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입 당시만 해도 말이 많았다. 2022시즌 이후 3년 내내 부상과 부진을 반복했고, 포수도 외야도 1루도 어느 하나 완전히 자기 자리로 만들지 못한 선수에게 한화가 구단 역사상 최고 금액인 4년 100억을 쏟아부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런데 지금 한화 팬들이 강백호를 보는 눈빛은 완전히 다르다. 올 시즌 37경기 타율 0.333, 8홈런, 41타점, OPS 0.969. 타점은 리그 전체 1위다.
12일도 어김없었다

고척 키움전에서 강백호는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타석이 돌아올 때마다 뭔가를 해냈다. 2회 배동현의 146km 패스트볼을 받아쳐 1타점 2루타를 뽑아냈고, 4회엔 무사 2·3루 찬스에서 절묘한 내야 안타로 주자를 불러들였다.

6회엔 바뀐 투수를 상대로 솔로 홈런까지 추가했다. 8회엔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으로 전타석 출루를 마무리했다. 3타수 3안타 3타점 1홈런. 볼넷을 두 번 골라내며 상대 투수에게 끝까지 쉬운 타석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명타자로 뛰면서 타격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도 영향이 없진 않다. 김경문 감독은 시즌 전부터 강백호를 지명타자로 운영하되 수비가 필요하면 1루로 세우는 방식을 택했다. 덕분에 강백호는 체력 소모 없이 타석에서 최대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있고, 이게 득점권 타율 0.465라는 믿기 힘든 숫자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배트가 식었을 때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강백호가 마냥 흠잡을 데 없는 건 아니다. 수비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KT 시절부터 포수, 외야, 1루를 번갈아 가며 시도했지만 어느 하나도 리그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한화에 와서도 사실상 지명타자 전업에 가깝고, 1루 수비로 나서는 빈도는 그리 높지 않다. 타격이 이 수준을 유지하는 한 포지션 이슈는 묻히지만, 반대로 방망이가 조금이라도 꺾이면 수비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다는 점이 리스크로 남는다.

부상 이력도 꺼내놓지 않을 수 없다. 2022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잦아진 결장이 이후 3시즌 내내 이어졌고, 2025년엔 95경기 타율 0.265, 15홈런에 그치며 WBC 대표팀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팬들이 경기 중 강백호의 타격 폼을 볼 때마다 내복사근 걱정을 입에 달고 사는 건 괜한 과민반응이 아니다.
지금은 아깝지 않다, 아직은

다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100억이 아깝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시즌 초반 노시환 부진과 채은성 부상 변수 속에서도 강백호 혼자 타선의 중심을 지켰고, 문현빈·페라자·허인서와 묶여 팀 경기당 득점 1위를 이끌었다. 연패로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때 직접 선수단 미팅에 나서 동료들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다는 후문도 들린다. 숫자가 전부가 아닌 셈이다.

계약 보장액 기준으로 4년 80억이고 옵션이 20억이다. 지금 페이스라면 옵션까지 다 받고도 돈값을 남기겠다는 말이 팬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도 충분하다. 문제는 144경기 중 아직 100경기 이상이 남아 있다는 것이고, 강백호가 이 흐름을 얼마나 끌고 가느냐에 따라 평가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