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한 리더를 꼽아 보라 하면 국적을 막론하고 다양한 리더들이 거론된다. 그런데 '실패'한 리더를 떠올리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실패한 리더십은 감추고 성공한 리더십에 대해서만 조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의 실패는 미래의 성공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다. 리더십에도 실패경영이 필요하다. DBR 82호에 실린 기사는 실패한 리더십 유형 5가지를 선정해 소개한다.
① 권위주의
독불장군형 또는 독선적 리더십이라고도 언급된 ‘권위주의’ 리더십은 가장 경계해야 하는 리더십 유형이다. 리더의 가장 큰 임무 중 하나는 구성원들의 자발성을 유도해야 하는데 권위주의 리더십은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이러한 리더십 아래에서는 구성원들이 창의성이나 일에 대한 열정을 발휘하기 어려우며, 리더가 좋아하는 이야기나 정보만을 언급하게 돼 심각한 정보 왜곡 현상을 일으킨다. 이러한 리더십이 더욱 문제가 되는 이유는 조직 내에서 실패를 방지할 수 있는 문제의 징후를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우그룹은 김우중이라는 창업자의 능력이 그룹 내 어떤 인물보다 독보적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경제사정이 악화일로를 걸을 때도 김 회장은 그룹의 몸집 불리기에 힘썼다. 대우그룹 내 다른 경영진들은 이미 김우중 회장의 리더십 스타일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김 회장의 결정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더라도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무리한 다각화와 확장 전략으로 결국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1999년 7월 대우의 세계경영은 막을 내리게 됐다.
② 변화에 둔감

변화에 둔감한 리더들은 장차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과거 자신이 성취해 놓은 업적에 시선이 머물러 있다. 과거의 성공 경험을 현재나 미래의 기업경영에 적용하려다 보니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이러한 유형의 리더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 새로운 시도보다는 현상 유지에 안주하거나 기존 관습을 바꾸지 않으려는 ‘위험 회피형’ 행태를 보여 오히려 실패를 자초하기도 한다.
컴팩(Compaq)의 CEO였던 에커드 파이퍼(Eckhard Pfeiffer)는 신기술로 무장한 제품이 쏟아지고 고객들도 점차 통합솔루션을 원하는 등 산업계의 환경이 바뀌고 있음에도 컴퓨터 제조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탠덤(Tandem)과 DEC(Digital Equipment)를 인수하는 등 기존 사업의 규모 확장에만 매달렸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컴팩은 델컴퓨터(Dell Computer) 등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으로 점차 쇠락의 길로 들어섰고 2002년 결국 HP에 합병되고 만다. 파이퍼는 컴팩이 HP에 합병되기 훨씬 이전인 1999년 4월 이사회의 결정으로 퇴진한다. 컴팩의 공동 창업자인 벤저민 로젠(Benjamin M. Rosen) 회장은 “인터넷에 의해 가속화하고 있는 변화의 물결이 컴팩의 경영진을 뒤흔들어 놓았다”고 밝혔다.
③ 실행력 결여
실행력은 조직 구성원들에게 단순히 동의를 구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으로 리더십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도요타나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뛰어난 전략만으로 1등 기업이 된 것은 아니다. 이들이 가진 저원가 고효율서비스나 린 생산방식(Lean Production System)을 먼저 도입한 기업들이 있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실행하느냐다. 1등 기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실행력이 부족한 리더는 의사결정을 제때 내리지 못해 기회를 잃기 쉽다.
④ 인기주의
실패한 기업의 CEO 중에는 종종 끊임없이 세간의 이목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리더들이 있다. 이들은 대중 연설에 힘쓰고 언론과 방송에 자주 등장하며 많은 시간을 인터뷰에 할애한다. 조직 내부에서도 인기나 호감에 연연해 조직의 구성원들을 제대로 평가하거나 적절한 피드백을 주지 못한다. 말 그대로 대중 영합주의로, 기업 본연의 목적이 아니라 대중의 인기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⑤ 대인관계 문제
오늘날 리더는 복잡한 경영환경과 조직시스템으로 수없이 많은 역할과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따라서 본인의 역량만으로 이를 헤쳐 나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글로벌 인재 전문 컨설팅회사인 DDI(Development Dimensions International)의 설문조사를 보면, 신임 리더들이 고민하는 대부분의 이슈는 상사, 동료, 부하직원 등과의 관계 형성이었다. 조직 내에서 대인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정치적이며 비윤리적인 행위로 인식되기도 한다. 따라서 오히려 개인적 재능으로 성공한 능력 있는 리더들이 이러한 정치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궁극적으로 실패한다.
1990년대 중반 러버메이드(Rubbermaid)의 CEO였던 볼프강 슈미트(Wolfgang Schmitt)는 조직 혁신을 추구하며 지나치게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 결과 굳이 해임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제 발로 회사를 떠나게 만들었다. 즉, 중역으로 발탁됐다고 하더라도 CEO와 맞지 않으면 해고 통고를 받기 전에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슈미트와 그의 참모들 간의 인식차이는 생각보다 컸고, 불행하게도 그는 추종자가 없는 리더로 혁신에 실패하고 말았다.
새로 부임하는 리더의 실패 사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런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주된 원인은 리더십의 실패를 분석하고 자산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리더의 발굴이나 영입에는 많은 노력을 투자하지만 정작 리더가 조직에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게 만드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리더의 실패는 개인적인 문제라기보다 조직 차원의 시스템적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조직 차원에서 성공적인 리더를 양성하는 방법으로 ‘악마의 옹호자(devil’s advocate)’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악마의 옹호자란 가톨릭에서 한 인물을 시성(성인으로 인정함)할 때, 그의 업적과 순교가 성인의 지위에 합당한지 판단키 위해 성인의 반대편 입장에서 그를 논박하는 역할을 맡은 성직자에게 주어지는 칭호다.

흥미로운 점은 마피아 업계에도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이탈리아어로 조언자나 변호사를 뜻하는 ‘콘실리어리(consigliore)’인데, 마피아에서는 공식적인 지위이며 상당한 권력을 갖는다고 한다. 영화 <대부>에서 영화배우 로버트 듀발이 돈 콜레오네 가족을 돕는 냉정한 책사 역할로 분했던 톰 헤이건이 바로 콘실리어리다. 콘실리어리는 신임 보스에 적극적인 조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과 흡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오랜 생존을 자랑하는 마피아에서도 저돌적인 행동 대원과 현명한 콘실리어리를 함께 두고자 했던 이유는 실패 경영의 좋은 사례일 것이다.
리더는 자신이 성공한 원인이 과거의 성공 경험 때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새로운 경영환경은 새로운 경영방식을 요구하기 마련. 이를 위해 리더는 상사, 동료, 부하와의 우호적 관계 형성을 넘어 악마의 옹호자를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추진하는 사업의 문제점과 부정적인 요인들을 지적하는 악마의 옹호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때, 사업의 성공 기반을 효과적으로 다질 수 있고 나아가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82호
필자 심형석
정리 인터비즈 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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