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탑기어' 선정 '2024년 최고의 전기차'... 현대 '아이오닉 5' 특징은?

2024년에는 내/외관 디테일과 각종 사양을 업데이트한 상품성 개선 모델이 출시됐습니다. 기존의 디자인도 좋은 평가를 받아왔기에 디자인에서의 변화는 최소화했는데요. 그나마 눈에 띄는 부분은 새로워진 알루미늄 휠 디자인인데요. 이 심플한 디자인도 잘 어울리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무난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 아쉬움은 새롭게 추가된 N라인 트림이 해소해 줬습니다. 앞서 소개한 N모델보다는 얌전하지만 스포티한 분위기의 범퍼와 알루미늄 휠, 전용 내장으로 더욱 멋스럽게 꾸민 것이 특징이에요.

이 밖에 아이오닉 5N에서 내려온 리어 와이퍼, 특히 개선된 배터리가 적용됐다는 점이 가장 반가운 변화입니다. 판매량이 저조했던 기존 저용량 배터리의 스탠다드 사양은 삭제됐고 앞서 아이오닉 5N에 탑재됐던 양극재 니켈의 비중을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가 전 트림 기본 적용되면서 사이즈는 동일하지만 더 많은 전기를 충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용량이 기존 77.4에서 84kWh로 증가하면서 주행가능거리가 10% 가까이 늘어났어요.

이번에도 현대에서 차를 내어주셔서 달라진 아이오닉 5를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제가 타본 모델은 프레스티지 트림에 전륜 모터 H 트랙을 제외한 모든 선택 사양이 포함된 후륜 구동 차량입니다.

실내의 레이아웃은 기존과 거의 동일하지만 곳곳에 달라진 디테일들이 돋보이는데요. 스티어링 휠은 안정적인 3-스포크로, 2개의 모니터를 감싸는 하우징을 블랙으로 처리해 일체감이 높아졌습니다. 확실히 하얀 것보다는 이게 더 편안해 보이네요.

또 열선 및 통풍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스위치 등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물리 버튼으로 빼놓은 것도 환영할 만한 구성이죠.

현대차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CNC가 적용되면서 이제는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지도나 계기판 관련 업데이트는 물론 배터리와 구동에 대한 부분까지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했습니다. 무선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유튜브와 같은 최신 OTT를 지원하는 것도 좋았어요. 방전에 대한 걱정이 딱히 없기 때문에 차 안을 극장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고 갓 조리한 따끈따끈한 팝콘을 바로 조달할 수도 있어요. 차 안에서 보면 이 오디오가 참 좋더라고요.

디지털 사이드미러는 오래전 아우디 E-tron 이후 처음 써보는데 왜곡이 없고 야간이나 우천 시에도 선명하고 깔끔한 화면을 제공해 의외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평소에 거울이 달린 차를 타다 보니 시선이 화면이 아닌 카메라로 간다는 점, 옵션은 다다익선이라고 많으니까 좋긴 한데 계기판의 후측방 모니터와 새로 추가된 디지털 룸미러까지 카메라 화면이 도합 5개나 되니까 너무 과한 느낌이랄까요? 마치 CCTV 상황실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좁은 곳에 주차할 때 거울에 비해 원근감이 떨어져서 살짝 애를 먹기도 했어요. 이건 제 차가 아니라서 그런 거겠죠? 쓰는 분들은 대부분 만족하시는 걸 보니 약간의 적응기만 거치면 될 것 같고요. 말 그대로 옵션으로 제공하는 품목이니 필요에 따라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밖에 운동장 같은 널찍한 뒷좌석, 열리진 않지만 확 트인 글라스 루프도 여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실 저도 파노라마 선 루프가 달린 차를 타지만 블라인드만 걷어놓지 이걸 개방해 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저 같은 사람한테는 이런 글라스 루프가 더 나은 옵션 같네요.

단 외관에서도 짐작되듯 쾌적한 뒷좌석 공간을 얻은 대신 적재 공간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짐을 실어야 할 경우에는 트렁크 하단의 공간과 폴딩 기능을 적극 활용해야겠더라고요. 보닛 아래 프렁크에도 자잘한 케이블이나 가방 정도는 넣어둘 수 있는 깨알 같은 수납공간이 있어요.

본격적으로 주행에 나섰습니다. 229마력의 후륜 싱글 모터 사양임에도 일상주행 혹은 추월가속을 할 때에도 전혀 모자람 없는 가속 성능을 제공했습니다. 왠지 다이얼처럼 생긴 드라이브 모드 버튼을 누르자 반응이 예민해지는데, 일반적인 2.0 가솔린 터보 수준은 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승차감이 참 좋았는데요. 하부에 깔린 묵직한 배터리가 무게중심을 낮춰주면서 차급 이상의 고속주행 안정성과 함께 고급 세단 못지않은 승차감을 선사했습니다. 바퀴에 전달되는 주파수를 감지해 충격을 완화하는 주파수 감응형 쇽업 쇼버가 열일을 하는 덕분이에요.

