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릉이로 사람 치면 사과부터 해야 하는 이유

인도를 걷다 서울시 공공 자전거 ‘따릉이’와 팔이 부딪힌 A씨. 아픈 것도 억울한데 따릉이 운전자로부터 “경고 종을 울렸는데 왜 못 들었느냐”며 질책까지 들었다. 그때는 너무 경황이 없어서 운전자 연락처만 받고 집으로 향했는데 생각할수록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화가 치밀어올랐다.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했어야 할까? 이메일로 “인도에서 따릉이와 부딪히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서울시설공단의 ‘공공 자전거 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따릉이 사고 건수는 2016년 19건에서 2020년 763건으로 증가 추세라고 한다. 자전거와 보행자 사이에 발생한 사고 건수도 2018년 27건에서 2020년 105건으로 급증. 자전거를 인도 위에서 주로 타는 경우가 많아서 사고도 늘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따릉이라고 해서 인도 위를 쌩쌩 달리는 건 위험하다. 인도에서 사람을 치면 형사처벌도 가능한 10대 중과실 사고를 일으킨 셈이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에게 자전거와 충돌 시 어떻게 되는 지 물었다. 

경찰청 관계자
“사고가 났으면 (경찰) 신고가 가능하죠. 다친 거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면 거기에 따라서…형사처벌을 합니다”

경찰청 관계자의 답변을 세 가지 경우의 수로 나눌 수 있었다. 첫째, 상해를 입지 않은 경우. 둘째 상해는 입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셋째, 상해를 입고 합의가 이뤄진 경우다. 우선 첫째, 앞선 A씨 사례처럼 사고는 났지만 상해를 입지 않은 경우다. 이 경우 따릉이 운전자에게 인도 주행에 따른 벌금 3만원이 부과된다. 따릉이 같은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로 분류되고 보행자 전용도로로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전문 박정호 변호사의 설명이다.

박정호 변호사
"도로교통법 제2조 17호 가 목에 차란 자동차 건설기계 원동기장치 자전거라고 명시적으로 규정이 돼 있습니다”

그다음 둘째, 상해가 발생했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다. 보도에서의 자전거와 보행자 간 사고는 보도 침범 사고이기에 10대 중과실에 해당, 자전거 운전자가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 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박정호 변호사
"항상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와 같다고 보시면 되는 데요. 민사는 결국 불법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고 형사의 경우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다음 사례를 보자. 2009년 서울 양재천 산책길. 28살 여성이 길을 걷다 자전거와 충돌해 전치 3주 2도 화상을 입었다. 재판부는 ①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도 엄연한 차에 해당해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고 ②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형사처벌을 면할 수 없다며 벌금 150만원을 자전거 운전자에게 선고했다.

끝으로 셋째, 상해가 발생했는데 합의가 이뤄진 경우다. 피해자가 합의해준다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다.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에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 판례가 그런 경우다. 2010년 서울 송파구 한강시민공원 자전거 도로. 자전거가 63세 여성 등쪽을 들이받아 전치 3주의 다발성 타박상을 입혔다. 재판부는 가해자가 가입된 보험으로 피해자에게 350만원을 지급해 합의했다며 공소권 없음으로 공소를 기각했다.

그러니 따릉이 운전자 입장에서 형사처벌 받아 빨간 줄 생기고 싶지 않다면 일단 사과부터 해야 한다는 얘기. 

박정호 변호사
"자전거로 보행자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라면 반드시 사고당한 보행자의 상태를 살피시고 필요시에는 병원까지 동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연락처는 반드시 건네는 것이 좋다. 그냥 지나치면 뺑소니로 신고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정호 변호사
"큰 부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자칫 뺑소니로 처벌받을 우려가 있으니 피해자에게 자신의 인적 사항을 확실히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거기에다 따릉이에는 200만원 한도 사고배상책임 보험이 들어있으니 아프신 곳이 있다면 손해배상을 해드리겠다며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게 바람직하다. 참고로 따릉이가 아닌 자기 자전거를 타다 난 사고라도 일상생활배상 책임보험, 자전거 보험 등에 가입돼 있다면 합의를 위한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보행자 입장에서 따릉이와 보도에서 부딪힌다면 언제든 경찰에 신고가 가능하고 필요하다면 상해진단서를 떼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역으로 운전자 입장에서는 상해 발생시 당장 사과부터 해야 합의를 이뤄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안전 운행으로 사고가 안 나는 게 가장 좋겠지만 말이다.

당신도 취재를 의뢰하고 싶다면 댓글로 의뢰하시라. 지금은 “10년 후 사라진다는 직업은 정말로 사라졌는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 중이다. 구독하고 알람 설정하면 조만간 취재결과가 올라올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