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자 슈퍼리그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집단 폭력 사건이 단순한 경기장 내 돌발 행동을 넘어, 중국 스포츠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더 나아가 외신 보도에 대한 중국 팬들의 반응은 이번 사태를 더욱 아이러니하게 만들고 있다. 폭력의 본질을 직시하기보다, 오히려 이를 지적한 외부 시선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은 자성보다는 방어에 급급한 태도를 보여준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8월 24일, 중국 여자 슈퍼리그 항저우와 충칭 융촨 차샨 주하이의 경기 종료 직후 발생한 선수 간 충돌이었다. 경기 직후 충칭의 리잉이 항저우 선수를 밀치는 장면을 시작으로 양 팀 선수와 구단 관계자들 간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특히 충칭 구단 관계자 민팡리가 상대 선수를 반복적으로 구타하는 장면은 현지 매체에 의해 생생히 포착되며 큰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중국축구협회는 즉각적인 조사에 착수했고, 사건 발생 4일 만에 관련자들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리잉은 5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1만 위안, 민팡리는 10개월간 경기장 출입 금지와 벌금 10만 위안의 처분을 받았다. 항저우 소속 수위쉔, 우츠잉, 천링링과 구단 관계자 장원우 역시 폭력 가담 사실이 확인되며 22경기 출장 정지와 함께 총 66만 4천 위안(약 1억 3천만 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중국축구협회는 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며 강력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문제는 그 이후의 반응이다. 사건 자체의 중대성과는 별개로, 한국 언론이 이를 보도하자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은 다소 황당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중국 포털 소후는 "한국 매체 OSEN이 중국 여자축구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를 보도했다"며 이를 인용했는데, 이에 대해 중국 팬들은 전혀 다른 주제로 격하게 반응했다. "한국인들은 자기네 대통령이나 걱정해라", "한국은 동료 성폭행도 하지 않느냐"는 댓글이 추천을 받으며 상위에 랭크됐다.
이러한 반응은 매우 유감스럽다. 폭력 사건에 대한 반성이 아닌, 다른 나라의 문제를 들먹이며 시선을 돌리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태도다. 특히 축구라는 스포츠가 공동체성과 페어플레이를 중시하는 문화임에도, 팬들까지 폭력의 정당화나 왜곡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중국 축구의 또 다른 위기를 방증한다.

실제로 중국 축구는 남자 대표팀의 반복되는 실패, 리그 내 판정 논란, 팬들의 욕설과 물리적 충돌 등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문제에 시달려왔다. 최근에는 심판 판정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외국인 심판까지 투입되었고, 부동산 경기 침체와 코로나 여파로 슈퍼리그 자체가 존폐 위기에 몰린 적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여자 슈퍼리그에서까지 물리적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은 단순한 우발 사건이 아니라 중국 축구 전체의 도덕적 해이와 리그 운영 시스템의 실패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더 이상은 선수 개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은 중국축구협회뿐만 아니라, 중국 스포츠계 전체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유소년 단계에서부터 스포츠맨십과 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선수와 지도자, 팬 모두가 책임 있는 태도로 경기에 임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한편, 외신 보도에 대한 과잉 반응도 경계해야 한다. 문제를 지적받았을 때, 그것이 내외부 어디에서 비롯됐든 사실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이고 개선의 기회로 삼는 것이 성숙한 사회의 자세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중국 여자축구의 폭력 사건이 아니다. 팬문화, 리그 구조, 사회적 책임이라는 스포츠 생태계 전반에 걸친 거울이며, 이를 통해 중국 축구가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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