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첩장 내면 주는 결혼휴가, 동성부부엔 거절한 공공기관…“취업규칙 위반”

남지현 기자 2026. 5. 1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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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과 혼인하는 직원의 결혼휴가를 반려하며 이성 부부와 다른 승인 기준을 적용한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진정이 제기됐다.

1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인권위는 동성과 결혼식을 올린 직원의 결혼휴가 승인을 반려한 교육부 산하의 한 공공기관에 제기된 차별 진정 사건 조사를 마치고, 의결을 위한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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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차별 진정 사건’ 조사 마쳐
게티이미지뱅크

동성과 혼인하는 직원의 결혼휴가를 반려하며 이성 부부와 다른 승인 기준을 적용한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진정이 제기됐다. 동성혼 법제화 이전이라도 불합리한 복리후생 차별은 시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인권위는 동성과 결혼식을 올린 직원의 결혼휴가 승인을 반려한 교육부 산하의 한 공공기관에 제기된 차별 진정 사건 조사를 마치고, 의결을 위한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동성부부의 결혼휴가 사용과 관련해 차별 진정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진정인 ㄱ(33)씨는 지난해 2년간 만난 동성 연인 ㄴ(36)씨와 결혼식을 앞두고 결혼을 사유로 한 청원휴가 5일을 신청하며 증빙서류로 청첩장을 제출했다. ㄱ씨는 “앞서 결혼한 직원들도 혼인신고서 등 없이 청첩장만으로 청원휴가를 받았기 때문에 휴가가 승인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기관 복무규정(취업규칙)에는 청원휴가 요건으로 ‘결혼’이 적혀 있을 뿐, 구체적인 혼인 형태나 증빙 규정은 없다. 실제 결혼휴가 제도를 운용하는 민간 기업들에서도 동성부부가 청첩장 제출만으로 휴가를 부여받은 사례가 존재한다.

하지만 기관 쪽은 휴가 신청을 반려했다. 기관은 ㄱ씨가 낸 휴가를 결근으로 처리했고, 그만큼 일부 임금과 성과급도 삭감됐다. ㄱ씨는 기관 쪽 조처가 차별 행위라며 지난해 10월30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ㄱ씨는 “공공기관의 경우 규정 중심으로 사안을 판단해야 하는데, 결혼휴가를 규정한 복무규정에는 성별이나 법적 혼인의 성립 여부에 대한 증빙 서류 관련 내용이 없다”며 “다른 직원은 청첩장만을 근거로 결재를 승인하고, 나만 승인하지 않은 건 명백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해당 기관은 한겨레에 “사내 규정상 특별한 예외 규정이 없기에 결혼을 (이성 간 결합을 전제한) 민법상 혼인 개념으로 해석해 동성결혼이 청원휴가 부여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동성혼이 법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성 부부는 배우자 수당 등 사내 복리후생 제도에서도 배제돼 왔다. 인권위는 기존 법제도 미비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은 입법으로 풀어야 할 문제로 보고 대개 관련 진정을 각하해왔다. 가령 인권위는 지난 2022년 동성 배우자 부친상을 이유로 경조 휴가를 신청했다가 반려당한 한 공공기관 재직자의 진정 사건을 각하한 바 있다. 다만 당시 사건에서는 사실혼 관계의 이성 부부도 규정상 경조휴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고려됐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기관이 결혼의 의미를 성별에 따라 임의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달리 볼 여지도 크다. 민주노총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의 여수진 노무사는 “이번 사건은 다른 노동자에게 요구하지 않던 ‘민법상 혼인’이라는 취업규칙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요건을 임의로 부과해 ㄱ씨를 청원휴가 제도에서 배제한 것”이라며 “그 자체로 취업규칙 위반이며, 헌법이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최근 법원 판례 등 흐름에 맞춰 동성혼 법제화 여부와 무관하게 복지 제도에서의 차별은 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법원은 2024년 동성부부에 대해 건강보험 피부양자 관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사회보장제도 등에서 이성 동반자와 동성 동반자 관계를 차별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의 이호림 공동대표는 “성소수자 노동자에게만 규정을 달리 적용한 명백한 차별행위에 대해 인권위가 조속한 시정 권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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