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노화’ 말한 의사, 알고 보니 AI…식품 광고 선 넘었다
비타민C·효모식품 기타가공품 과대광고…가상 전문가 추천·보증 광고 정조준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AI로 생성한 가짜 의사를 등장시켜 일반식품을 신체나이 감소 및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불법 광고·판매한 유통업체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단순 온라인 과대광고를 넘어 AI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가 실제 전문가의 의학적 권고로 오인할 수 있도록 광고 영상을 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식약처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사이버조사팀의 모니터링과 식품관리총괄과의 행정조사를 통해 AI 활용 허위·과대광고 업체를 적발했다. 이후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 위반 업체를 대상으로 위반 경위와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수사에 즉각 착수하면서 행정조사와 수사를 연계한 대응체계를 가동했다.
수사 결과, 유통업체 A와 사업 본부 대표 B씨는 자사 온라인 쇼핑몰과 유튜브 등을 통해 비타민C, 효모식품 등으로 제조한 기타가공품을 판매하면서 '신체나이 감소', '역노화' 등 신체조직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2025년 9월부터 2026년 5월까지 9개월간 약 65만 개의 제품을 판매해 총 81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의 핵심은 광고 방식이었다. 피의자들은 「식품표시광고법」상 의사 등이 식품을 추천하거나 보증하는 내용의 광고가 금지되어 있음에도, AI 기술을 활용해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의 중년 의사를 만들었다. 해당 가상 인물은 제품에 노화 방지 효과가 있는 것처럼 추천하는 광고 영상에 등장했으며, 영상은 유튜브 등 SNS에 게시됐다.
현행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제8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제1항은 의사·약사·대학교수 등이 제품을 추천하거나 보증하는 내용의 광고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식품은 질병 예방·치료 또는 신체 기능 개선 효과가 의학적으로 인정된 의약품이 아닌 만큼, 전문가 권위를 활용해 소비자 판단을 흐리게 하는 광고를 제한하는 취지다.
식약처는 해당 광고 영상으로 인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해 11월 행정조사 단계에서 플랫폼사에 차단·삭제를 요청했고, 관련 영상은 삭제 조치됐다. 이후 수사를 통해 판매 규모와 위반 경위 등을 확인한 뒤 검찰 송치가 이뤄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AI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전문가가 추천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속이는 방식으로 일반식품의 효능을 과장한 데 문제가 있다"며 "특히 신체나이 감소, 역노화와 같은 표현은 소비자가 제품을 의학적 효능이 있는 것처럼 오인할 가능성이 큰 만큼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최근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기술 발전으로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 인물 활용 광고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의사·교수 등 전문가나 유명인을 AI로 구현해 제품 효능을 추천·보증하는 방식은 소비자 신뢰를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새로운 온라인 광고 감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달 26일 「식품표시광고법」, 「화장품법」, 「약사법」을 개정했다. 현재도 AI로 만든 가짜 전문가를 내세운 광고 행위는 단속이 가능하지만, AI로 생성한 가짜 전문가가 식품·화장품·의약품 등을 추천하는 광고 행위를 금지하는 사항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한 조치다. 기술 발전에 따라 광고 주체와 표현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법적 근거를 분명히 해 현장 단속과 사후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존 법령으로도 의사·약사·대학교수 등 전문가의 추천·보증 광고는 금지되어 있지만, AI로 생성한 가상 인물을 이용하는 경우까지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법령상 금지 취지를 명확히 한 것"이라며 "앞으로 AI 기반 광고라고 하더라도 전문가 추천처럼 보이게 해 소비자를 오인·혼동시키는 행위는 중점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향후 온라인 모니터링, 행정조사, 수사로 이어지는 3중 감시 체계를 지속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단순 게시물 삭제에 그치지 않고, 판매 규모와 고의성, 소비자 기만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필요한 경우 수사로 연계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광고 제작이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식품·화장품·의약품 광고의 경계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인물이나 음성을 활용한 광고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전문가 권위나 의학적 효능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현혹할 경우 규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식약처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온라인 소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AI를 활용한 가상 인물이 전문가가 추천·보증하는 것으로 오인·혼동될 수 있는 소비자 기만 광고 행위를 엄정하고 철저하게 단속·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식약처는 이번에 공개되는 범죄사실은 재판에 의해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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