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TV조선 주거침입 재판서 조민 "여전히 소름 끼쳐"

김도연 기자 2022. 12. 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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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취재진 조민 오피스텔 침입 혐의 재판
증인출석 조민, 당시 기억 떠올리며 "처벌 바라"
"문 두드리고 손잡이 덜컥…아직도 제대로 못자"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오늘 재판에서 당시 동영상을 보니까…. 감정이 격해지고 화가 많이 납니다. 제 집 앞에서 TV조선 취재진이 장비 충전을 할 정도로 오래 있었다는 게 소름 끼칩니다. 지금도 작은 소리에 깰 정도로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 처벌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32)씨가 9일 오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의 거주지에 침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TV조선 취재진에 대한 강한 처벌을 요구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이근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엔 피해자 조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신문을 받았다.

이날 조씨는 재판부에 피고인인 TV조선 취재진과의 동선 분리, 비공개 신문 등을 요청했으나 이 판사는 비공개 신문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조씨와 피고인들 사이에는 큰 가림막이 펼쳐졌다.

▲ 조국 전 장관이 2020년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영상. 2019년 9월 조 전 장관 딸의 집 앞에 찾아와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취재진의 모습. 해당 기자는 TV조선 소속이다. 사진=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정아무개 TV조선 기자와 이아무개 PD는 2019년 9월 경남 양산 소재의 조씨 오피스텔 1층 보안문을 무단으로 통과한 뒤 집을 찾아가 문을 열어달라며 초인종을 누른 혐의(공동주거침입)를 받고 있다. 조씨 측은 이들 가운데 한 명이 지하주차장에서 차 문을 밀쳐 상처가 났다며 폭행치상 혐의로도 고소했으나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TV조선 취재진은 2019년 9월5일과 6일 두 차례 조씨 오피스텔을 찾았다. 조씨는 “기억하기로 (TV조선 취재진이) 문을 분명히 두드렸고 손잡이도 덜컥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오피스텔 구조에 대해 “외부인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고, 1층이나 지하주차장에서 공동현관문을 통해 비밀번호를 눌러야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TV조선 기자들의 무단 침입이 의심되는 대목.

조씨는 “처음에는 공동현관문을 열어달라는 초인종이 눌렸고 화면에 모르는 사람이 떠서 열어주지 않았다. 나중에 또 연락이 왔는데 (취재진이) 집 앞에 있었다”면서 “무서워서 응답한 적은 없었다”고 술회했다.

“초인종을 눌러 화면을 봤더니 카메라가 왔다 갔다 했다. 또 어떤 때는 카메라가 정면을 향해 있었다. 내 목소리를 담으려는 것 같았다. 내가 동의하지 않은 취재인데 나가지도 못하고 갇힌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께서는 다 녹화가 되니까 목소리도 내지 말라고 하셔서, 초인종에 대고 '가세요'라고 말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조씨는 9월6일 오후 상황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기억했는데, 이에 따르면 집 앞에 TV조선 취재진이 찾아오자 조씨는 아버지 조 전 장관에게 전화해 “문 앞에 누가 있는 것 같다”고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조 전 장관은 “취재진을 내쫓아달라고 관리사무소에 요청하라”고 지시했다. 조씨 요청을 받은 관리사무소 직원이 TV조선 취재진에 나가 달라고 했으나 이후에도 TV조선 취재진은 철수하지 않고 지하주차장에서 조씨를 기다렸다.

조씨에 따르면, TV조선 취재진은 지하주차장에서 조씨 차량 옆에 차를 대고 있다가 조씨를 마주치자 차 문을 밀쳤고 이 과정에서 조씨가 부상을 입었다. 조씨는 이들이 현관문에 있던 TV조선 취재진이었다고 밝혔다.

조씨는 “당시 무서워서 친구를 불러 집 주변에 사람들이 있느냐고 물었고 아무도 없다고 해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며 “차를 타려고 했더니 옆에 있는 차가 열리면서 내 다리가 문에 끼었고 소리를 질렀다. 그들에게 사과는 못 들었는데, 휴대전화로 절 계속 촬영하더라. 그래서 나는 황급히 (차로) 도망쳤다”고 밝혔다.

2019년 9월6일은 조국 전 장관 청문회가 있던 날로 조씨는 이미 학력·스펙 논란에 휩싸였던 시점이다. “매일매일 최소 3팀이 집에 찾아왔”을 정도로 조씨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컸다. 그 가운데서도 TV조선은 특별했다고 조씨는 증언했다. “대문 앞까지 찾아온 분들은 처음이었고, 지하주차장에서 내 차 옆에 자기들 차를 대놓고 강제적으로 취재하려 한 것도 이들 뿐이었다.” 일부 매체 기자들도 1층 공동현관문에서 조씨를 호출했으나 응답이 없어 돌아갔다는 것.

이날 조씨는 3년 전 상황을 떠올리며 때때로 말을 잇지 못했다. 특히 피고인들의 변호사가 조씨 오피스텔 복도 현장을 담은 TV조선 측 영상을 공개하자 감정을 쉽게 추스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당시 이 PD는 복도에 놓인 콘센트에 장비를 충전하고 있었는데, TV조선 측 영상에는 이 장면과 함께 조씨가 잠깐 문을 열었다가 취재진을 확인하고 문을 닫는 장면이 담겼다.

TV조선 취재진 측은 이때 인터폰에 대고 “TV조선 기자인데 잠시 얘기를 나눌 수 있겠느냐”, “사전에 연락 드리지 못하고 와서 죄송하다”, “남자 두 명이 와서 놀라셨다면 죄송하다”는 등 소속을 밝히고 취재 양해를 구했다는 의미로 이 영상을 제시했으나 조씨는 당시 느낀 공포를 떠올린 듯했다.

조씨는 울먹이며 “오늘 (재판에서) 당시 동영상을 보니까…. 감정이 격해지고 화가 많이 난다. 내 집 앞에서 (TV조선 취재진이) 장비 충전을 할 정도로 오래 있었다는 게 소름 끼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날 지하주차장에서도 그분들이 차량 문을 밀쳐 다리가 문에 끼었고 멍이 들었다. 다리가 아파 소리를 질렀는데도…. 그 순간엔 취재를 멈추고 괜찮냐고 할 수 있지 않았나.(울음) 너무 비인간적으로…. ”라며 “지금도 작은 소리에 깰 정도로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 처벌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 2019년 9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에 나섰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앞서 공판에서 TV조선 취재진은 취재의 자유를 주장하며 정당 행위였기 때문에 위법성 조각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9일 조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끝나고 기자는 정 기자에게 추가 질의를 하고자 했으나 정 기자는 “오늘은 여기까지 하시죠”라며 취재를 거부했다. TV조선 측 변호사는 “예전에는 기자들이 동업자 의식이 있었는데”라며 취재를 불편해 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아들 입시를 위해 허위 인턴활동증명서 제출, 딸 조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명목의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조 전 장관은 최후진술에서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후 저는 검찰과 언론의 무차별적 공격을 받았다. 하루하루가 생지옥 같았다”며 “압도적인 검찰권 앞에서 저는 무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느슨한 기준을 적용했던 점을 반성하고 많은 사람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고도 했다. 앞서 조 전 장관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2019년 말 입시 비리, 사모펀드 불법투자, 증거인멸 등 15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이 확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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