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경영분석] 합병으로 덩치키운 KB라이프생명, 지주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나

KB라이프생명이 IFRS17 도입 이후 순자산 재평가의 영향으로 2023년 3분기까지 고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이제 KB금융지주의 비은행권 계열사 중 당기순이익 기여도 3위에 오를 정도로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아가는 모양새다.

지난해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의 합병으로 출범한 이후 IFRS17 환경에 맞춰 보장성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외형을 확장해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자산수익률(ROA)도 지난 3개년 평균에 비해 개선됐다.

1년 전인 2022년 3분기에는 KB생명과 단순 합산했음에도 당기순이익은 1344억원에 불과했다. KB금융그룹의 비은행 계열사 중 순위는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증권에 이은 4위였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에 당기순이익 2804억원을 기록하며 동기간 2724억원을 기록한 KB국민카드를 넘어섰다. 이제는 2위인 KB증권(동기간 3611억원)을 넘보고 있다.

KB라이프의 2023년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도 동기의 1344억원과 비교했을 때도 2배가 넘는 수치다. 동시에 출범 후 처음으로 보험영업손익에서 2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자료=KB라이프생명 실적 보고서 취합)

2022년 말 기준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의 단순 합산 자기자본은 2조2000억원이었다. 그러나 신제도 도입 효과로 합병 이후 자기자본이 5조원을 돌파하더니 2023년 9월말에는 5조7654억원까지 늘며 합병 전보다 3배 가량 증가했다.

자본의 증가는 지급여력비율 산출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지급여력비율은 책임준비금에 대해 회사가 실제 지급할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가용 자본을 늘리거나 요구자본을 줄이면 그 값이 상승한다.

KB라이프의 지급여력비율은 업계 평균(196%)을 상회하는 260%를 기록해 건전성도 양호한 편이다. 이를 두고 한국신용평가는 "푸르덴셜생명의 높은 자본력에 더해 순자산 재평가로 인한 자본 증가 및 합병에 따른 요구자본 경감 효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합병으로 덩치를 키우며 실적지표가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이다.

합병을 통해 금리리스크가 완화된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장기 고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이 54.8%로 업계 평균인 25%에 비해 높았다. 반면 KB생명의 경우 0.6%만 차지했다. 현재 KB라이프의 장기 고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은 37.0%다. 통상 최저보증이율 4.5% 이상이면서 잔존만기 10년 이상인 상품을 장기 고금리확정형 상품으로 일컫는데, 부채 만기가 길고 부담이율이 높게 유지되기 때문에 금리리스크가 큰 편이다.

푸르덴셜생명은 종신 보장성보험 및 변액보험의 비중이 컸지만 KB생명은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저축성보험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통합 후 CSM(보험계약마진) 확보가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미실현이익인 CSM은 보험계약을 먼저 부채로 계상한 후 매년 상각해 이익으로 인식하는 개념이다. 저축성보험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돈(부채)이 많다.

그러나 2023년 1분기 실적에서 CSM을 3조189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3분기 3조2000억원으로 3분기 연속 3조원대를 유지했다. 이는 생명보험사 중 6번째로 큰 규모다. 또 보험부채 대비 CSM 비중은 19%로 보험업계 평균치인 10%를 상회하며 수익성 지표에서 우수성을 증명해냈다. 신계약 CSM은 453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높은 CSM을 확보한데는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에서 보장성보험 비중을 크게 가져갔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KB라이프의 보장성보험 보험료는 1828억원으로 전체 APE의 91.1%를 기록했다. 2022년 말 70.4%에 비해 상당히 높아진 수치다.

계약유지율에서도 일정부분 상쇄되는 효과가 발생했다. 푸르덴셜생명의 최근 5개년 평균 계약유지율은 13회차 86.2%, 25회차 71.4%로 업계 평균보다 높았지만 KB생명의 경우 동기간 13회차 77.0%, 25회차 57.0%로 다소 낮았기 때문이다.

이에 KB라이프는 설계사의 컨설팅 역량 강화를 위해 KB STAR WM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금융 프리미엄 콘텐츠를 집대성한 디지털 플랫폼 웰스브릿지를 오픈했다.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만족도를 향상시켜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또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혁신본부를 신설, 요양 전문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의 집중육성에 공들인다. KB골든라이프케어의 매출은 2020년 65억원에서 2022년 110억원 돌파하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은 편이다. 지난해 말 실버타운인 평창카운티의 입주에 이어 오는 2025년까지 은평빌리지(가칭), 강동빌리지(가칭) 등 요양시설을 차례로 개소하며 기존 서초빌리지와 위례빌리지와 함께 서울권 고객 접근성 강화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