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학회, 신약 ‘바이알레브’ 도입 촉구...“허가·장비 문제에 치료 막혀”
희귀의약품 지정에도 처방 불가...허가 지연·투여장비 미승인 ‘이중 문제’
약가 인하 구조 등도 지적...파킨슨병 기존 치료제 공급도 어렵게 만드는 한계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회장 조진환)가 파킨슨병 치료제 접근성 개선과 국가 차원의 정책 강화 필요성을 제기하며, 애브비의 비경구 지속주입 제제 '바이알레브'의 국내 도입을 촉구했다.
학회는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파킨슨병 환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정책 수요의 핵심이 '신약 도입'에 있음을 강조했다.

윤 교수는 "전국 환자 312명을 대상으로 정책 우선순위를 조사한 결과, 해외 신약 도입이 압도적인 1순위로 확인됐다"며 "기존 복지나 이동권 문제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은 오랜 기간 해결되지 않은 '치료제 접근성' 문제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현재 해외에서 사용 중인 지속형 주입 치료제 '바이알레브'(Vyalev, 레보도파 기반 비경구 제제)를 대표 사례로 들며, 국내 도입 지연 문제를 집중적으로 짚었다. 바이알레브는 24시간 연속 피하 주입형 레보도파 기반 파킨슨병 치료제로, 2024년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현재 제약사인 애브비는 지난 3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환자들은 앞서 바이알레브와 전용 투여 장비의 조속한 국내 도입 및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윤 교수는 "파킨슨병 치료제는 반감기가 짧아 하루 4~8회까지 복용해야 하고, 약효가 떨어지는 상태에서 낙상·보행동결 등 위험이 반복된다"며 "반면 지속 주입 제제는 24시간 일정한 약물 농도를 유지해 증상 변동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치료제는 이미 미국·유럽·일본에서 상용화됐지만, 국내에서는 환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단순한 약가 문제가 아니라 허가·공급·장비가 동시에 막혀 있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윤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지연 ▲희귀의약품센터 활용의 한계 ▲투여 장비 미허가 문제를 핵심 장애 요인으로 제시했다.
그는 "현재 해당 약제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도입 자체는 가능하지만, 식약처 허가가 없어 병원에서 처방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환자가 약을 구할 수 있어도 실제 치료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결국 환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미 해외에서 검증된 치료를 국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비급여라도 우선 사용이 가능하도록 허용한 뒤, 이후 보험 적용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윤 교수는 기존 경구 치료제와 비교해 바이알레브와 같은 지속형 주사제의 장점을 설명하며, 특히 중증 환자에서 증상 변동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경구 약제는 반감기가 짧아 질병이 진행될수록 복용 횟수가 늘어나고, 약효가 떨어질 때 낙상이나 운동장애가 심해지는 문제가 있다"며 "지속적으로 약물이 투여되는 비경구 제제는 이러한 변동을 줄인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는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초기(경증) 환자의 경우 하루 2~3회 복용으로도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장비를 활용한 치료를 먼저 적용할 필요는 없다"며 "실제 임상에서는 중증 환자, 특히 연하곤란 등으로 경구 복용이 어려운 환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말기 환자의 경우 약을 삼키지 못해 비위관으로 투여해야 하는 상황도 많은데, 이 경우 보호자와 간병인의 부담이 매우 크다"며 "지속주입 방식은 이러한 환자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증 환자의 높은 관심도에 대해서는 질환 특성상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크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윤 교수는 "환자들은 질병이 진행되면 결국 본인도 해당 치료가 필요해질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현재 상태와 무관하게 치료 옵션 확보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권도영 교수(고려대안산병원 신경과, 학회 홍보이사) 역시 환자의 불안 심리를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외래 진료 현장에서 다른 중증 환자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불안을 크게 느낀다"며 "현재 본인에게 필요하지 않더라도 치료 옵션 자체를 확보하길 원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권 교수는 '신약'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해외에서 널리 사용중인 약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국내에서 신약으로 불리는 약제 상당수는 해외에서는 이미 수년간 사용된 치료제"라며 "국내 미도입 약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약제 도입이 지연되면 국내 환자의 치료 기회뿐 아니라 글로벌 임상연구 참여 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며 "치료 선택지를 넓히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진환 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치료제 도입을 추진한 이유로는, 제약사(애브비)에서 약가를 인하하겠다는 의지를 학회 측에 보여왔다"며 "여기에 해당 약제는 환자에게 '희망'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바이알레브 국내 허가의 당위성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신중한 사용 원칙을 강조했다. 조 회장은 "고가 약제인 만큼 모든 환자에게 확대 적용하기보다, 수술적 치료가 어려운 환자 등 꼭 필요한 대상에 한해 사용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초기 환자에게 무분별하게 처방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치료 옵션이 하나라도 더 있다는 사실 자체가 환자에게 중요한 의미"라며 "적절한 대상 선별과 함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약가 인하 구조, 파킨슨병 기존 치료제 공급도 어렵게 만드는 한계"
한편, 학회는 기존 치료제 공급 위기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약가 인하 구조와 치료제 접근성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정한 교수는 "앞선 학회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듯이 환자들의 가장 큰 요구는 신약 도입"이라며 "동시에 기존에 사용하던 레보도파 계열 오리지널 약제의 시장 철수 이후, 복제약에 대한 불편과 불신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내 파킨슨병 치료 환경에서 신약 도입이 장기간 지연되고 있는 구조적 배경을 설명했다. 윤 교수는 "최근 파킨슨병 신약이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기간이 상당히 길다"며 "환자들은 신약 도입을 요구하면서도 '급여 적용'을 전제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파킨슨병은 산정특례 적용 질환으로, 급여 약제의 경우 환자 본인부담이 10% 수준으로 낮아진다"며 "이 때문에 신약이 급여에 포함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약가 협상과 건강보험 재정 간의 충돌을 주요 장애 요인으로 지목했다. 윤 교수는 "신약은 개발 비용이 막대한 반면, 보험자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약가를 낮추려는 입장"이라며 "이 과정에서 해외 제약사들이 국내 시장 진입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가 후 비급여 사용 역시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환자들 중에는 비용을 전액 부담하더라도 치료를 원한다는 요구가 있지만, 해당 약제는 연간 수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제 접근 가능한 환자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비급여로 도입되더라도 처방 규모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제약사가 다시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파킨슨병 패치제 등 일부 치료제가 유사한 이유로 시장에서 철수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치료제 공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약가 인하 구조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국내는 사용량 증가에 따라 약가가 지속적으로 인하되는 구조인데, 오리지널 약제의 경우 장기적으로 원가 보전이 어려워지면서 결국 시장에서 철수하게 된다"며 "이는 특정 질환이나 약제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전반의 구조적 한계"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파킨슨병이 신약 접근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질환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암과 같은 질환은 생존과 직결된다는 이유로 신약 급여가 비교적 빠르게 이뤄지는 반면, 파킨슨병은 치료 필요성이 있음에도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선택권"이라며 "급여 적용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단계적 도입과 제도적 유연성을 통해 신약 접근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