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아데노이드 절제, 정신질환 위험 43% 더 높인다
- 면역 과정에 중요한 역할 하는 림프 조직
- 절제 시 스트레스 장애, PTSD 위험 크게 높여
편도 또는 아데노이드 절제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정신질환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면역 기능’에 관여하는 중요한 조직
편도(Tonsil)와 아데노이드(Adenoids)는 호흡기 상부에 위치한 림프 조직이다. 외부에서 바이러스 등 감염원이 침투했을 때 가장 먼저 영향을 받게 되는 부위이기 때문에 감염이 자주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자주 재발하는 편도선염, 편도 주위의 농양 등의 원인이다.
또, 편도와 아데노이드의 크기가 커질 경우 기도를 좁혀 폐쇄성 수면 호흡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술은 과거 꽤 흔히 행해지던 수술이다. 떼어내도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조직이며, 오히려 자주 발생하는 염증으로 고생할 필요가 없도록 절제하는 편이 낫다는 인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난 9월경 국제 학술지 「Nature」를 통해 편도와 아데노이드가 인체 면역력에 관여하는 중요한 기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편도와 아데노이드를 절제할 경우, 호흡기 질환이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 참여했던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현직 교수는 같은 병원 감염내과 박완범 교수와 협력하여 이를 검증한 바 있다. 코로나19의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환자들로부터 채취한 샘플을 연구함으로써 편도와 아데노이드가 면역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편도 절제술, 정신질환에도 영향 미친다
여기에 더해, 편도 절제가 정신질환 위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오픈 액세스 저널 「JAMA 네트워크 오픈」에 게재된 중국 광시 의과대학의 논문 내용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편도선 절제술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과민성 대장 증후군, 자가면역 질환, 호흡기 질환, 알레르기 및 감염성 질환, 조기 심근경색, 일부 유형의 암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적었다. 이러한 현상들이 감염원에 대한 1차 방어선을 제거한 것과 연관이 있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이어 연구팀은 “정신질환이 오늘날 다양한 질병의 원인으로 가장 흔하게 지목되는 것 중 하나”라며 “일반적으로 어린 시절, 청소년기, 성인 초기에 흔하게 나타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전의 연구들을 검토해 편도 절제술을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정신질환 위험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를 토대로 림프 조직 내 만성 염증이 근본 원인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 검토 결과를 통해 비강염과 중이염을 포함한 두경부(머리와 목 부위)의 만성 염증이 우울증,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장애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편도선이나 아데노이드를 수술적으로 제거했을 때, 스트레스 관련 장애의 위험이 증가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절제술 받으면 스트레스 장애, PTSD 위험 높아
연구팀은 스웨덴에서 1981년 1월 1일부터 2016년 12월 31일 사이에 태어난 모든 개인의 건강 등록 데이터를 확보했다. 먼저 전체 인원을 대상으로 편도선 또는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받은 사람들을 ‘노출 그룹’, 수술을 받지 않은 사람들을 ‘비노출 그룹’으로 분류했다. 노출 그룹은 약 8만4천명, 비노출 그룹은 약 84만 명이었다.
그런 다음 이들 중 친형제자매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별도로 분류해 다시 그 안에서 노출 그룹과 비노출 그룹을 분류했다. 형제자매 노출 그룹은 약 5만1천 명, 형제자매 비노출 그룹은 약 7만5천 명으로 집계됐다.
그런 다음 연구팀은 모든 데이터로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급성 스트레스 반응, 적응 장애 등을 포함한 스트레스 관련 장애에 대한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 전체 인원을 대상으로 했을 때와 형제자매 인원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 모두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을 확인했다.
노출 그룹, 즉 편도선 또는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받은 사람들은 스트레스 관련 장애의 위험이 43% 더 높았다. 특히 PTSD 발생 위험은 55% 더 높게 나타났다. 형제자매 그룹에서도 노출 그룹의 스트레스 관련 장애 위험은 34% 더 높았으며, PTSD 발생 위험은 41% 더 높게 나타났다.
정신질환 발생 가능성 염두에 두어야
이번 연구 결과는 편향을 줄이고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환경적인 요인도 함께 고려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개인의 성별, 수술 당시 연령, 수술 후 경과 시간 등 개인적 요인을 검토했다. 여기에 대상자들 부모의 교육 수준, 부모의 스트레스 관련 장애 병력 등 사회·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도 검토했다.
모든 요인을 종합해 분석하더라도 편도선 또는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받은 사람들의 정신질환 발생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 다만, ‘절제 수술을 받은 목적’을 기준으로 재분류했을 때, 수면 및 호흡 문제로 수술한 사람들에게서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 가능성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편도선 및 아데노이드와 관련된 건강 문제가 스트레스 장애를 비롯한 정신질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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