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만 사겠다?" 인도네시아의 선 넘는 재협상안... 그런데 블록2만 고집하는 이유

KF-21 보라매 전투기 공동개발 파트너인 인도네시아가 또다시 예상을 벗어난 행보를 보이면서 국내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당초 48대의 블록1형을 도입하겠다던 계획을 뒤집고, 16대의 블록2형만 구매하겠다는 파격적인 재협상안을 들고 나온 것이죠.

여기에 구매 자금마저 한국 수출입은행의 차관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되면서 "돈까지 빌려주고 물량은 반토막"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인도네시아의 행보를 단순한 배신으로만 볼 수 없는 복잡한 속내가 숨어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터키 칸 전투기 카드를 꺼내든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이 최근 터키를 전격 방문하면서 미묘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터키의 주요 방산업체인 아셀산사를 방문해 사레이더를 시찰하고, 칸 전투기 사업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죠.

표면적으로는 한국과 터키 사이에서 양다리 전략을 구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방산업계에서는 이를 협상력 강화를 위한 전술적 움직임으로 보고 있습니다.

만약 인도네시아가 정말로 한국을 압박하려 했다면 보라매 도입 자체를 포기하겠다는 카드를 꺼냈어야 합니다.

그런데 터키 방문 후에도 한국과의 비공개 회의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칸 전투기는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수단일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블록1 건너뛰고 블록2로 직행하는 전략적 선택


인도네시아가 48대의 블록1형 대신 16대의 블록2형을 선택한 배경에는 나름의 합리적 계산이 깔려있습니다.

블록1형은 공대공 임무만 수행할 수 있는 제한적인 성능을 가진 반쪽짜리 전투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반면 블록2형은 공대지 임무까지 가능한 완전체 전투기인데다, 한국 공군도 블록1형을 소량만 생산하고 곧바로 블록2형으로 전환할 계획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등장과 동시에 단종될 모델을 굳이 대량으로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죠.

16대 규모면 한 개 비행대 수준으로 우선 운영해보고 성능이 검증되면 추가 물량을 도입하는 단계적 접근이 가능합니다.

다만 블록2형은 블록1형보다 대당 수백억 원 정도 비싸기 때문에 전체 비용은 크게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라팔 전투기의 빈틈을 메우는 보라매


인도네시아가 이미 대규모 비용을 지불하고 프랑스제 라팔 전투기를 도입하고 있음에도 보라매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라팔 도입 과정에서 중거리 미사일 확보에 실패했고, 최신 항전장비 운용에도 제약이 가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는 전투기만 팔았을 뿐 핵심 기술 이전에는 인색했던 것이죠.

라팔 전투기

반면 보라매는 공동개발 파트너로서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이 가능하며, 운영 비용 면에서도 라팔보다 훨씬 경제적입니다.

무엇보다 프랑스의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고성능 라팔과 경제적인 보라매를 조합해 하이-로우 믹스 전략을 구사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터키 칸 전투기의 현실과 한계


인도네시아가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터키의 칸 전투기는 아직 시제기 한 대를 제작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한국이 여덟 대 이상의 시제기를 완성하고 2,000시간 시험비행을 성공한 것과 비교하면 개발 속도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고 있죠.

칸 전투기가 양산 단계에 진입하려면 수조 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데, 터키는 이를 미국과의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을 뿐 실제 양산 의지는 불투명합니다.

칸 전투기

서방의 첨단 부품과 항전장비 도입이 어려운 터키는 자체 기술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난관에 부딪힌 상태입니다.

실제로 터키는 한국에서 전차 파워팩을 도입하는 등 핵심 부품 상당수를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F-35 전투기 수출을 허가할 경우 칸 전투기 사업 자체가 축소되거나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죠.

한국의 달라진 협상 태도


과거와 달리 한국 방위사업청은 인도네시아의 전술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분담금 문제로 한국 협상단이 수시로 자카르타를 방문하며 인도네시아 정부를 설득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인도네시아 측이 한국을 찾아와 협상을 요청하는 상황으로 역전되었습니다.

보라매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한국의 입지가 강화된 것도 큰 요인입니다. 공군 양산 물량이 20대에서 40대로 늘어났고, 필리핀이 실제 도입을 검토하며 말레이시아까지 후보국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인도네시아가 아니어도 다른 국가로 대체가 가능해진 것이죠.

방사청은 이번 협상에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원칙적 대응에 집중한다는 방침입니다.

결국 한국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


인도네시아가 표면적으로는 도입 물량을 대폭 축소하며 한국을 압박하는 듯 보이지만, 블록2형으로 기종을 변경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선택입니다.

블록2형은 블록1형보다 훨씬 복잡한 시스템과 무장 통합이 필요하며, 기술 지원과 유지보수에서 한국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16대는 시작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개 비행대 규모로 운영하며 성능이 검증되면 추가 물량 도입은 불가피합니다.

복잡한 권력 구조와 다양한 세력이 공존하는 인도네시아는 과거에도 라팔, 타이푼, F-15 등 여러 기종을 동시에 운용해온 전력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효율성 때문에 기종 통일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보라매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