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도 붉은 곳
전남 구례, 지리산 피아골 단풍길

“붉게 물든 산과 물, 그리고 그 사이를 걷는 사람까지 가을의 정점은 바로 이곳, 지리산 피아골 단풍길에서 만납니다.”
가을의 문턱,
붉게 물드는 지리산 피아골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전남 구례군 토지면의 지리산 피아골은 서서히 붉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지리산의 품 안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계곡물과 산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단풍길은‘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도 붉다’는 **삼홍(三紅)**의 전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입니다. 피아골 단풍길은 단풍의 색이 유난히 진하고, 마치 산 전체가 붉은 옷을 입은 듯한 풍경을 자아냅니다.
그래서 가을이면 전국의 사진가와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지요.
붉은 단풍의 향연,
피아골 단풍길 트레킹

직전마을 산아래 첫 집에서 시작하는 피아골 단풍길은 약 2km 구간의 트레킹 코스로 왕복 4km 정도의 거리입니다. 길은 표고막터를 지나 삼홍소까지 이어지며, 이 코스가 바로 가을 피아골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습니다. 걷는 내내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단풍 숲과 물소리가 어우러져한 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선유교를 지나면 표고막터가 나오고, 이 지점을 지나 삼홍소에 닿으면 가장 진한 붉은 단풍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삼홍소, 가을이 머무는 붉은 물결

삼홍소는 피아골 단풍길의 중심이자 가장 아름다운 곳입니다. 조선 중기의 학자 남명 조식 선생이 지리산 경관을 예찬하며 남긴 시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전해집니다.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도 붉어라.”이 한 구절이 바로 삼홍소의 풍경을 완벽히 표현합니다.
산홍(山紅): 산이 붉게 물드는 단풍의 장관
수홍(水紅): 단풍이 물에 비쳐 물조차 붉게 물드는 모습
인홍(人紅): 그 붉은빛에 물든 사람들의 얼굴
삼홍소에 서면, 이 세 가지 붉음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된 듯한 가을의 깊이를 느끼게 합니다.
역사와 단풍이 만나는 길, 연곡사

피아골 단풍길의 초입인 직전마을 아래에는 신라 성왕 21년(서기 543년)에 창건된 고찰 **연곡사(燕谷寺)**가 자리합니다. 이 절은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때 여러 차례 소실되었지만, 현재는 국보 2점과 보물 4점이 남아 그 긴 세월의 흔적을 전하고 있습니다.
연곡사라는 이름은, 창건자인 연기조사가 연못 위로 날아오른 제비를 보고 그 자리에서 법당을 지었다는 설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또한 이곳에는 항일 의병장 고광순 선생의 순절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을사늑약 이후 지리산 일대에서 의병운동을 이끌다 이곳에서 순절한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비석이지요.
그래서 연곡사는 단풍뿐 아니라 역사와 정신이 함께 깃든 공간으로 기억됩니다.
축제로 만나는 가을,
2025 구례 피아골 단풍축제

올해도 피아골의 가을은 축제로 물듭니다. 2025 구례 피아골 단풍축제는 11월 1일(토)부터 11월 2일(일)까지 표고막터 일원에서 개최됩니다. 단풍길 걷기, 전통공연, 지역 먹거리 장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어 단풍 구경과 함께 구례의 가을 정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습니다.
기본정보

위치: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내서리
대표코스: 직전마을 → 선유교 → 표고막터 → 삼홍소
트레킹거리: 왕복 4km (소요시간 약 2시간)
문의: 구례군 관광안내소 061-780-7700
이용시간: 일출 ~ 일몰 2시간 전 (특정구간 입산시간 지정제)
입장료: 무료
주차: 가능 (주중 4,000원 / 주말 및 성수기 5,000원)
홈페이지: 구례군 문화관광
주변명소: 연곡사, 피아골계곡, 반야봉 트레킹 코스
가을의 끝자락, 붉은 마음을 남기다

지리산 피아골의 가을은 단풍의 색뿐 아니라, 그 속을 걷는 사람의 마음까지 물들입니다. 산이 붉고, 물이 붉고, 사람도 붉다는 말처럼 그 안에서 잠시 머무는 모든 순간이 따뜻한 붉음으로 기억됩니다. 계곡의 물소리와 함께 걷는 이 길 위에서 한 해의 끝자락을 조용히 마주해 보세요.
그 순간, 당신의 마음에도 분명한 줄기 가을빛이 번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