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은 저렇게 드센 팀에서 얼마나 불편했을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캡처

“X레이 결과가 나쁘기만 해 봐”

며칠 전이다. SNS 하나가 주목을 끌었다. 계정 주인이 유명한 메이저리거다. 바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매니 마차도다.

“그들은 내일 X레이 결과가 음성이 나오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촛불도 하나 켜 놓는 게 좋을 거다. They gotta pray (the X-ray) comes back negative tomorrow. … They better put out a candle.”

이건 다저스와 주중 4연전(17일~20일, 이하 한국시간)이 끝난 뒤에 나온 얘기다.

풀이하면 이런 말이다.

파드리스의 간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20일 경기에서 쓰러졌다. 다저스 투수 브랜든 리틀의 공에 오른쪽 손목을 맞은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병원 검진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니까 마차도의 말은 공개적인 경고다. ‘우리 동생 페타주 손목에 금이 가거나 했으면, 다저스 너희들은 각오 단단히 해야 할 거야.’ 뭐 그런 의미다.

하지만 다행이다. 검진 결과는 네거티브로 나왔다. 뼈에는 이상이 없었다. 아마도 다저스 누군가 열심히 기도했던 것 같다.

한 마디로 전쟁 같은 나흘이었다. 첫날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날까지 살벌하기 그지없다. 8개의 사구를 주고받았다. 경고와 퇴장이 거푸 선언된다.

양쪽 벤치는 데프콘 상황이다. 여차하면 몰려나올 기세다. 아니, 두어 번 몸싸움 직전까지 갔다. 천사 같은 오타니의 손짓이 아니었으면, 진짜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다.

또 다른 위협구의 추억

위협구, 보복, 협박…. 살벌한 단어들이 낯설지 않다. 유독 그런 인물이 있다.

2017년 4월이다. 볼티모어의 캠든 야드에 정적이 흐른다. 원정 팀 2루수가 쓰러진 탓이다.

피해자는 더스틴 페드로이아(당시 34세)다. 레드삭스의 실질적인 리더였다. 가해자가 있다. 홈 팀의 떠오르는 별이다. 24세의 매니 마차도였다.

병살 플레이를 막기 위한 슬라이딩이 과했다. 주자의 발이 2루수의 다리를 찍었다. 무릎이 꺾인 페드로이아는 더 이상 뛰지 못했다.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으며 나가야 했다. (이때 부상으로 사실상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말았다.)

게임이 끝났다. 하지만 레드삭스 몇몇은 퇴근하지 않았다. 사고 장면을 보고, 또 돌려본다. 그리고 주차장 쪽을 노려본다. 가해자의 퇴근하는 모습을 말없이 응시한다.

다음 날이다. 전쟁이 시작됐다. 맷 반스의 1차 저격은 살짝 빗나갔다. 머리 쪽으로 날아간 위협구로 끝났다. 그때였다. TV 카메라가 덕아웃에 쉬고 있는 페드로이아를 줌인한다. 그는 타자를 향해 이렇게 외친다.

“내가 시킨 거 아냐(Not me).”

그걸로 끝이 아니다. 페드로이아의 부상이 생각보다 깊다. 마차도가 촛불을 켜고, 기도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한 달 뒤에 또 빨간 양말을 만나는 일정이 잡혔다. 당시 크리스 세일이 있을 때다. 그도 참전을 선언했다.

복수와 응징, 퇴장이 속출한다. 가해 당사자는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급기야 기자들에게 불만을 터트린다.

“그들은 100마일짜리로 내 머리를 노리고 있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 나는 배트를 들고 있다. 원하면 달려가서 그걸로 해결하겠다. 물론 난 1년 간 정지를 먹을 거다.” 멘트 와중에 F워드가 10번이나 튀어나온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캡처

팀 내에서도 서로 “으르렁”

벤 벌랜더라는 애널리스트가 있다. 저스틴 벌랜더의 동생이다. FOX 스포츠에도 출연하고, 팟캐스트 방송도 운영한다.

