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도네시아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시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KF-21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프랑스 유학파 출신인 그는 국방부 장관 시절에도 한국과의 KF-21 협력을 축소하고 라팔 등 다른 전투기를 도입했죠.
그간 분담금 미납으로 갈등을 빚어온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정권은 이번엔 한국이 아닌 터키를 향해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손에도 UAE라는 의외의 카드가 들려 있었죠.
누가 웃고 누가 울 것인가?
아시아 방위산업의 판도를 바꿀 KF-21과 KAAN의 대결, 그 중심에 놓인 흥미로운 국제 방산 체스게임의 현장으로 들어가 봅니다.
갑작스러운 인도네시아의 이탈 조짐
지난 수년간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KF-21 보라매 전투기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해왔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인도네시아는 총 개발비의 20%에 해당하는 1조 6천억 원을 부담하기로 약속했으나, 재정난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납부를 지연시켜왔습니다.
결국 인도네시아는 분담금을 6천억 원으로 대폭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마저도 공식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입니다.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KF-21의 핵심 기술 데이터를 무단으로 반출하려 한 사건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5명의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출국 금지 조치를 받게 된 것입니다.
이 사건은 양국 간 신뢰에 심각한 균열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5세대 국가 전투기 KAAN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이는 한국과의 KF-21 협력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진정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선언이었습니다.
한국의 반전 카드, UAE의 등장
이런 위기 상황에서 한국은 의외의 반전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바로 UAE(아랍에미리트)입니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대장)은 경남 사천에 위치한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서 라시드 모하메드 알 샴시 UAE 공군방공사령관(소장)과 만나 'KF-21 포괄적 협력에 관한 의향서'를 체결했습니다.
이 의향서에는 KF-21이 참가하는 훈련에 UAE 공군이 참관하고 관련 부대를 방문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사실은, 알 샴시 사령관과 함께 방한한 아잔 알리 알누아이미 공군전투센터 사령관(준장)이 KF-21 시제기에 탑승해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조종사와 함께 시험 비행에 나섰다는 점입니다.
이는 UAE가 단순한 관심을 넘어 실질적인 관여 의사를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됩니다.
UAE는 과거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납부 지연 때도 한국 측에 KF-21 사업 참여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UAE는 2022년 4조 6500억 원 규모로 한국의 중거리 지대공 요격 미사일 천궁-Ⅱ를 도입한 'K방산의 큰손'으로, 그 참여는 KF-21 프로젝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UAE가 원하는 KF-21의 전략적 가치
UAE가 KF-21에 관심을 보이는 데에는 여러 깊은 전략적 이유가 있습니다.
중동의 군사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UAE에게 KF-21은 단순한 전투기 도입을 넘어 국가 안보와 방위산업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우선 UAE는 이란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공군력 증강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현재 UAE 공군은 F-16E/F와 미라지 2000-9 등 다소 노후화된 전투기들을 주력으로 운용하고 있죠우선 UAE는 이란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공군력 증강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현재 UAE 공군은 F-16E/F와 미라지 2000-9 등 다소 노후화된 전투기들을 주력으로 운용하고 있죠.
이러한 상황에서 KF-21은 스텔스 기능과 첨단 레이더 시스템을 갖춘 4.5세대 전투기로, UAE 공군력의 질적 도약을 가능케 할 수 있습니다.
둘째, UAE는 미국에 대한 방산 의존도를 낮추고 다변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과의 F-35 구매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UAE는 대안으로 한국의 KF-21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미국이 중동 국가들에게 첨단 무기 판매 시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게 하는 '질적 군사 우위(QME)' 정책을 고수함에 따라, UAE는 이에 대한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과의 협력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UAE는 자국의 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기술 이전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KF-21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항공우주 분야의 핵심 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국의 방위산업 역량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비전 2030"을 통해 탈석유 경제로의 전환을 추진 중인 UAE에게 방위산업은 유망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UAE는 이미 인공위성 분야에서 성과를 낸 적이 있습니다.
국내 위성개발 기업 쎄트렉아이에서 UAE 최초 인공위성 두바이샛-1, 2호(09, 12)를 개발하면서부터 인연이 이어졌습니다.
KAIST는 쎄트렉아이에 파견된 UAE 연구인력의 교육 훈련을 맡았고, 이어 쎄트렉아이는 18년 UAE의 칼리파샛 개발에도 핵심파트너로 참여한 바 있습니다.
이는 UAE 우주기술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를 통해 양국은 유인 달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 약정 가입국이 되었습니다.
넷째, UAE는 이미 2022년 4조6500억 원 규모로 한국의 중거리 지대공 요격 미사일 천궁-Ⅱ를 도입하는 등 한국 방산과의 협력 경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기존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KF-21까지 도입한다면, 무기체계 간 상호운용성과 종합적인 방공망 구축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UAE는 인도네시아가 보여준 소극적 태도와 재정적 문제를 자국의 전략적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빈자리를 채움으로써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나아가 향후 KF-21의 중동 지역 생산허브로 자리매김할 가능성까지 모색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다각화와 원칙 고수
한국 정부는 UAE와의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면서도, 인도네시아와의 관계 복원을 위한 노력 역시 병행하고 있습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석종건 방사청장이 지난달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계기로 KF-21 관련 양국 실무진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한국은 원칙적 입장도 견지하고 있습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측이 당초 원했던 시제기 1대와 기술이전 수준도 분담금을 초과하면 줄 수 없다는 원칙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타협과 원칙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한국 정부의 현명한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재편되는 아시아 방위산업 지형
인도네시아의 행보와 한국의 대응은 단순히 양국 간의 문제를 넘어, 아시아 전체 방위산업 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신호탄으로 여겨집니다.
특히 튀르키예-영국-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새로운 방산 협력 축이 형성된다면, 이는 한국-UAE-호주-필리핀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구도와의 경쟁 구도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KF-21과 KAAN의 경쟁은 단순한 전투기 개발 경쟁이 아닌, 아시아의 미래 방위산업 생태계를 누가 주도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한국이 UAE라는 새로운 파트너를 통해 이 도전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또 인도네시아가 실제로 KAAN 프로젝트에 어느 정도까지 관여하게 될지 향후 전개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