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셀코리아에 숨은 이유: 尹의 밸류업이 밸류업 눌렀다?
최근 한달 외국인 투자 보니
3일 빼곤 죄다 순매도 행렬
G2의 경기 불안도 문제지만
尹의 밸류업 실망 이슈도 커
코리아 디스카운트 더 키웠나
국내 주식시장이 박스권에서 헤매고 있다.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미국 증시,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대규모 경기 부양책 발표 등 훈풍이 불 만한 요소가 숱한데도 코스피는 2600포인트대를 지키는 것조차 버거운 느낌이다.
특히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중국 내수경제 활성화와 그에 따른 대중對中 수출 확대 기대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나라엔 호재다. 그런데도 호재 덕을 못 누리고 있다는 얘기다. 왜일까.
■ 외국인 엑소더스 =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한달(8월 27일~9월 26일) 사이 유가증권시장에서 8조5395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20거래일 중 단 3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순매도를 기록했다.
일례로 최근 한달 동안 삼성전자 매도액은 8조5676억원에 달했다. 그 바람에 주가는 당연히 주저앉았다. 외국인 순매도를 분석하기 직전 거래일인 8월 26일 7만6100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9월 26일 6만4700원으로 15.0%나 하락했다. 코스피 역시 2698.01포인트에서 2671.57포인트로 떨어졌다.
외국인들의 셀코리아가 지속되는 이유는 뭘까. 물론 G2(미‧중)의 경기 불안,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 등의 영향이 없지 않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잇따라 한국 증시를 부정적으로 분석한 리포트를 내놓으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나빠진 게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유럽 최대 투자은행인 HSBC는 한국 주식시장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하향 조정했다.
■ 비중 축소 이유 = 그렇다면 HSBC는 왜 비중 축소 의견을 냈을까. 한편에선 윤석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면서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하지만 기업들이 이런 정책에 그다지 호응하지 않으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실망한 것 아니냐는 거다.
지난 9월 24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지수'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 지수는 가치 있는 기업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개발됐다. 해당 지수에 포함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기업의 자금조달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그러자 지수 발표 당일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종목들이 '실망 매물'로 시장에 쏟아졌다.
그렇다고 지수에 편입된 종목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도 아니다. 지수 편입 종목의 차별성이 부족하고, 선정 기준이 기대와 달랐다는 비판도 숱하다. 실제로 밸류업이라 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주주환원율이 높은 기업인데 코리아 밸류업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평균 PBR은 기존 코스피200 지수보다도 높았다.
코리아 밸류업지수를 발표한 다음날인 25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총 6199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도입한 '밸류업 카드'는 한국 증시를 정말 '밸류업'할 수 있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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