그가 묘한 썰 하나를 푼다. 지난 5월 말이다. 자신의 방송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오늘 경기가 끝난 뒤에 파드리스 클럽하우스에서 다툼이 벌어졌다. 선수 하나가 팀의 리더십에 불만을 터트리며 싸움이 생겼다. 최소한 격한 언쟁, 혹은 신체적인 접촉이 있었던 것 같다.”

누구라는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구체적인 자초지종도 모른다.

“한 선수가 그렇게 소리쳤다고 한다. ‘대체 여기 리더가 누구냐. 누가 이 따위로 팀을 끌고 가고 있냐.’ 그건 많은 선수들이 속으로 생각하던 말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쌓인 불만이 상당했고, 그게 폭발했다는 관측이다.”

이날은 토론토 원정 경기였다. 파드리스가 0-14로 대패한 직후에 벌어진 일이다.

시즌 초반은 잘 나갔다. 그러나 이 무렵 비틀거렸다. 5연패, 6연패로 이어지던 상황이다. 그러면서 다저스, 자이언츠와 3파전에서 점점 밀리는 양상이 됐다. 그러자 곪은 상처가 터진 것이라는 해석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클럽하우스 리더는 뻔하다. 매니 마차도(32)다. 여기에 도전할 만한 인물도 예측이 가능하다. 페타주(26)다.

둘 사이에는 전적도 있다. 4년 전이다. 경기 중에 덕아웃에서 격렬하게 부딪혔다. 삼진을 당하고 돌아오는 선수를 향해 마치도는 욕설을 쏟아냈다.

당하는 쪽도 지지 않는다. 같이 화를 내며 맞받아 친다. 그야말로 주먹이 나오기 직전까지 갔다. 주변 동료가 가까스로 떼어냈다.

이번 벌랜더의 발언도 몇몇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그러면서 사진은 마차도와 페타주가 설전을 벌이는 당시 이미지를 실었다. 마치 힌트 화면 같은 모습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캡처

잦은 도발은 전략인가

마차도는 파드리스의 리더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가끔 알파 메일(alpha male, 우두머리 수컷)에게는 도전자도 생긴다. 싸우면서도, 챙기는 이유인 것 같다. (‘내 동생 뼈에 이상이라도 생겼으면 각오해’라는 SNS 글처럼.)

그러나 또 다른 이미지도 있다. ‘못된 매니’라는 캐릭터다. 페드로이아를 다치게 만든 행동이 악명 높다. 그 외에도 하나 둘이 아니다.

태그 좀 했다고 헬멧을 집어던진다. 병살 플레이 하는 유격수 다리를 손으로 친다. 멀쩡한 1루수 발을 밟는 것도 몇 차례 문제가 됐다.

특히 작년 가을에 시끄러웠다. 다저스 덕아웃에 볼을 던진 탓이다. 그걸 도화선으로 시리즈 내내 티격태격했다. 도발과 조롱, 야유와 욕설로 얼룩진 승부를 만들었다.

별 성과도 없었다. 2승 1패로 앞서던 NLDS는 4~5차전을 잡히며, 끝내 역전으로 마무리됐다. 인심도 잃고, 실속도 없는 셈이다.

이번에도 비슷하다. 누가 나쁘다고 편들기는 어렵다. 다만, 파드리스는 그걸 전략적으로 이용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래서 더 다저스 전에 예민하고, 거칠게 반응한다는 느낌이다.

마이크 실트 감독은 그렇다 치자. 이런 분위기는 클럽하우스 리더의 영향이 크다. 마차도의 캐릭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심증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김하성에게는 잘해줬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후안 소토도 팀을 떠나면서 마차도 얘기를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성격이 강한 고인물(?) 아닌가. 김하성도 있는 동안 마음이 편치 만은 않았을 것 같다. 괜히 그런 생각이 든다.

사진제공 =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