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바이든, 당신 해고야”…지지자들 떠나갈 듯한 환호
트럼프 “내일은 헤일리에게 아주 나쁜 날일 것”
헤일리 “트럼프로는 본선에서 바이든에게 패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안방’에서도 그를 대파할까? 헤일리 전 대사는 승패를 떠나 작은 희망의 불씨라도 찾을 수 있을까?
‘운명’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승부를 하루 앞둔 트럼프 전 대통령은 23일 오후(현지시각)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록힐에서 대규모 유세를 통해 승부에 쐐기를 박으려고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마지막 유세를 한 록힐의 윈스럽대 실내체육관은 행사 시작 2시간여 전부터 참석자들이 체육관을 빙 둘러 줄을 설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다. 인구가 7만여명인 록힐에서 열린 유세에 6천여명이 참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경선 유세들 중 가장 붐비는 편에 속하는 행사였다. 남부의 공화당 아성이라고 할 수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흑인 비중이 22%로 전국 평균보다 높지만 유세 현장에서는 흑인이든 아시아계든 유색인종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승자가 된 것처럼 말했다. 그는 “헤일리에게 내일은 아주 나쁜 날일 것이다. 그것은 그가 좋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또 헤일리 전 대사가 “민주당 기부자들을 위해 일한다”며 “그는 너무 좌파로 기울어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등장하기 전에 연단에 올라 소리를 지르며 흥을 돋운 이곳 지역구의 팀 스콧 상원의원은 “공화당 프라이머리는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가 우리 후보다”라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시간30분간의 열띤 연설 머리 부분에서 백인 중산층 이하 지지자들에게 호소력이 있는 소재인 이민자 문제를 꺼내며 조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했다. 자신은 “국경을 지키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가 “조 바이든, 당신 해고야”라고 외치자 떠나갈 듯한 환호가 체육관을 메웠다. 지지자들은 곧이어 “유에스에이(U.S.A.)”를 연호했다.
유세장에 나온 지지자들도 하나같이 이민자 문제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르는 이유로 꼽으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유약하고, 미국인들의 이익에 충실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손녀와 함께 온 로저 와인은 “백신 접종도 안 한 사람들이 국경을 마구 넘어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동생 릭은 ‘헤일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가 고향이고, 주지사로 두 번이나 당선됐는데도 왜 인기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라이노(RINO) 공화당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라이노는 ‘허울뿐인 공화당원’(Republican In Name Only)이라는 말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내 경쟁자들을 공격할 때 잘 쓰는 표현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문구를 새긴 모자와 티셔츠 차림을 한 금융 분석가 제이콥 월터는 “트럼프의 이민 정책을 가장 지지한다”며 “바이든은 유약하고 비미국적인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가 집권했다면 물가가 그렇게 안 뛰었을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에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두 차례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표를 주겠다는 스콧 헌터는 “합법적인 이민자가 아니라 불법 이민자를 막자는 것”이라며, 군대까지 동원해 대규모 이민자 추방에 나서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에 대해서는 “돕지 말자는 게 아니라 미국인들을 위해 우선 돈을 써야 하는 게 아니냐”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지지자들은 이민, 물가, 세금, 우크라이나 지원 등 대선 경쟁의 주요 이슈들마다 마치 학습이라도 한듯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헤일리 전 대사는 패색이 드리운 상황에서도 막판 유세에 공을 들였다. 메시지의 핵심은 본선 경쟁력은 자신이 낫다는 것이었다. 그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몽크스코너에서 한 유세에서 일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트럼프는 본선에서 바이든을 못 이긴다”, “본선에서 지면 우리는 아무것도 못 얻는다”고 주장했다.
헤일리 전 대사의 선거캠프는 이날도 선거 광고 예약을 많이 해놨다며 아직 포기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헤일리 전 대사가 적어도 14개 주가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슈퍼 화요일’(3월5일)까지는 버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최근 사우스캐롤라이나 여론조사들을 종합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30%포인트 이상 뒤지고 있다.
글·사진 록힐(사우스캐롤라이나주)/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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