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삶 오빠만 챙기는 엄마… 10대 딸의 방황은 어디까지 [주말 뭐 볼까 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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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오빠는 뇌종양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도리스는 하교 후 오빠를 돌봐야 한다.
도리스는 아픈 오빠 때문에 평범한 삶을 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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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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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도리스(니코 파커)는 외롭다. 막 전학 온 학교에는 아는 아이가 없다. 집에 가면 어머니 크리스틴(로라 리니)은 온통 오빠 생각뿐이다. 그럴 만도 하다. 오빠는 뇌종양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거동을 아예 못 한다. 의식만 남아 있을 뿐이다. 크리스틴은 그런 아들의 마지막을 끝까지 챙겨주고 싶어 한다. 도리스는 집안 사정을 이해한다. 하지만 한창 또래들과 어울리고 싶은 10대. 도리스는 평범하게 자기 삶을 살고 싶다.
①집 안팎 외톨이의 반란
도리스는 하교 후 오빠를 돌봐야 한다. 일하는 크리스틴을 대신해서다. 옴짝달싹 못 하던 도리스는 어머니의 통제를 갑자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오빠가 마지막 날을 위해 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부터다. 크리스틴은 병원에서 자고, 도리스 홀로 집에 남는다. 그는 이제 막 통성명한 동급생들에게 집을 파티 장소로 제공한다. 집 안팎에서 외로움을 곱씹던 도리스의 일탈이 시작된다.
도리스는 브레이크 없는 방황을 거듭한다. 평범한 아이들과 불량한 일들을 한다. 또래들과 위조신분증을 만들러 다니고, 술을 함께 마신다. 오빠와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은 딱히 없다. 그동안 영위하지 못한 삶에 대한 보상의식이 작동하는 듯하다.
②죽음과 가족에 대한 고찰
도리스는 아이들뿐 아니라 병원에서 새로운 사람과 우정을 쌓는다. 아내를 불치병으로 잃은 폴(우디 해럴슨)이다. 폴은 안락사 반대를 위해 요양병원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그는 소중한 사람을 영영 만날 수 없을 때의 상실감을 도리스가 깨닫게 해준다. 고삐 풀린 도리스의 생활에 조금이나마 제동장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도리스의 사연은 죽음과 가족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가족은 곤혹스러운 운명과도 같은 존재다. 도리스는 아픈 오빠 때문에 평범한 삶을 살지 못했다. 크리스틴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어머니와 동생은 입장이 다르다. 크리스틴은 아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반면, 도리스는 오빠에 대한 부채의식이 강하지 않다. 핏줄로 이어진 관계이나 가족 구성원의 마음이 같을 수 없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직면하면 어떻게 될까.
③모녀의 시큰한 감정
크리스틴과 도리스는 매번 부딪힌다. 크리스틴은 집안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멋대로 굴려는 도리스가 밉고, 도리스는 어린 딸의 속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크리스틴이 야속하다. 평행선에 놓인 모녀의 갈등은 예정됐던 일처럼, 서글픈 방식으로 해소된다.
거대 서사가 담겨 있지 않은 영화다. 사사로울 수 있으나 보편적인 사연이 마음을 울린다. 또래들과 달리 유행어를 알지도 못하던 도리스는 일탈과 방황을 통해 두 뼘가량 성장한다. 오빠의 죽음이 그의 마음에 거름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뷰+포인트
배우 출신 로라 친(38)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친 감독의 가족사가 바탕이 됐다. 친 감독의 오빠 역시 뇌종양을 앓다 일찍 세상을 떠났다. 친 감독이 시나리오까지 썼다. 곧 죽게 될 가족을 둔 모녀의 심리를 정밀하면서도 차분하게 묘사해내는 재능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달 열린 제40회 선댄스영화제 극영화 경쟁 부문에서 첫 상영됐다. 국내에서는 극장 개봉 없이 디즈니플러스에서 바로 공개됐다. 제목은 도리스가 사는 지역명이자 요양병원 이름이다. 병원은 근사한 해변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있다. ‘햇살 가득한 해변’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역설적이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77%, 시청자 84%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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