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도 이런 풍경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눈앞에 펼쳐진 연분홍빛 꽃물결이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한다.
봄이 완연한 4월 말, 부산 진구 백양산 정상 부근 ‘애진봉’에 오르면 만개한 철쭉이 장관을 이룬다.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철쭉 군락지는 부산의 대표적인 비밀정원처럼, 조용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찾는 이들에게 특별한 봄날을 선사한다.

지금은 철쭉의 군락지로 조금씩 알려지고 있지만, 이곳 백양산 정상은 한때 대형 산불로 민둥산이 되어버린 아픈 역사를 품고 있다.
1990년 12월, 대규모 산불로 황폐화된 이 지역은 2007년부터 부산진구의 철저한 복원 사업을 통해 해마다 산철쭉을 심으며 생태를 회복해왔다.
그렇게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조성한 철쭉동산은 현재 23만 본 규모에 이르며, 봄이면 꽃바다를 이루는 장관으로 탈바꿈했다.

백양산의 철쭉 군락지는 봄철, 특히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절정을 맞이한다.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애진봉 인근에서 만개한 철쭉이 바다처럼 펼쳐지며 자연이 선물하는 가장 화려한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
이 철쭉길은 단순한 풍경 그 이상이다. 산길을 따라 걸으며 연분홍빛 꽃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살랑이는 봄바람은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깊은 위로와 여유를 건넨다.

특히 백양산은 부산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아, 가벼운 산행과 함께 가족 단위로도 쉽게 방문할 수 있다.
사람의 발길이 비교적 덜해 붐비지 않으면서도 탁 트인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은, 부산 시민뿐 아니라 외지인에게도 '부산의 진짜 봄'을 알려주는 숨은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백양산이 단순한 철쭉 명소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그 안에 숨어 있는 역사적 가치와 지질학적 특이성 때문이다.
산행 중 만날 수 있는 동평현 성터는 삼국시대의 흔적을 간직한 유적으로, 이 지역이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 백양산 자락에는 선암사와 같은 고찰이 위치해 있어 꽃길을 따라 걷는 길이 단순한 산책이 아닌, 시간 속을 걷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발견된 ‘구상반려암’도 접할 수 있다.
육안으로도 독특한 결정을 확인할 수 있는 이 암석은 학술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 자원으로, 자연 탐방에 흥미를 더한다.
철쭉과 역사의 조화, 그리고 지질학적 탐구까지. 백양산은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산이다.

봄날의 절정을 맞은 지금이 바로 이곳을 찾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5월 초까지 이어지는 철쭉 만개 시기를 놓치지 말고, 백양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싱그러운 봄기운을 마음껏 만끽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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