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젊은의사 자문단' 1호 정책은…"불법의료행위 감시·관리 강화"
"의협 내부서도 부정적 의견 많았지만…국민들 신뢰 회복 첫걸음 될 것"
'블랙리스트' 작성·유포 전공의 구속 관련해선 "과할 정도로 부당하다 생각"
전공의와 의대생만으로 꾸려진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젊은의사 정책자문단'이 출범 후 '1호 정책'으로 무면허 의료행위 등 의료인의 불법행위를 상설기구로 감시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현재 의협이 운영 중인 '간호사 불법진료 신고센터'를 확대 개편해 운영하자는 구상인데,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의 합법화를 골자로 한 간호법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중윤위) 내 배심제 도입 등 '내부 자정'을 주장하면서도,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 작성·유포 혐의로 구속된 사직 전공의 수사에 대해서는 "(당국의 조치가) 부당할 정도로 과하다"고 밝혔다.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은 24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협 젊은의사 정책자문단 제1호 정책 제안 기자회견'에서 "오늘 젊은의사 정책자문단의 일원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저희는 10여 명의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로 구성된 정책생산기구"라고 소개했다.
이어 "자문단은 기존 의협 방식과 문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충돌이 없는 중립적인 정책, 젊은 발상의 참신한 정책들을 제안하고 이를 통해 바른 의료가 구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립됐다"고 자문단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의협은 지난달 말, 협회가 주최한 젊은의사 의료정책 공모전에서 수상한 전공의와 의대생 등이 참여한 해당 자문단을 발족했다고 밝혔다. 다만 임현택 의협 회장과 갈등해 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는 무관하며, 향후 대정부 협상을 위한 기구도 전혀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채 이사도 이날 자문단의 의견이 의협의 공식 입장은 아니며, 구성원인 젊은 의사들이 고안한 내용을 의협과 정치권에 제안하는 단계라고 먼저 전제했다.
그러면서 대리시술 등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불법 의료행위 감시기구'를 확대, 상설화하자고 제안했다. 현행 법령은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의료인 역시 면허상 허용된 행위만 할 수 있음에도 처벌 규정 외 이를 방지할 법적·제도적 장치는 미비하단 취지다.
그는 최근 한 유명 피부클리닉에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해 논란이 된 일과 면허증 위조가 적발된 '가짜 의사' 사건을 들어 "정작 당사자들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의협이 의사가 반드시 전담해야 할 행위를 '자격 없는' 보조인력에게 맡기는 것을 꾸준히 비판해 왔음에도, 협회 산하 중윤위의 실효성은 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징계사유가 '품위 유지의무 위반'으로 한정돼 있고, 징계로 인한 불이익도 크지 않은 탓이다.
젊은의사 정책자문단은 상설 감시기구로 신고된 사항은 의협 자체조사를 정례화하고, 결과에 따라 중윤위에 회부하자고 했다. 만약 특정인이 유사 사안으로 반복적으로 회부되면 중윤위 차원에서 관리 감독하자는 의견이다.
또한 배심제도를 추가로 도입해 초기엔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 및 중독 등 '명확한 불법행위'부터 적용하자고 부연했다. 배심원 사이 다수결로 정해진 징계사항은 중윤위에 의무 회부하고, 위원회엔 '거부권'만 부여하자고 했다. 실제 행사 시엔 명확한 근거를 공고토록 하자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의료시술을 받는 사람이 시술하는 의사의 신분을 확인하고, 해당 의료기관이 당국의 평가 인증을 거쳤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의료인 등록 및 공시제도'를 도입하자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QR코드 및 의료인 명찰 등을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도 내놨다. 각 의료기관은 의사면허증을 의무적으로 게시하도록 해 피시술자가 직접 QR코드로 얻은 정보를 '교차 검증'하게 하자는 구상이다.
정보를 제공하는 주체는 의협 의학정보원으로 제한하고, 특정 대학·수련병원 출신 의사 선호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채 이사는 이번 정책 제언과 관련해 "대의원회 정관개정특별위원회와 협력해 의협 정관 개정 추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앞으로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의 목소리가 협회 내에서 보다 높은 비중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활동 반경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술의사 확인제 등에 대해선 의협 내 사전 의견조회 결과, 부정적 반응들도 상당수 있었지만 "의사(사회) 내부에서 자정 작용이 일어날 수 있고, 그것이 젊은 의사들에 의해 이뤄졌다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면 국민들의 신뢰를 차근차근 회복할 수 있다고 봤다"는 설명이다. 자문단의 의사들이 의협에 가장 불만을 품었던 대목도 '어째서 잘못을 한 의사들도 감싸나'였다고도 전했다.
의대 증원에 따른 의·정 갈등이 7개월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들의 '1호 정책'이 현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건(의대 정원 사안 등은) 정치적 요소가 더 많이 가미된 문제"라며 "정책자문단에서 (얘기)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자문단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등에게 정책 제안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이들은 의료계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들의 신상을 공개한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하면 당연히 잘못된 것이 맞다"면서도 "지금 진행되는 조사나 구속과정에 대해선 '부당할 정도로 과하다'는 게 저희의 주된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수용할 수 없는 이유에 관해 "(협의체에) 들어간다 해도 (결국) 지켜지지 못할 약속이고, 이용만 당하지 않겠냐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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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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