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불기소' 4시간 설명한 검찰…4년 수사가 무색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인지했다고 볼만한 증거 없다고 판단
"당시 상황 및 인식 등을 확인할 증거가 없다"
하지만 주가조작 선수 '편지', 'BP패밀리' 진술엔 '불분명한 설명'
4년 6개월 동안 늘어진 수사…김 여사 압색 등도 없었다
민주당, 세 번째 '김건희 특별법' 발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검찰의 논리는 '증거 부존재'로 요약할 수 있다.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했다고 볼만한 물증은 없고, 관련자들의 진술은 한결같이 '김 여사는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가 4년 6개월이나 늘어졌던 점과 김 여사에게 불리한 정황 등에 대해서는 수사팀이 석연찮은 판단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세 번째 '김건희 특별법'을 발의했다.
4시간 동안 불기소 이유 설명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전날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 여사 불기소 처분 결과와 수사 경과 등을 설명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브리핑은 오후 2시까지 진행됐다. 최 부장검사가 1시간가량 사건 개요와 수사 과정 등을 설명하고 질의응답이 이어진 4시간 가까이 단 1분의 휴식도 없었다.
수사팀의 설명을 요약하면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주가조작에 이용됐다고 판단되는 김 여사의 계좌는 6개인데, 4개는 투자를 온전히 타인에게 일임했고, 2개는 김 여사 본인이 운용했지만, 주가조작 사실을 알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구체적 판단 논리는 크게 네 가지다. 먼저,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알았다고 볼만한 물증이 없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2심에서 유죄를 받은 손모씨의 경우, 2차 주가조작 선수 김모씨와 주고받은 문자 등이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하지만 김 여사의 경우, 일부 증권사 직원에게 '체결됐죠?', '그분에게 전화 왔죠?' 정도의 녹취록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대화는 투자를 다른 사람들에게 일임한 가운데 김 여사가 했던 말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둘째로, 사건 관계인 모두가 '김 여사는 몰랐을 것'이라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설명자료에서 1·2차 주가조작 선수 김씨와 이모씨,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회장, 블랙펄 직원 민모씨 등의 진술 일부를 공개했다. 모두 '김 여사는 모른다'는 취지의 진술이다. 심지어 2020년 2월 1·2차 주가조작 선수 이씨와 김씨 간 통화에서 "걔(김 여사)는 아는 게 없지. 지(제) 사업만 아는 것이고"라는 녹취록도 공개했다.
셋째로, 김 여사는 주식시장이나 주식거래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일반투자자라고 판단한 점도 주가조작 사실을 몰랐을 정황으로 판단했다.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들은 모두 증권사에 근무하거나 대량의 자금을 공격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얻는 전문가였던 반면 김 여사는 '블록딜(시간 외 댜량매매)'에 대해 물어볼 정도로 주식시장에 문외한이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마지막으로 김 여사가 주가조작이 이뤄지던 2010~2012년 1·2차 주가조작 선수 이·김씨나 블랙펄 관계자들과 직접 연락한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주가조작이 진행되던 시기 2차 주가조작 선수 김씨와 전주(錢主) 손씨 간 여러 차례 연락했던 점과 대조적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주가조작 몸통 의혹 권 회장과 연락했는데…편지는?
특히 주가조작 거래로 판단된 주식거래를 김 여사가 "직접 했다"고 진술한 부분에 대해 검찰은 "해당 매도 주문 2회는 김 여사가 당시 권 전 회장으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연락을 받고 증권사 직원을 통해 주문을 제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권 전 회장의 스타일상 주가조작 사실은 말하지 않고, 평소 자신을 신뢰해 주던 김 여사에게 주식거래를 부탁해 이뤄진 거래라는 것이다.
권 전 회장은 현재 주가조작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등을 선고받았다. 검찰 역시 권 전 회장이 주가조작 사건의 몸통으로 보고 있다. 핵심 피의자인 권 전 회장의 연락 직후 김 여사가 주가조작 행위로 인정되는 주식거래를 체결했음에도 검찰은 "당시 상황 및 피의자의 인식 등을 확인할 증거가 없음"이라고만 밝혔다.
2차 주가조작 선수 김씨가 수배자 신세로 도망 생활을 하던 시기에 작성한 편지에 '내가 가장 우려한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라고 적었는데,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수사를 피해 도망 다닐 때 작성한 것인데,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배우자(윤 대통령)가 유력 인사라 김 여사만 빠지게 됐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애초 이 사건이 윤 대통령을 잡으려고 하는 수사인데 김 여사만 결국 빠졌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양쪽 다 해석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씨가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를 'BP패밀리'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서도 "마찬가지로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권 전 회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지, BP패밀리인지 등 정확히 뜻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검찰은 BP패밀리로 지칭된 모든 사람을 불러 조사했지만,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은 없었다고 했다. BP패밀리는 '블랙펄 패밀리'를 뜻하는 말로 추정된다.
결국 김 여사에 유리한 정황 증거들은 선명하게 설명하면서도 김씨의 편지나 BP패밀리 진술, 주가조작에 동원된 김 여사의 주식 거래 등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거나 '의미가 불분명하다'는 취지로 설명한 모양새다.
檢 "수사기록 공개된다는 각오로 했다"…野 3번째 특검법 발의
검찰은 2020년 4월 김 여사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고발장을 접수했다. 무려 4년 6개월 간의 수사 끝에 내린 불기소 처분이다.
검찰은 1·2차 서면 조사 이후 대면 조사의 필요성을 느꼈으나, 본의 아니게 수사가 길어진 점을 인정했다. 김 여사에 대한 대면 조사는 지난 7월에야 비로소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검찰총장부터 대선 후보자, 대통령 당선 등 신분이 급격하게 변함에 따라 김 여사의 위치도 바뀌었던 점이 수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는 의심의 눈초리도 많다.
결국 수사가 늘어지는 사이 피의자들 간 입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수사가 길어지는 상황에서도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는 이뤄진 게 없었다. 검찰은 2020년 11월 김 여사 휴대전화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당시 법원에서 기각됐다고 한다.
검찰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 이번 사건을 처분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의 무거움과 예민함을 알기 때문에 굉장히 노력했다. 현직 여사에 대한 대면 조사도 처음"이라며 '봐주기 수사', '짜맞추기 수사'라는 지적에 억울한 심정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의 수사 기록은 다 공개될 수 있다는 각오로 이번 수사에 임했다. 누군가 수사팀의 조서와 보고서 등을 리뷰할 수 있다는 생각에 허점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 논의되는 김 여사에 대한 특검법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특별법'을 발의한 상태다. 21대 국회에서만 세 번째다. 이번 특검법은 이른바 '명태균 불법 여론조사 의혹'을 포함해 국가기밀 유출 등 국정농단 의혹,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등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모두 포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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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구연 기자 kimgu88@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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