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강의 랜드로버! - 레인지로버 스포트 SV 시승기
역대 가장 강력한 심장을 갖춘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트 SV를 시승했다. 레인지로버 스포트 SV는 과거 레인지로버 스포트의 고성능 모델 SVR을 계승하는 모델이며, 새로운 레인지로버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새로운 파워트레인, 그리고 다양한 첨단 장비들을 결합해 탄생한 고성능 SUV다.
새로운 레인지로버 스포트 SV를 시승하며 그 매력을 알아 본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레인지로버 SV는 플럭스 실버, 옵시디언 블랙, 그리고 이번에 시승하게 된 카본 브론즈의 3개 트림으로 나뉘어진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플럭스 실버와 옵시디언 블랙이 2억 6,210만원이며, 이번에 시승한 카본 브론즈는 2억 8,520만원이다.
레인지로버 스포트 SV의 외관은 이전 세대에 비해 한층 더 날렵해지고 매끄러워진 모습이 특징이다. 전반적으로 스포츠 세단을 연상케 하는 레인지로버 스포트의 스타일링은 역대 레인지로버 스포트 모델들 중 가장 온로드 지향적인 모습으로 보여질 정도다. 아울러 형님 격인 레인지로버에 비해 월등히 역동적인 인상을 강조하고 있다.
전면부는 현행 레인지로버의 스타일을 기초로 하면서도 더욱 날카로운 인상과 매끄러운 면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슬림한 라인을 그리는 LED DRL은 레인지로버 스포트만의 고유한 인상을 형성한다. 고성능의 LED 램프와 각각 130만개에 달하는 디지털 마이크로미러로 구성된 헤드램프 유닛은 정교한 개별제어 능력으로 최대 16개의 물체를 식별하고 지능적으로 빛을 차단해 외부 교통의 눈부심을 방지한다.
측면에서는 레인지로버 스포트만의 역동성을 더욱 강조하는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여기에 후륜구동 기반 SUV 특유의 매우 짧은 오버행에 더해 두드러지게 강조된 프론트 엔드, 그리고 더 가파르게 경사져 있는 윈드스크린 등을 통해 덩치가 큰 SUV임에도 스포츠 세단처럼 날렵해 보이는 프로파일을 형성한다.
또한 이번에 시승한 레인지로버 스포트 SV, 그 중에서도 이번에 시승항 카본 브론즈에는 양산차로서는 세계 최초로 적용된 카본파이버 휠이 적용되어 있다. 여기에 형광 노란색의 전용 색상 브레이크 캘리퍼가 적용되어 더욱 돋보이는 측면을 완성하며, 전륜에는 285/40R23 규격의 피렐리 스콜피온 ZERO 타이어가, 후륜에는 305/35R23 규격의 요코하마 ADVAN Sport 타이어가 적용되어 있다.
뒷모습에서는 양산차 최초로 적용되는 표면 LED(Surface LED) 기술이 적용된 테일램프가 눈에 띈다. 이 테일램프는 보는 각도에 관계 없이 우수한 선명도를 제공함으로써 외부 교통에 우수한 야간 가시성을 제공한다. 또한 레인지로버와는 다른, 레인지로버 스포트만의 스포티한 이미지를 강조하며 뒷모습에서도 존재감을 뽐낸다.
인테리어는 맏형인 레인지로버와 같이,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의 실내 분위기를 지닌다. 대시보드를 비롯한 일부 구성은 아예 형님 격인 레인지로버와 공유하고 있어, 여타의 SUV와 차별화되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차내의 마감재로 사용된 각종 소재 역시 고급스러운 소재로 이루어져 있어, 만족감을 더한다.
레인지로버와 공유하고 있는 13.1" 커브드 플로팅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는 우수한 시인성과 편의성을 제공하며, 과거의 JLR 모델들에 비해 한 템포 빨라진 작동성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사 대비 반응 속도가 아주 빠릿빠릿하지는 않은 편이다. 오디오 시스템은 메리디안의 사운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인터페이스 및 편의성은 과거에 비해 한결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간 과정이 적지는 않은 편이다. 여기에 공조장치는 물론, 오프로드 주행과 관련된 각종 보조기능들까지 한 화면에 구겨 넣은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테리어 전반의 분위기는 한결 깔끔해지기는 했지만, 깔끔한 인테리어를 대가로 직관적인 조작성을 훼손했다는 점은 다소 불만이다.
역대 최고성능의 랜드로버를 표방하고 고성능 모델인 SVR을 계승하는 모델인 만큼, 좌석부터 다르다. 앞좌석은 전용의 헤드레스트 일체형 스포츠 시트가 적용되어 있다. 그런데 대체로 이러한 유형의 좌석은 아주 탄탄한 착좌감을 갖게 마련이지만, 레인지로버 스포트 SV의 스포츠 시트는 뜻밖에 부드러운 착좌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신체를 지지하는 정도도 어지간한 스포츠 세단에 못지 않다. 이 뿐만 아니라 최고급 가죽을 사용해 제작되어 만족스러운 질감을 제공한다. 앞좌석은 전동조절 기능 뿐만 아니라 열선 및 통풍, 그리고 마사지 기능까지 제공한다.
