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칫솔이 더 '지속 가능'할까?

미국치과의사협회는 3~4개월마다 칫솔을 교체할 것을 권한다

매년 전 세계에서 수십억 개의 칫솔이 버려진다. 어떻게 하면 보다 환경친화적으로 양치질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사무실에서 일할 때 책상 서랍에 수동 플라스틱 칫솔을 넣어두곤 했다. 동료들은 내가 점심 식사 후 칫솔을 들고 화장실로 바삐 가는 모습을 보며 웃곤 했다. 집에서는 전동 칫솔을 썼다. 치아 관리는 항상 신경 썼지만, 나는 내가 사용하는 칫솔 브랜드의 재질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양치 기능에만 국한된 칫솔과 나의 관계는 그렇게 일정 기간을 사용하다 헤어지는 식이었다. 그리고 이는 비단 나만의 상황은 아닐 것이다.

미국치과의사협회에 따르면, 칫솔은 3~4개월마다 교체하는 것이 좋다. 칫솔모가 닳은 경우에는 더 일찍 교체해야 한다.

칫솔의 존재감(매년 수십억 개의 칫솔이 사용되고 버려진다)을 고려해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이스트만 치과 연구소와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의 학자들이 다양한 칫솔 유형의 지속 가능성을 비교했다. 이들은 일반적인 플라스틱 수동 칫솔과 칫솔 머리 교체가 가능한 플라스틱 수동 칫솔, 대나무 칫솔, 전동 칫솔을 놓고 생산부터 폐기에 걸친 생애전주기평가(LCA)를 진행한 뒤 보고서를 발표했다.

매년 수십억 개의 칫솔이 사용 후 버려진다

칫솔의 생애전주기평가에서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플라스틱 칫솔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화석 연료 유래 플라스틱, 폴리프로필렌이었다. OECD가 발표한 글로벌 플라스틱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3억 800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나온다. 소비재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이 중 4300만 톤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약 1400만 톤, 즉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의 3.7%가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어진다.

생애전주기평가 결과, 전동 칫솔은 대나무 칫솔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11배 더 컸다. 전동 칫솔은 한 가지 항목(물 부족)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 전동 칫솔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큰 요인은 운송(칫솔이 더 무겁다)이다.

전동 칫솔이 최하위를 기록했다면, 1위는 어떤 칫솔이었을까? 보고서는 이번 평가에서 구강 위생과 관련된 평가는 제외했다. 영국 보건 당국은 어떤 유형의 칫솔이 충치 및 충치 예방에 임상적으로 더 효과적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플라크 제거에는 전동 칫솔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역시 칫솔에 들어간 기술과 타이밍 장치, 칫솔 머리의 민첩성 등에 좌우된다.

대나무 칫솔

UCL과 트리니티 칼리지의 연구에서는 칫솔 머리를 교체할 수 있는 플라스틱 수동 칫솔이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대나무 칫솔이 그 뒤를 이었다. 아무리 칫솔 머리를 교체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플라스틱 칫솔이 대나무 칫솔보다 더 지속 가능하다는 평가는 사뭇 놀라웠다. 대나무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빨리 자라는 천연 탄소 흡수원이기 때문이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이자 UCL의 소아치과 교수인 폴 애슐리는 “대나무 칫솔은 생물 다양성 증가나 탄소 배출을 상쇄하기 위한 나무 재배 같은 더 나은 토지 활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널리 알려진 것처럼 대나무 칫솔이 반드시 환경을 위한 최선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 칫솔이나 전동 칫솔보다 대나무 칫솔이 훨씬 낮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대나무 칫솔의 지속가능성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는 않다고 말한다

대나무 칫솔과 식물성 칫솔을 만드는 스웨덴 기업 ‘더 험블’의 최고 경영자인 패트릭 버클랜드는 공급업체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주변 생태계를 존중하고 생물 다양성이나 식량 생산에 중요한 토지를 침범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나무를 재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클랜드는 “대나무는 생분해성이 뛰어나서 제대로 폐기하면 자연 분해되기 때문에 칫솔의 재료로서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반면 대부분의 플라스틱 칫솔은 완전히 재활용되지 않으면, 수 세기 동안 환경에 남습니다. 플라스틱 재활용은 아직 우리 사회가 규모 있게 풀지 못한 큰 숙제입니다.”

더 험블이 만드는 칫솔 손잡이 중 약 60%는 100% 식물성 소재다. 이 회사는 향후 12개월 이내에 모든 손잡이를 식물성 소재로 교체할 계획이다. 칫솔의 다른 부위는 소량의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다. 칫솔모는 플라스틱 부품인 나일론으로 만들어지는데, 버클랜드는 현재 대체 소재를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전동 칫솔 회사 ‘수리’의 창업자인 자이브 사파비는 지속 가능한 전동 칫솔을 만든다. 사바피는 칫솔을 디자인하던 중 한 가지 문제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교체 가능하고 재활용되는 플라스틱 칫솔 머리를 연구하던 중 영국의 여러 재활용 업체로부터 “칫솔머리는 재활용할 수 있지만 재활용해서 가공하기에는 크기가 너무 작다”는 답을 들었다는 것이다.