보기보다 덩치가 큰 편이라 주차할 때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고 특히 휠 베이스가 길어 전장에 비해 회전반경이 크기 때문에 이것에만 좀 익숙해진다면 누구나 만족스럽게 운행할 수 있어요. 가벼운 조작으로 차선 변경까지 수행해 주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장치도 참 편리했고, 최근 현대차 라인업에도 속속 도입되고 있는 지능형 헤드램 포트는 야간운전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타시는 분들은 공감하시죠? 회생제동을 조절하면서 타는 재미가 있는데요. 어느 정도 감각이 익숙해지면 브레이크 페달을 직접 밟지 않고도 차간거리 조절이나 규정속도에 맞춰 감속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전비도 좋아지고 덤으로 브레이크 패드가 소모되는 것도 줄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네요.

단, 동승객이 있을 때는 회생제동을 1단계 내지는 0단계로 놔야 쾌적한 승차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원페달 드라이빙으로 혼자 타던 것처럼 타다가는 멀미를 유발할 수 있어요. 전기 택시만 타면 멀미가 난다 하시는 분들 이게 범인일 확률이 높죠. 아예 패들을 길게 당겨 오토 모드로 진입하면 앞차와의 간격을 인식해 회생제동 감도를 적절하게 조절해 줍니다. 수동으로 하는 것보다는 훨씬 부드럽게 작동하니까 이 기능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이번에 만나본 '더 뉴 아이오닉 5'는 직전 모델에서 지적받은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수용해 내실을 다진, 보다 완숙한 상품 성을 지닌 모델로 거듭났습니다. 특히 매력적인 부분은 늘어난 주행 가능 거리였는데요. 트림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고 제가 시승한 차량 역시 20인치 휠과 빌트인 캠이 장착되면서 완충 시 주행거리가 453km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사실 이 정도만 해도 웬만한 장거리는 무리가 없을 정도로 충분한 용량입니다.

최근 집 근처에 200kW급 급속 충전기가 설치되어 방문해 봤는데 충전속도가 상당하더라고요. 조수석은 물론 운전석까지 지원하는 릴렉션 기능을 눌러놓고 간단하게 쪽잠을 자거나 유튜브 한편 때리고 있으면 어느새 80% 넘게 충전이 되어 있습니다. 더 빠른 충전을 지원하는 'E-pit' 같은 충전소를 이용한다면 만족도가 더 높겠네요.

저 역시 집에서 충전, 소위 집밥을 먹일 수 없는 환경이기에 전기차 구매가 망설여지는 소비자 중 한 명입니다만, 꼭 100% 완충을 하지 않더라도 짬을 내서 적당한 잔량만 유지한다면 늘 300km 후반대를 주행할 수 있으니 일상생활에는 전혀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출퇴근 거리가 왕복 40~50km 내외에 가끔 주말 운행을 한다면 일주일에 한 번 내지 두 번만 충전을 하면 되니까요.

파워트레인의 구성이 단순해지면서 전기차들은 브랜드나 모델 간의 격차가 줄어들고 저마다의 개성을 갖추기도 힘들죠. 옆동네 테슬라 하면 떠오르는 센터패시아를 가득 메우는 거대한 모니터 뛰어난 성능의 오토파일럿 같은 확실한 캐릭터가 없는 것은 경우에 따라 아쉬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대중차에서는 이런 무난함이 개성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세련된 디자인에 준수한 가격, 안정적인 성능을 골고루 갖춘 전기차. 세계에서 제일 깐깐한 소비자의 나라 한국에서 태어난 이상 이 정도는 해야겠죠.

아이오닉 5는 오래전 포니가 그러했듯 어느 누가 타더라도 만족스러운 상품성을 제공해 다양한 운행 환경에서 쓰이고 있고 덕분에 출시 이래 글로벌 30만 대 가까이 팔려 나가는 등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본 5천만 원이 훌쩍 넘는 차량 가격은 만만치 않게 느껴지는 부분이지만 수입 경쟁차와 비교하면 여전히 성능과 가격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고 최대 650만 원의 국고 보조금과 이에 더해 금액을 추가 지원하는 지자체 보조금, 연료비와 소모품비 등 차량 유지비가 상당 부분 절감되니 운행 환경에 따라 장기적인 관점이 충분한 이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내연기관 차량에서는 누리기 어려운 전기차 특유의 주행감과 편의성, 안락한 승차감도 분명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고요.

지금까지 국가대표 전기차 아이오닉 5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걸출한 경쟁 모델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스타일, 현대차의 장기인 넉넉한 실내 공간과 사용자 친화적인 첨단 편의 장치는 물론 강력한 성능까지 아쉽지 않은 상품성으로 무장한 모델인데요. 전기차는 사실상 모든 제조사들이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시장이었죠. 덕분에 현대차 같은 후발주자들 역시 그동안의 성능 및 품질 격차를 뒤집을 수 있게 되면서 현대차, 더 나아가 한국산 전기차의 경쟁력을 전 세계에 각인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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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전 세계 33개국 자동차 전문 기자들이 선정하는 '2022 세계 올해의 차' 수상을 시작으로 특히 '아이오닉 5 N'은 수많은 프리미엄 브랜드와 테슬라를 제치고 'BBC 탑기어'가 선정한 '2024년 최고의 전기차'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어요. 오래전 포니를 빼닮은 차가 다시금 이런 역할을 하고 있으니 왠지 뭉클한 기분도 드네요. 울산에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생산될 새로운 모델들도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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