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논란③] 도입하면 증시 폭락하나?
[송두한의 판을 바꾸는 금융]
1988년 대만사례는 앙도세 탓 아냐
증시버블 최고조 때 일어난 일
금투세 유예하되 과세기준 상향을
장기보유 세제혜택도 첨가할 것
도입조차 안된 금투세 때문이라니
8월초 미국발 증시 충격이 발현하자, “금투세 때문에 증시 폭락”이라는 비이성적 논쟁이 확대 재생산됐다. 이에 편승해 정부와 여당도 금투세를 도입하면 증시가 폭락할 수 있다며 금투세 폐지 공세를 높였다. 그러나 도입도 안된 금투세에 대한 우려로 증시가 폭락했다는 것은 논리도, 맥락도 없는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
<한․미․일 주가 추이>
외부 충격에 취약한 한국 증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단 한 번도 대세 상승 대열에 합류한 적이 없다. 심지어는 '글로벌 왕따'가 되었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는 게 현실이다. 최근 10년간 글로벌 증시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증시는 장기간에 걸친 저금리 환경과 코로나 유동성에 힘입어 대부분 300~400% 안팎의 상승세를 보이며 일반투자자의 자산 형성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러나 KOSPI지수는 버블 축제는커녕 2000대 박스피조차 탈피하지 못했다.
이처럼 국내 증시가 발달장애에 걸린 이유는 증시 체질이 허약해 장기 성장의 과실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증시는 외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일단 조직적 자본유출이 발현하면, 증시 폭락이 환율 폭등을 견인하는 구조적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단기성 투기자본의 유입을 줄이고 장기성 투자 자본의 유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외인 자본의 질을 개선하지 않는 한, 상당 기간 박스피 덫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오래 들고만 있어도 돈이 되는' 증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금투세, 상속세, 기업 벨류업 등과 같은 제도적 이슈도 중요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장리스크와 희석해 논점을 흐려서는 안 된다.
대만 사례는 잘못 제시된 예
대만의 양도세 도입이 대표적인 사례다. 36년 전에 대만증시가 양도세 때문에 폭락했다는 가짜 뉴스가 마치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시 양도세 도입 이후 한 달 구간 차트만 놓고 보면,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대만의 주가지수는 1988년에 양도세 도입이 발표된 직후 8,789포인트에서 6,515포인트로 한 달 동안 약 36% 폭락한 것이 맞다.
그러나 그 원인은 양도세와는 거리가 멀다. 1980년대 아시안 타이거(한국, 대만 등) 국가들은 매년 10% 안팎의 고도성장을 거듭했는데, 이에 힘입어 증시도 사상 유례없는 버블확장 국면에 진입했던 시기다. 즉, 주식시장이 10년 동안 7~8배씩 오르는 등 버블붕괴에 대한 우려가 심각했다는 의미다. 특히 대만은 1988년 양도세 도입 발표로 주가지수가 36% 급락하기도 했지만, 1990년에 양도세를 폐지한 이후에 불과 8개월 만에 무려 80% 가까이 폭락하는 버블붕괴를 경험했다. 원인은 양도세가 아니라 버블에 있었다.
▪ 1988년 9월: 대만, 양도세 도입- 한 달 간 36% 폭락
▪ 1989년 5월: 대만증시 전고점 돌파- 사상 최고가 도달
▪ 1990년 1월: 대만, 양도세 폐지 - 버블 붕괴(8개월간 79% 대폭락)
금투세의 잣대로 보면 되지 않을 것이다. 대만증시가 양도세 도입으로 폭락해 양도세를 폐지했더니, 또 주가가 대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즉, 금투세와 증시간 인과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만의 증시 폭락은 그 원인이 양도세에 있는 게 아니라, 1990년에 시작한 “일본의 버블붕괴 주기”에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금투세 문제는 증권과세의 실효성과 효과성을 평가해 실행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만약, 이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된다면 여야가 합의해 더 나은 제도로 개선하면 될 일이다.
문제점 보완후 '좌고우면 없는' 시행을
바람직한 증권과세 체제는 금투세 기반의 단일 과세 체제로 재편하는 것이다. 즉, 대주주 주식양도세를 금투세 전면 과세로 전환하고,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금투세 도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는 사실은 제도적 측면의 불완전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단 금투세 도입을 잠정 유예하고, 더 나은 제도로 재정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첫번째 문제는 현행 금투세 법안이 자본시장을 통한 계층 이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주주와 초고액투자자를 제외한 모든 투자자가 비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부과 기준을 양도차익 5000만 원에서 1억원 정도로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 일례로 금투세 부과기준을 1억원으로 상향하면, 전체 투자자의 0.5% 정도가 부과 대상이 된다. 이 기준을 자산 기준으로 전환하면, 일반투자자는 얼추 10억 원(연평균 수익률을 10% 가정)까지 비과세 투자가 가능해진다. 이는 금투세 범주가 2013년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10억 원)과 유사한 수준으로 넓어지게 된다.
이처럼 주식시장이 대주주와 금융자본의 조세피난처로 변질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금투세의 자본 편향을 대주주, 초고액투자자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1,400만 내국인 투자자의 재산 형성에 적합한 투자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금투세 부과 대상이 '상위 1%'에 불과하다는 설명 만으로는 자본시장을 통한 소득증대 열망을 진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금투세 부과기준을 1억원으로 올리는 등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를 만들자
두번째 문제는 금투세의 틀 안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즉, 금투세가 장기투자 시장을 견인하는 유인이 될 수 있도록 부동산과 유사한 공제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주식을 '오래 들고만 있어도 세금이 낮아지는' 증시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양도소득세를 단기투자와 장기투자로 구분해 차별 세율을 적용하는 미국의 사례도 고려해 볼 만하다. 또한, 투자 기간에 따라 세율을 역진적으로 인하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장기보유공제를 도입하면 장기투자에 대한 유인을 높일 수 있고 금투세의 계층 이동 사다리도 더 견고하게 구축할 수 있다.
마지막 문제는 금투세 도입의 전제 조건인 증권거래세를 완벽하게 퇴출시키는 것이다. 증권거래세는 세수 목적에는 충실한 세목이나, 징수 방식이 후진적이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라는 조세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기재부의 입장은 거래세에 포함된 0.15%의 농특세를 제외하면, 거래세는 사실상 폐지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는 식이다. 그러나 그게 거래세든 농특세든 어차피 개인투자자의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다. 정부가 문제 제기하는 농특세도 사업계정을 금투세 계정을 옮겨 해결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증권거래세 폐지가 금투세 도입의 전제 조건이라는 사실이다.
송두한 공정금융포럼 공동대표(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NH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장을 지냈다. 현재 KDI 경제정책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미 오토바인 대학교 Visiting Assistant Professor를 역임했다. 저서는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향후 파급효과 진단'(2007),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2012), '경영분석을 위한 고급통계학'(2015)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