사파비는 사용자가 수리를 위해 열 수 있는 칫솔 손잡이를 만들어줄 제조업체를 찾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난관에 봉착했다. “수리가 가능한 칫솔을 만들려 한다”는 말에 제조업체들은 처음에는 의아해하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파비는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두 찾아냈다. 현재 수리에서는 칫솔모는 옥수수 전분으로, 칫솔모는 피마자유로 만든다. 수리 칫솔 소비자들은 사용한 칫솔모를 재활용하기 위해 수리가 제공한 봉투에 넣어 칫솔모를 회사로 보낸다. 회사는 또 수명이 다한 칫솔 제품은 전량 회수한다.

사파비는 “우리는 한 번 충전으로 기존 전동칫솔보다 2~3배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장착) 칫솔을 만들었다”며 “충전 횟수가 줄어드니까 전체 배터리 수명이 크게 늘어나 칫솔의 수명이 연장된다”고 말했다.

“우리 회사는 회수한 칫솔을 분해해, 가능한 모든 재료를 다시 수거합니다. 배터리는 재사용할 수 없지만, 배터리를 가능한 한 최고의 원재료로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영국 소비자 전문지 ‘위치’는 수리가 “친환경 인증에 있어서는 시중의 다른 제품보다 한 발 앞서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순환 디자인 전문가이자 UCL 객원교수인 소피 토마스는 “수리의 전동 칫솔은 충전과 수리 서비스(이러한 제품의 일반적인 단점을 대처하는 좋은 방법), 칫솔머리의 반송을 통한 재활용 등 분명히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동 칫솔의 탄소 배출은 주로 모터 및 배터리 소재와 관련되는데 이런 부품을 최대한 오래 쓰고 수리를 하면 할 수록 환경에는 더 좋다”고 말했다.

토마스는 현재의 플라스틱 사용 행태로는 칫솔을 대규모 재활용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 칫솔은 네 가지 유형의 폴리머로 이루어져 있어서, 단일한 흐름의 재활용 시스템으로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는 것이다.

그는 “재활용은 항상 경제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칫솔 손잡이는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으로 만들어지는데, 이는 너무 저렴해서 재활용의 가치가 없습니다. 우리는 플라스틱 의존에서 벗어나, 일회용 및 수명이 짧은 제품을 대체할 진정한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대나무와 식물성 소재는 플라스틱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긍정적인 발걸음입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소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 처리가 어떤 잠재적 영향을 가질지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트리니티 칼리지의 공공 치과 보건 교수이자 보고서의 수석 연구원인 브렛 듀안은 플라스틱을 재활용 하더라도 문제는 있다고 말했다. 2023년에 나온 한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 재활용 과정을 이후 폐수를 보니 플라스틱의 13%가 미세 플라스틱으로 남았다고 한다.

그는 “우리는 자연적으로 재배하고 반복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재료를 찾아내 토양이 (대체재 재배 외) 다른 용도로도 쓰일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화석 연료 제품이 아닌 재료를 재활용하는 것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재활용에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동네 슈퍼마켓으로 가서 칫솔 매대를 살펴봤다. 친환경을 내세우는 전동 칫솔은 없었다. 디자인 면에서 수리(97달러)와 경쟁하는 오르도 소닉 라이트(45달러)만 있었다. 수동 칫솔은 대부분 플라스틱 제품이었다.

2개의 제품이 눈에 띄었다. 하나는 식물성 소재와 폴리프로필렌을 혼합해 만든 손잡이와 나일론 강모를 사용한 칫솔 2개를 3.9달러에 판매하는 더 험블이었다.

또 다른 선택지는 “100% 생분해되는 지속 가능한 대나무” 손잡이와 나일론 강모를 쓴 5.20달러짜리 칫솔이었다. 9달러 짜리 ‘테페 초이스’는 재사용이 가능한 나무 손잡이, 교체 가능한 식물성 헤드와 피마자유로 만든 칫솔모를 쓴 수동 칫솔이었다. 이 칫솔은 “플라스틱 폐기물이 80% 줄어든다”고 했다.

나는 재사용 가능한 손잡이와 칫솔머리 교체가 가능한 칫솔(이번 연구에서 1위를 차지한 브러시 유형)대신, 플라스틱이 없는 9달러 제품을 써보기로 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물론 시중에 훨씬 더 좋은 선택지가 많은데 굳이 플라스틱 칫솔을, 그것도 칫솔머리 교체를 해야 하는 칫솔을 구입하는 행위를 정당화하기는 사뭇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일은 대나무나 다른 비화석 연료 소재가 실제로 쓰였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UCL과 트리니티 칼리지 보고서의 저자들은 연구 시작 후 새로운 칫솔 소재가 시장에 나왔기에 향후 또 다른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들이 차세대 전동 칫솔로 주목한 것은 플라스틱이 아닌 알루미늄 손잡이가 들어간 전동 칫솔이었다. 재생 가능한 소재와 재활용 기능 외에도, 수리의 칫솔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려 깊은 디자인 때문이다.

날씬한 알루미늄 몸체는 일반 전동칫솔의 3분의 1 크기다. 대나무 칫솔 역시, 플라스틱 칫솔보다 더 보기 좋은 외관을 가지고 있다. 더 많은 브랜드들이 보다 나은 소재를 위해 화석 연료 사용을 거부하고 환경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바람직한 제품을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면, 칫솔을 일회용품으로 여기지 않고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자도 늘어날 것이다. 최소 나라도 분명 그렇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