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체인저]유출자 99% 잡는 AI 워터마크…네이버웹툰의 비법

서충현 네이버웹툰 안티파이러시 리드가 17일 성남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블로터'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권용삼 기자

전 세계 독자들이 열광하는 K웹툰의 화려한 모습 뒤에서는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저작권자의 승인 없는 불법복제와 무단도용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데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워터마크를 지우거나 이미지를 변조하는 등 수법 역시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웹툰의 안티파이러시(불법유통대응) 조직은 이러한 불법유출자를 추적하고 해적 사이트 운영자를 압박하며 전 세계 수사기관과 공조해 음지에 있는 시장을 양지로 끌어올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블로터>는 최근 경기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서충현 네이버웹툰 안티파이러시 리드와 만나 콘텐츠 불법유통을 막기 위한 네이버웹툰의 노력과 미래 대응전략에 대해 들었다.

보이지 않는 방패 '툰레이더'

네이버웹툰의 안티파이러시 조직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해적 사이트를 조사·식별하고 법적 조치와 국제공조를 담당하는 '콘텐츠프로텍션인포스먼트(CP&E)'팀과 툰레이더를 비롯한 탐지·차단 기술을 개발·운영하는 '콘텐츠시큐리티(CS)팀'이다.

서 리드는 "불법유통 대응의 경우 어느 한 축만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며 "유출자를 기술로 잡고, 운영자를 조사로 특정하고, 법적 조치로 사이트를 내리고, 정부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국제공조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의 역할에 대해 "기술, 법무, 운영, 공조라는 흩어진 축들을 하나의 전략으로 연결하고 이끄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네이버웹툰의 안티파이러시 대응은 2017년 툰레이더 개발에서 출발한다. 당시 유료 콘텐츠 사업이 성장하는 가운데 밤토끼, 어른아이닷컴 등으로 대표되는 불법유통 사이트 역시 함께 커지면서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업계 안팎에서 형성됐다.

서 리드는 "실제로 국내 해적 사이트에서 네이버웹툰 작품이 2주간 올라오지 않았던 시기에 매출과 이용자 증가가 극적으로 성장하는 경험을 했다"며 "'불법유출자을 막으면 사업적으로도 유의미한 변화가 생긴다는 경험이 이후 조직 확대와 장기투자로 이어지는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툰레이더는 크게 사전차단과 사후추적의 두 축으로 구성된다. 사전차단은 유출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방어 기술이고, 사후추적은 콘텐츠 원본에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 워터마킹을 삽입한 뒤 유출될 경우 이를 이용해 유출자를 특정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네이버웹툰 콘텐츠가 게시 당일 불법 사이트로 복제되는 작품 수 변화 추이 /사진 제공=네이버웹툰

서 리드는 "현재 워터마킹된 원고가 유출될 경우 99% 이상의 정확도로 유출자를 식별하고 차단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해적 사이트 운영자들이 최근 AI를 이용해 워터마크를 지우거나 이미지를 변조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지만 네이버웹툰 역시 AI 워터마킹 모델을 고도화하며 맞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툰레이더는 2017년부터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현재 여섯 번째 버전)하며 다양한 불법복제 패턴에 맞서고 있다. 2019년에는 데이터 분석 및 머신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이용자의 불법공유 패턴을 분석·예측해 불법복제 및 공유 행위가 의심되는 이용자를 사전에 차단하는 '웹툰 불법유출 예측 시스템'을 도입했다.

2024년에는 워터마크 삽입부터 계정 추출까지의 전 과정이 AI 기반으로 작동하는 업그레이드를 진행해 효율성과 추적 가능한 불법유출 패턴의 경우의 수를 모두 크게 늘렸다. 지난해에도 도용 계정 단속 기술, 조작된 자동화 접근 탐지 기술, 비정상 행동 패턴 감지 기술 등을 고도화해 불법유출의 난도를 높이고 유출 시점을 지연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구체적인 기술구조를 묻자 서 리드는 "외부에 상세히 설명하면 해적 사이트 운영자들이 이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실제로 불법유통 대응은 이른바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회사가 새로운 차단수단을 도입하면 해적 사이트는 우회수법을 시도하고 다시 이를 무력화하는 대응이 반복된다. 이에 대해 서 리드는 "불법유통과의 싸움은 본질적으로 '비대칭 경쟁'"이라고 정의했다.

네이버웹툰은 이 사이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골든타임' 지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출 즉시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콘텐츠의 특성상 유출자가 한정된 아이디로 대여할 수 있는 에피소드 개수를 최소화해 차단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러한 노력은 성과로 가시화됐다. 지난해 네이버웹툰 한국어 플랫폼에서 불법유출을 시도한 계정당 평균 대여 유료회차 수는 10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불법 사이트 운영자가 콘텐츠 확보를 위해 소모해야 하는 계정 비용이 10배 이상 증가함을 의미한다. 또 인기 상위 50개 작품의 당일 유출 건수는 80% 감소했으며 전체 불법 트래픽도 33% 줄었다.

불법유통 사전차단과 사후추적 전반에서 AI의 자율판단 비중도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다만 네이버웹툰은 AI를 활용한 완전자동화는 지양하고 있다. 서 리드는 "완전자동화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판단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사람의 개입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 사용자를 오탐할 경우 고객 불편과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연합 '에이스' 가입·국제 공조 확대

해적 사이트 운영자들의 거주지가 최근 법 제도가 미비한 제3세계 국가로 옮겨가면서 해외 불법유통 대응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웹툰이 집중 모니터링 중인 대형 불법 웹툰 사이트의 언어 분포에 따르면 영어 40%, 스페인어 37%, 인도네시아어 11%, 한국어 12%로 현재 국내보다 해외 불법유통이 더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공조의 중요성 역시 커졌다. 이에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글로벌 저작권 보호 전문조직 에이스(ACE)에 한국 최초의 회원사이자 유일한 웹툰·웹소설 플랫폼으로 가입했다. ACE는 그동안 주로 영상 콘텐츠 중심 기업들을 회원으로 받아들였으며 웹툰 같은 새로운 콘텐츠를 수용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고 상징적이라는 사례라는 것이 네이버웹툰 측의 설명이다.

(왼쪽부터) 글로벌 저작권 보호 전문조직 에이스의 로고와 네이버웹툰 로고 이미지 /사진 제공=네이버웹툰

2017년 설립된 ACE는 미국영화협회(MPA) 산하의 저작권 보호 전문조직으로 불법 콘텐츠 유통 대응과 관련해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 중 하나다. 아마존, 애플 TV+, 넷플릭스, 파라마운트 글로벌, 소니픽처스, 유니버설스튜디오, 월트디즈니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등 50개 이상의 주요 글로벌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서 리드는 "에이스 가입은 단순한 네트워크 확보를 넘어 전 세계적인 법적 대응 인프라와 수사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며 "국내에서도 저작권 범죄 형량 강화 등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정부기관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네이버웹툰은 해적 사이트를 '박멸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서 리드는 "해적 사이트의 트래픽이 특정 지역에서 급증한다는 것은 그 시장에 공식 서비스가 충족하지 못하는 수요가 있다는 강력한 신호"라며 "이를 분석해 공식 서비스 진출 전략과 서비스 모델을 정교화하는 데이터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서 리드는 창작자들에게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기술은 창작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키기도 한다"며 "불법유통과의 싸움에서 가장 큰 무기는 기술 자체보다 이 문제를 절대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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