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외도 안 지 3년 지났는데"…상간녀 소송도 시효를 넘긴 걸까 [중·꺾·마+: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2026. 3. 9.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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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 <32> 상간소송 소멸시효 문제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청소년 자녀 때문에 참아온 3년
1·2심 기계적으로 소멸시효 인정
손해배상 행위에 대한 다른 판단
삽화=신동준 기자

Q: 50대 중반 여성 A다. 2017년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았다. 큰 충격이었지만 당장 이혼하지 못했다. 자녀들이 모두 성인이 될 때까지는 가정을 유지하고 싶었다. 남편에게 관계 정리를 요구하며 결혼생활을 이어갔다.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고 결국 2022년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이혼과 함께 상간자를 상대로 위자료도 청구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부정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났다"며 상간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기각됐다. 외도를 안 시점에서 3년이 흘렀으니,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였다. 이혼을 결심하기까지의 시간은 아무 의미가 없는 건가. 아이들과 가정을 위해 참고 버텨온 3년은, 법 앞에서 그냥 흘러간 시간에 불과한 것인가.

A: 부정행위는 부부간 신뢰의 근본을 흔드는 사건이다. 부부란 상대방만을 사랑하겠다는 약속 위에 세워진 관계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혼전문변호사다. 외도로 이혼을 선택한 이들, 혼인을 유지한 채 상간자에게 책임을 묻는 이들, 잘못을 인정하는 이들, 끝까지 억울함을 다투는 이들까지 다양한 당사자를 마주해왔다. 그들의 갈등을 정리하며 법의 구조 안에서 해결의 방향을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감정이 있다. 억울함이다. 참고 버티며 가정을 지키려 했던 사람이, 오히려 그 시간 때문에 권리를 잃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표정. 필자는 그 표정을 잊지 못한다.

배우자 외도로 가정이 파탄에 이르렀을 때 법적 문제는 복합적이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두 가지 쟁점이 있다. '그 책임을 얼마나, 어떻게 배상할 것인가', '그리고 그 책임을 언제까지 물을 수 있는가'이다. A씨는 두 번째 쟁점과 마주하고 있다. 그 판단의 핵심이 소멸시효다. 소멸시효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토록 하는 제도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겠다는 원칙과, 법률관계를 무한정 불안정한 상태로 두지 않겠다는 취지다.

민법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만 보면 결론은 단순해 보인다. 외도를 알고도 3년이 넘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1심과 2심 법원은 그렇게 판단했다. 원고 청구를 부정행위로 인한 이혼 및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로 보아,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았다. 그 결과 3년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랐다. 올해 1월 29일 1, 2심과 다른 판단을 내놓으며, 피해자를 보호했다. 대법원은 (1)'외도 그 자체를 문제 삼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와 (2)'그 외도로 인해 혼인이 파탄 나고 이혼까지 하게 된 경우'는 다르다는 점을 명확하게 지적했다. 전자는 개별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이고, 후자는 이혼이라는 결과 전체를 하나의 불법행위로 보는 청구라는 것이다.

이혼을 원인으로 한 위자료는 외도 사실 하나를 떼어 평가하는 청구가 아니다. 대법원도 이 점에 주목했다. 이혼을 원인으로 한 위자료 청구의 경우, 단순히 부정행위 시점이 아니라 부정행위의 발생부터 혼인 파탄 그리고 최종 이혼에 이르기까지 모두 불법행위가 연속선상에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짚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의 손해는 혼인이 해소된 시점에서 비로소 확정되며, 소멸시효도 그때부터 계산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즉, 외도 사실을 인지한 순간이 아니라, 그로 인해 혼인이 파탄에 이르러 이혼이라는 결과로 귀결된 시점에서 비로소 손해가 확정된다고 본 것이다. 청구하는 이유(부정행위만이 아니라 부정행위로 시작하여 혼인이 파탄 난 것)가 다르니, 소멸시효도 다른 것이다. 이 판결은 위자료의 범위를 넓힌 것이 아니다. 같은 외도라도 어떤 손해를 청구하느냐에 따라 적용 법리와 소멸시효의 출발점이 달라질 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누군가 비슷한 상황에서 고통받고 있다면 조그만 위안이 되는 판결이다.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섣불리 판단할 일이 아니다. 단순히 외도를 인지한 시점이 아니라, 이혼에 이르게 된 경과 전체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나의 손해가 무엇인지 제대로 구분하는 것, 그것이 소멸시효 판단의 출발점이다.

사연자 A씨의 경우, 참고 버텼던 고뇌의 시간은 헛된 낭비가 아니었다. 필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법도 사람의 고뇌의 시간을 안다'는 것을 명확하게 짚어주었다고 본다. 이번 판결이 큰 상처를 받은 사연자에게 자그마한 위로로 다가왔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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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혜 법무법인 에셀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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