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매출이 1兆 견인했는데… 증선위 가는 TYM 쟁점 두 가지

장우정 기자 2024. 9. 27.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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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가스 규제 이전 단계 농기계, 대리점에 2022년 6월 집중 판매
강제로 넘겼다? 대리점주 “싸게 사서 많이 팔았다, 농민들 수요 커”
美서 ‘농기계 특수’로 사상 최대 실적… “국내 매출 부풀릴 이유 없다”

국내 농기계 회사 TYM의 ‘매출 밀어내기’ 의혹과 관련해 10월 중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면서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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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M은 배출가스 규제 강화로 2022년 6월까지만 판매할 수 있었던 농기계를 집중적으로 대리점에 떠넘겼다는 의혹을 받는다. 대리점이 원하지 않는 공급을 강제한 것인지, 이를 통해 회사가 이득을 봤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조선비즈는 TYM 대리점, 회계업계 관계자 등을 종합해 증선위에서 판단하게 될 쟁점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금융위원회 증선위가 TYM의 '매출 밀어내기' 의혹에 대해 최종 수위를 결정할 전망이다. /뉴스1

① 원하지 않았는데 강제로 떠넘겼나?

“회사가 싸게 판다는데 안 가져갈 대리점이 있나요? 2022년 6월 농기계 50대 가까이를 받아다가 그해 다 팔고, 다른 대리점에서 일부 남은 재고를 받아왔었으니 매출이 정말 많이 났었죠.”

지방 소재 TYM 대리점주 A씨는 “배출가스 규제 강화로 매연 저감 장치 등이 추가된 다음 단계 농기계는 기존보다 10~15% 가격이 오른다“며 ”하지만 엔진 성능에 실질적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농민들 사이에서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농기계 수요가 컸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2022년 환경부의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TYM은 개정 전 배출가스 허용 기준에 의해 생산된 회사의 농기계(티어 4) 제품을 그해 6월 말까지만 판매할 수 있었다. 7월부터는 강화된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충족하는 농기계(스테이지 5)를 판매해야 했다.

티어 4 제품의 출고 가능일이 2022년 6월 말까지로 제한되면서 회사는 딜러점들에 가격 인하 등 프로모션을 내걸고 제품 판매를 촉진하고자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신용에 따라 농기계를 공급하는데, 그 기준을 완화하는가 하면 이를 받아다가 보관할 물리적 공간이 없는 대리점을 위해 TYM이 직접 이를 보관하고 있다가 대리점이 판매할 때마다 이를 넘기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제보에 따르면, 2022년 6월 말 TYM 대리점이 보유하고 있던 티어 4 농기계 재고는 1097대였다. 대리점에서 최종 판매가 되지 않은 이 물량을 매출로 과대계상 했다고 금감원은 보고 있다. 대리점은 규제와 무관하게 7월 이후에도 농기계를 팔 수 있다.

② 2022년 ‘매출 1조 돌파’가 밀어내기 덕분?

그래픽=정서희

2022년은 공교롭게도 TYM이 매출 1조1661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해이기도 하다. 미국을 중심으로 탈(脫)도심, 재택근무, 소규모 취미 농사(하비 팜)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확산이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TYM 사업보고서의 국가별 매출 현황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 기간 미국 매출은 730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2.7%를 차지했다. 전년(4354억원)보다 85% 이상 급증한 것이다. ‘하비 파머로 인한 K 농기계 특수’로 해외 매출이 크게 늘었던 경쟁 농기계 회사 대동에서도 똑같이 나타나는 실적 흐름이다.

국내 매출은 2021년 3182억원에서 2022년 3470억원으로 9%(288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매출 비중도 30%가 채 안 됐다.

익명을 요구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TYM은 IPO(상장)나 유상증자 등 사전에 매출을 뻥튀기할 유인이 별로 없었고, 국내만 봤을 땐 특이할 정도의 매출 증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농기계 업계에선 이번 증선위 결론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산업이 더욱 쪼그라드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1월 낸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농기계 산업 시장 규모는 약 2조3000억원(2021년 기준)으로 지난 5년간 정체해 있다.

최근 일본 농기계 업체의 국내 시장 약진이 두드러진 데다 농자재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등으로 농가의 농기계 구매 여력이 줄어들면서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국내 3대 농기계 회사로 불리는 대동, LS엠트론, TYM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은 감리 진행 사유나 매출 밀어내기로 본 배경, 제재 수위 등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TYM 측도 “금융당국에서 진행 중인 건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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