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미쳤습니다“... 분양가 상승 어디까지?

서울·경기 일대 분양가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경기 일부 인기 지역에선 고작 3년 만에 2배로 오른 곳도 나타납니다. 가파른 상승세에 일부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경쟁이 치열해 진정될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분양가 ‘강남 평당 7천만, 마포 5천만, 과천 6천만 원’ 돌파

서울은 분양가 고삐가 완전히 풀린 상황입니다. 9월 분양한 청담 르엘은 3.3㎡당 7,209만원의 분양가를 책정하며 7천만 원 선을 돌파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 이래 역대 최고가 기록입니다.

앞서 7월에는 강북 최초 3.3㎡당 5천만 원 단지도 등장했습니다. 마포구 공덕동에 분양한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는 3.3㎡당 5,150만 원의 분양가가 책정됐습니다. 국평(전용 84㎡) 기준 16억 원을 훌쩍 넘는 가격이었죠.

경기 인기지역도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과천주공4단지를 재건축하는 과천프레스티어자이는 3.3㎡당 6,275만 원의 분양가를 책정해 세간을 놀라게 했습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았다지만, 강남은 물론 잠실보다 비싼 수준입니다.

분양가 약진은 속도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10월 초) 분양한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5,469만 원에 달합니다. 3년 전인 2021년에 기록한 2,799만 원/3.3㎡의 2배에 가깝습니다.

이레귤러인 포제스 한강(11,500만원/3.3㎡)을 빼고 계산해도 3.3㎡당 4,350만 원입니다. 상승률로 치면 55%가 넘죠. 같은 기간 수원과 화성, 용인 등 역시 50%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과천과 김포는 상승률이 80%를 넘었습니다.

정부 “공사비 상승 잡겠다”… 분양가도 잡힐까?

주된 원인으로는 역시 공사비 상승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건설공사비지수(잠정)는 주거용건물 기준으로 128.69p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 대비 28% 이상 오른겁니다.

정부에서도 도저히 좌시할 수 없었는지, 지난 2일에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들고 나왔는데요. ①자재비를 안정화하고 ②인건비도 잡고 ③관급공사 조달제도를 개선해서 2026년까지 공사비 상승률을 2% 내외로 안정시킨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이번 대책이 직접적으로 분양가 상승세를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치솟는 분양가에 시장에서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경쟁률이 하늘을 찌르는 수준이라서 그렇습니다.

강남 수준 분양가로 일부 빈축을 샀던 과천프레스티어자이는 1순위 청약 172가구 모집에 10,093명의 청약자가 몰려 경쟁률이 58대1에 달했습니다. 앞서 진행된 특별공급도 경쟁률이 23대1로 흥행했죠.

대치동에 공급된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도 대흥행입니다. 8일에 진행한 특별공급에는 35가기 모집에 16,604명이 몰렸습니다. 평균 경쟁률이 474대1에 달합니다. 최소 16억 원이 넘는 분양가도 진입장벽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분양가가 대폭 높아져도 경쟁이 여전히 치열한 만큼, 분양가를 민간에서 굳이 낮출 필요가 없어진 상황입니다. 특히 인기지역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분양가가 비싸다고? 신축 집값은 더 비싸다’

분양가는 하늘이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지만, 놀랍게도 ‘저렴한 내 집 마련’이라는 의의는 여전히 퇴색되지 않고 있습니다. 집값이 16억 원이라도, 주변이 26억 원이라면 10억 로또인 건 마찬가지라서 그렇습니다.

실제로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어 시세차익이 10억 원에 달한다고 입소문을 탔고, 시세 수준으로 분양한 과천프레스티어자이는 앞으로 2026년까지 과천에 새 아파트 분양 소식이 없어 미래차익을 기대한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래서 앞으로 나올 잠실래미안아이파크(잠실진주)나 잠실르엘(미성크로바)도 대흥행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각각 일반분양가가 3.3㎡당 5,409만원과 5,103만 원으로 책정됐는데, 이웃한 17년차 파크리오보다 한참 저렴한 가격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분양가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현재 기준으로 분양가 대비 시세(5년 이내 신축)가 76.6%에 그치며, 경기도도 77% 수준입니다. 아직도 분양가가 신축 시세 대비 20% 이상 저렴한 셈입니다.

서울·경기 지역 분양가는 미답의 영역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기세는 언제쯤이나 되어야 꺾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