뒷좌석은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도 손색없을 만큼 우수한 착좌감은 물론, 여유로운 공간과 리클라이닝 기능 적용으로 성인 남성에게도 여유로운 거주성을 제공한다. 뒷좌석에는 전동식 리클라이닝 기능을 제공하며, 뒷좌석 좌우측에 열선 기능을 제공한다. 여기에 파노라마 선루프가 적용되어 더욱 훌륭한 개방감을 경험할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647~835리터로 상당한 용량을 제공하며, 뒷좌석을 접으면 1,860리터까지 확장된다. 적재공간은 가히 준대형급 SUV에 걸맞은 수준이며, 편의성 면에서도 우수하다. 특히 뒷좌석은 전동으로 제어 기능이 적용돼, 트렁크 쪽의 버튼을 이용해 트렁크룸에서 바로 접을 수 있다. 이 외에도 트렁크 바닥 면에 가방이나 쇼핑백 등을 붙잡아 둘 수 있는 홀더 기능도 제공해 실용성을 높였다.
이번에 시승한 레인지로버 SV는 역대 가장 강력한 파워트레인을 품고 태어난 랜드로버다. 그 파워트레인의 정체는 BMW로부터 공급받은 S63 4.4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이다. 이 엔진은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BMW M5, M8, X5 M, X6 M 등과 공용하는 유닛이며, 최고출력은 물경 635마력에, 최대토크 76.5kg.m의 성능을 자랑한다. 최고속도는 290km/h이며,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기술을 적용해, 다이나믹 런치 시, 최대 20kW의 출력과 175Nm의 토크를 추가로 제공한다.
레인지로버 스포트 SV는 온로드에서의 고성능을 지향하는 SUV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시동을 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4.4리터의 배기량을 체감할 정도의 묵직한 소음이 울려오기는 하지만, 냉간만 지나면 상당히 정숙해진다. 그리고 일상적인 운행에서는 엔진과 변속기가 시종일관 여유롭고 부드럽게 반응하는 덕분에 일상적인 운행에서는 고성능 SUV 보다는 '럭셔리 SUV'의 모습이 강하게 드러난다. 특히 레인지로버 스포트 SV의 V8 엔진은 V8 엔진 특유의 맥동이 있음에도, 6기통 엔진을 연상케 하는 매끄러운 회전질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승차감 역시 럭셔리 SUV의 모범을 보여준다. 항시 부드럽고 편안하면서도 노면의 정보는 필요한 만큼 전달되며, 차체의 움직임이 조금도 허술하거나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또한 주행 모드를 자동 내지는 컴포트 모드로 설정한 상태에서는 항시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승차감도, 정숙성도 모범적인 럭셔리 SUV의 모습 그 자체다. 이 뿐만 아니라 레인지로버 스포트는 다양한 능동안전장비들이 적용되어 있는 덕분에 더욱 쾌적한 운행 환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주행 모드를 SV로 전환하고 가변배기 시스템을 작동하는 순간, 차의 성격이 급변한다. 항시 부드럽게 반응했던 엔진이 낯빛을 싹 바꾸고 635마력이라는 슈퍼카급 동력성능을 품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가속 페달에 힘을 주기 시작하자, 엔진에서 잠자고 있었던 강력한 힘이 변속기를 거쳐 네 바퀴에 기운차게 들어가며 육중한 차체가 가열차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이제까지 경험한 랜드로버 중에서도 유달리 강력한 파워가 등을 떠밀어주는 느낌을 주며, 스포츠카가 부럽지 않은 폭발적인 가속을 전개한다. 회전수가 오를수록 맹렬하게 울리는 엔진의 구동음과 강력함이 느껴지는 배기음으로 짜릿한 경험을 제공한다.
핸들링 면에서는 SUV다운 모습과 함께 스포츠 세단의 모습도 느낄 수 있다.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른 차체와 하체의 응답성 면에서 묵직하지만 꽤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차체가 움직여준다. 기본적으로 차체가 높은 데다, 시트포지션 역시 일반적인 크로스오버 SUV 보다는 한 치수 더 높은 포지션을 지닌 탓에, 체감 상으로는 롤이 꽤 크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러면서도 차체의 불온한 움직임은 잘 다스려지면서, 네 바퀴는 끈질기게 노면을 붙잡아 준다.
그래서 레인지로버 스포트 SV는 정통 SUV의 포지셔닝과 감각을 지니고 있음에도 상당히 빠르고 정확한 핸들링을 보여준다. 이는 레인지로버 스포트에 적용된 6D 다이내믹스(6D Dynamics) 서스펜션 시스템과 세계 최초의 유압식 인터링크 댐퍼(hydraulic interlinked dampers) 등, 각종 첨단 장비들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덕분이다. 여기에 후륜 스티어링이나 제동 기반 토크 벡터링 시스템까지 더해져 대단히 몰입감 높은 핸들링을 제공한다. 여기에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가 적용돼있어, 묵직한 덩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오랫동안 제어력을 유지한다.
이번에 시승한 레인지로버 스포트 SV의 공인 연비는 7.1km/l(복합)다. 시승을 진행하며 기록한 구간 별 평균 연비는 도심구간은 6.2~7.4km/l, 고속도로 11.6km/l로 기록되었다. 대배기량의 엔진에 공차중량만 2,625kg에 달하는 SUV임에도 상당히 선방한 성적이라고 생각된다. MHEV 시스템에 도움을 받은 덕분으로 볼 수도 있다.
역대 가장 강력한 랜드로버라 불리는 레인지로버 스포트 SV는 SUV로서 정말 독보적인 경험을 안겨주는 모델이다. 기본 설계는 아주 현대적인 크로스오버 SUV의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스타일링, 인테리어 등,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대단히 현대적인 감각으로 만들어져 있다. 반면 그 경험은 정통 SUV의 질감들을 충실히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막강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차원이 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레인지로버 스포트, 그 중에서도 SV는 독보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실로 매력적인 고성능 럭셔리 SUV다.
글. 사진. 박병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