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해달라" 교복 입고 집 찾아온 20대...돌연 흉기 꺼내 끔찍 살인[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정씨는 학창 시절 가까운 친구도 많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새로운 환경을 꿈꿨지만, 대학 진학 실패에 이어 공무원 시험 낙방 등 취업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점점 고립돼 갔다.
가정불화와 반복된 실패 경험은 왜곡된 분노를 키웠다. 정씨는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비관하며 무고한 사람들을 향한 살인 욕구를 품기 시작했다. 그는 직장 생활 대신 온라인 활동에 몰두하며 각종 범죄 관련 방송과 서적에 빠져들었다. 범행 약 3개월 전부터는 인터넷에 살인 관련 단어를 집중적으로 검색했다.
살인 욕구는 실제 범죄 시도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온라인 중고 거래 앱을 통해 알게 된 20대 여성을 한 산책로로 유인해 살해하려 했으나 주변에 지나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미수에 그쳤다.

정씨는 과외 중개 앱에서 중학생 학부모인 척하며 '딸의 영어 과외 선생님을 구한다'는 글을 올린 뒤 총 54명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이들 중 혼자 사는 대학생 A씨가 표적이 됐다.
A씨는 "거리가 너무 멀다"며 과외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정씨는 "시험 과외를 해 보고 결정해 달라. 딸을 선생님 댁으로 보내겠다"고 재차 부탁해 약속을 잡았다.
정씨는 사건 당일 오후 6시쯤 인터넷에서 중고로 산 교복을 입고 부산 금정구에 있는 A씨 집으로 향했다. 그는 A씨가 혼자 있는 걸 확인한 뒤 자신의 나이를 밝히고 불우한 처지를 이야기하다가 "혼자 죽기 억울해 같이 죽을 사람을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놀란 A씨가 도망가려 하자 정씨는 "장난이다"라며 안심시킨 뒤 가방에서 흉기를 꺼내 A씨 목과 가슴 부위를 집중적으로 찔렀다. A씨는 약 10분간 110회 넘는 자상을 입고 현장에서 숨졌다.
범행 직후 정씨는 혈흔이 묻은 옷을 벗고 A씨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후 집으로 돌아가 여행용 가방을 챙겨오면서 마트에 들러 세제와 비닐봉지 등을 구매했다. 다시 A씨 집에 간 정씨는 지문 감식을 피하기 위해 시신을 훼손했다.

검찰 심리 분석에서는 '애정을 갈구했던 아버지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제3자에게 피해를 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나왔다. 실제 정씨는 범행 전 아버지와 2시간 정도 통화하며 불우한 성장 환경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으나 '너도 잘못한 점이 있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이후 정씨는 인터넷에서 '가족에게 복수하는 방법', '존속살인', '살인 방법' 등을 검색했다. 공책에는 '안 죽이면 분이 안 풀린다'는 글을 자필로 적어놨다.
검찰은 2023년 11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정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정씨는 "사회로 돌아갈 경우를 대비해 중국어와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며 "새사람으로 살아갈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1심 재판부는 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30년간 부착을 명령했다. 검찰과 정씨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도 무기징역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과 아무 관련 없는 20대 여성을 살해했을 뿐 아니라 사체를 훼손, 유기해 비난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도 "평탄하지 않은 성장 과정에서 가족에 대한 원망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분노 등 부정적 감정이 장기간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무력감과 공격적 충동, 처한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가 합쳐져 살인이라는 극단적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성장 과정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모든 책임을 묻기 어렵다. 개선이나 교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생명을 박탈하기보다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 재범을 방지하고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게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정씨는 형량이 무겁다며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1999년생 정씨는 우리나라 최연소 여성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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