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윤 대통령의 ‘무례’와 한동훈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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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처럼 네버엔딩 스토리인 줄 알았던 《중국인 이야기》가 9월24일 제10권 출간 행사로 끝을 맺었다.
국민을 대하는 윤 대통령의 자세에 무례한 부분이 느껴진다거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조차 자기 방법론대로 끌고 갈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환상에 빠져 있지 않냐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도 본인의 언행이 국민에게 무례한 점은 없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일방적 감싸기에 대해 SNS의 다음과 같은 댓글은 정중하면서도 준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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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전영기 편집인)
천일야화처럼 네버엔딩 스토리인 줄 알았던 《중국인 이야기》가 9월24일 제10권 출간 행사로 끝을 맺었다. 집필 기간 17년, 사진 2000장, 등장인물만 1000명에 이른다. 저자 김명호 선생의 문장은 매력적이다. 나에게 인상적인 문장을 하나 꼽으라면 "인간 최대의 비극은 환상과 무례"라는 구절이다. 정치판을 취재하면서 봤던 적지 않은 비극들이 권력자의 환상이나 무례에서 시작되곤 했다.
요즘 들어 부쩍 윤석열 정부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국민을 대하는 윤 대통령의 자세에 무례한 부분이 느껴진다거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조차 자기 방법론대로 끌고 갈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환상에 빠져 있지 않냐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중국인 이야기》의 김명호 "인간 최대의 비극은 환상과 무례"
법령과 시스템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1인자와 2인자의 권력세계엔 주도권의 법칙이 작동한다. 3권 분립이 헌법상 규정되어 있어도 현재 국회의장이 제1야당 대표의 눈치를 보고 있다든지, 당정 관계가 수평적이어야 한다는 당위에도 불구하고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깍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해당 사례들이다. 최근 1인자와의 일대일 만남(독대)을 2인자가 주도하는 것처럼 비춰지게 한 한동훈의 대통령 접근법은 엄연히 존재하는 자연법을 없는 것처럼 여긴 점에서 썩 현명해 보이지 않았다.
지난 시절의 경험을 살펴봐도 집권 후 차별화를 추구할지언정 집권 전에 현직 대통령을 몰아붙이는 차별화를 통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경우는 많지 않다. 김영삼 대통령 때 이회창 여당 대표, 노무현 대통령 때 정동영 당의장은 인간과 권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둘 다 주도권의 법칙을 무시해 대권정치에서 실패했다. 한동훈 대표가 실패한 대권주자를 따라갈 필요가 없을 텐데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해서인지 궤도 수정이 안 되는 것 같다. 한 대표 역시 당내 2인자나 3인자가 일방적으로 자신과의 만남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세상에 먼저 공표하면 모욕감을 느끼지 않을까.
물론 국정의 안정적 운영이나 보수진영의 정권 재창출, 김건희 여사의 안전보장 세 측면에서 최악의 전망이 쏟아지는 현실에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윤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한동훈의 무례한 방식에 '버럭' 화를 내고 언론의 무례한 공격에 '격노'할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도 본인의 언행이 국민에게 무례한 점은 없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일방적 감싸기에 대해 SNS의 다음과 같은 댓글은 정중하면서도 준엄하다.
"저는 자칭 보수주의자이며 윤석열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던 사람인데 금년 들어 대통령의 교만과 고집스러운 행태, 특히 김건희 여사의 잘못에 대한 사과나 제재 없이 두둔만 하는 모습에 엄청 실망하고 있는데…."
권력자들은 하늘과 국민 앞에 '겸손'해야
'교만'이라는 단어에 주목했으면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때 "국민이 불러낸 후보"라는 말을 좋아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뒤엔 "국민이 무조건 옳다"는 말도 했다.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떤 개인한테 교만했다면 그건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러나 '국민' 앞에 무례히 행한다면 곤란하다. 인간 비극의 출발점이 무례라는 점을 헤아려야 한다.
김명호 선생은 《중국인 이야기》 10권 완간 행사 때 "얼굴에 고난의 흔적이 없는 사람은 만나지 않는다. 고난받은 사람은 겸손하다"라는 옛 중국인의 말을 인용했다. 어디 중국뿐이겠나. 국가 통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겸손이라는 점은 동서고금의 경험이 보여주는 진리다. 권력자들은 하늘과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 윤 대통령 내외가 나라를 위해, 정권 재창출을 위해, 개인의 행복을 위해 특별히 새겨 담을 조언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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