랙코미디까지 한국 장르영화의 폭을 소개한다.

2층은 전혀 다른 결의 한국이다. 전시장 한쪽 벽에는 스마일게이트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뉴욕센터 로고가 걸렸고, 크로스파이어 등 한국 게임 포스터가 전시됐다. 이날 현장을 찾은 성준호 스마일게이트 대표이사는 "미국은 게임 시장이 가장 큰 곳"이라며 "인디게임 등 스마일게이트 게임을 알리기 위해 이번 행사를 지원했다"고 전했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실제 PC방처럼 꾸며진 공간이 나온다. 검은색 게이밍 의자와 모니터, 헤드셋, 보랏빛 조명이 이어지고, 맞은편에는 분식 매대가 놓였다.

한국에서 PC방은 단순히 게임을 하는 공간을 넘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라면과 과자를 먹으며 여름 더위를 피하는 일상 공간이다. 이번 전시는 이 같은 한국식 여름 풍경을 뉴욕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Too much gaming is good for your soul'이라는 문구와 라면·게임 아이콘은 한국 PC방 문화를 유쾌하게 설명하는 장치로 쓰였다.

행사는 앞으로도 이어진다. 8월 1일부터 3일까지는 BTS 팬들을 위한 공간도 열린다. BTS 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K-팝 팬덤 문화를 소개한다. 8월 공포영화 특별전까지 이어지면 문화원 건물은 관광, 뷰티, 게임, 음식, 영화, K-팝을 모두 품은 복합 K-컬처 공간이 된다.

이정미 뉴욕한국문화원장은 "K-콘텐츠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이제 음악이나 드라마를 넘어 관광과 뷰티, 게임, 음식,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이번 캠페인은 한 건물 안에 함께 입주한 세 기관이 각자의 전문성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해 기획한 첫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뉴욕한국문화원이 8월 22일까지 여름 대표 문화 캠페인을 뉴욕 맨해튼 문화원에서 개최한다. 성준호 스마일게이트 대표이사가(가운데)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병철기자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